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엄마를 떠났나. 17
언니, 엄마가 언니랑 안 본 이후로 언니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어. 처음에는 언니를 찾아간다고도
하고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외면하고 끊어 내냐면서
언니를 원망하기도 하고 전처럼 막무가내 식의 모습도
보였었거든? 그래서 내가 막 뭐라고 했었지.
엄마가 언니를 쥐 잡듯 잡고 조금만 실수해도 채근하던
거 잊어버렸냐고.
언니가 힘들어하고 지긋지긋해하다가 결국은 등돌린 건데 엄마가 또 반복하면 진짜로 무슨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고 했어. 그러니까 언니가 마음이 풀어져서 스스 로 엄마에게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고.
엄마도 내 말에 많은걸 느꼈는지 그 후로 가끔 언니 잘 지내냐고, 형부랑 밝음이도 잘 있냐고만 묻고 별 얘기
안 꺼냈어.
그런데 이번에 통화하는데 엄마가 언니 얘기를 꺼내더
니 그러는 거야. 언니가 너무 보고 싶고 한 번만 안아보고 싶다고. 왜 이 나이에 딸한테 외면까지 당하
고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살아야 하느냐며....
흐느끼면서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다고 하는데 엄마가
그렇게까지 절규하는 게 처음이라 나도 힘들더라.
엄마가 오죽하면 그럴까 싶고, 이러다 잘못되는 거 아닌
가 싶어서 두려워....
언니, 엄마가 한 번만 자기를 용서해주고 다시 기회를
주면 안 되겠냐고. 정말 잘못했다고. 한 번만 만나면 안되겠냐고 언니한테 전해달라더라....
나도 이 말을 언니한테 전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무래
도 전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