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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Sep 19. 2021

3년만에 만난 엄마와 함께...

나는 왜 엄마를 떠났나. 18

 

 여동생에게서 엄마의 소식을 전해듣고 있자니 마음이

이상했다. 엄마를 안보고 싶은건 아니었다. 단지, 예전의

상황이 되풀이 될까봐 두려울뿐....


 ' 엄마도 그동안 많이 참았겠지. 벌써 안본지 3년이 다

됐는데... 근데 엄마한테 미안해도 나는 무서워. 다시 만나

면 한동안은 잘해주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본성이 드러나

지 않을까? '

 나는 동생에게 솔직한 내 진심을 전했다.



 

" 언니,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엄마도 느낀게 많아서인지

변하기는 했어. 아한테는 할머니 노릇한다며 애가

떼써도 다 받아주고. 언니 마음 이해하는데 엄마가 저렇게

까지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괴로워하니까...  강요하는건

아냐. 언니  마음이니까. 나는 사실을 얘기할 뿐이고... "

 

 걸려온 전화속에서 여동생의 마음이 느껴졌다. 언니와

엄마 사이에서 힘들텐데 참고 지켜봐주는 그 마음이.


나는 이번에는 남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예상했듯이 남편은  '어머님이 잘못했다고 느끼고 계신다면 한번 만나 봐도 괜찮지 않을까? 자기가 결정 할 일이지만 난 자기랑 어머님이랑 잘 지내면 상관없어 '


남편이 싫어하는건 엄마와의 관계에서 내 마음이 다치고

괴로워하는 거니까 내 의견이 최우선이었다.



  

 나는 몇 번의 고민끝에 엄마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한번 정도 만나서 얘기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리움

이 크니까 별일 없겠지'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남도 아니고 수십년을 살았던 엄마를 보는 일이 이렇게 힘들

고 떨리는 일이될지 몰랐었다.


 내가 엄마를 보겠다는 의지가 엄마에게 전해졌고 만남의

날은 일찍 정해졌다.

 엄마가 어떻게 변했을지, 날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혼자 가야하나, 밝음이만 데리고 가야하나....



 

 그날이 되었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아들과 함께

여동생의 집으로 향했다. 한시간의 거리가 어떻게 흐르는

지도 모르고 도착하니 여동생과 조카 선아, 제부가 반갑게

맞아줬다. 셋 다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 엄마가

눈물젖은 얼굴로 나와서 나를 끌어안으며 울었다.

' 아가, 우리 큰 딸... 엄마보러 와줬니? 미안하다.... 엄마

가... 네가 너무 보고싶어서.. 참을수가 없었어. 엄마 안보고

싶었어?'


 마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듯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밝음이도 안고 볼을 부비며 계속

눈물을 흘려 눈까지 충혈되었다.


 우리는 두세시간을 이야기했다. 못보는 동안 쌓인 이야기

들을 조금이라도 풀어야 할 의미가 있었다.

꽈배기처럼 틀어졌던 모녀 사이가 풀려야 할 이유가 있었

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을테니 그전에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아이들은 당연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니 꼬맹이들끼리

따로 베란다에서 놀고 엄마와 나 여동생은 대화를 이어갔다.

엄마가 먼저 지난 몇년간의 심정을 털어놓았고 들으면

서 조금씩 내 감정을 풀어냈다.


 ' 여행아, 엄마가 그렇게 무서운 엄마였니? 저번에도

네 동생한테 들었지만 정말 너희들한테 욕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랬어? 딱 한번만 그랬던게 아니라 몇 번이나 그랬다

고...? 하... 너희들한테 너무 미안하구나.... 내가 죄가 많다.

정말 미안하다...... '

 

 엄마는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런

엄마의 손을 잡아주었다. 이전과는 다른 엄마의 뉘우치는

모습에 내 얼었던 마음도 조금은 녹는것 같았다.




 엄마를 안본 시간에 어색함이 자리잡은듯 낯선 기분이

들었다. 3년이면 짧은 시간은 아니었나보다.

딸, 엄마가 부끄럽고 미안해... 그때는 엄마가 삶이
너무 힘들어서 미쳐있었나봐. 미쳐야 살 수 있는
환경이었어.
 엄마는 늘 할머니가 무섭고 싫어서 '나는 딸들한테
우리 엄마처럼 되지 말자' 고 다짐했었는데 결국은
너희에게 똑같이 큰 상처를 준 엄마였다니 너무너무
가슴이 아파....
 이제부터 엄마가 너희에게 잘못했던거 몇배로 갚는
다는 심정으로 잘할게.
우리 남은 시간들은 잘 풀어나가자. 앞으로는 전같은
일 없도록 엄마가 많이 노력할게.  
내 아가야, 이 엄마를 만나줘서 고맙고 미안하다...

 엄마는 진심으로 미안해했고 우리만의 이야기는 밤늦게

까지 이어졌다. 우리의 대화 중간 중간 재롱을 피우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준 두 꼬맹이의 역할도 한몫

단단히 차지했다.




 그렇게 엄마와의 3년간의 이별은 막을 내렸다. 바로 며칠

전에도 엄마는 내가 보고싶다며 전화를 걸어왔고 나는

예전의 살가운 큰딸의 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며 새로운 모녀관계를 다져다가는

중이다.


 앞으로 예상치못한 갈등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예전같지 않을 이유가 있다. 그리워만 하며 만날 수 없다

는 것이 어떤 아픔을 주는지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손뼉이 마주치듯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알기 때문이다.


 모녀사이는 비슷비슷해 보여도 같지 않다. 절친한 친구

처럼 편하고 좋은 사이가 있고, 그럭저럭 부모자식의 예만

차리는 사이가 있고, 만나기만 하면 갈등하고 싸우는 앙숙

같은 사이가 있다.




여태까지 우리 모녀사이는 앙숙같았다면 이제는 예를 차리

면서도 좋은 사이로 나아갈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감사하고 사랑

하며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엄마와 저의 사이를 풀어낸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저같이 곁에 있는 사람과 힘드시다면 반드시

관계 개선을 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웃으시길 바라겠

습니다,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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