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 - 헝가리 랩소디 2번
Liszt - Hungarian Rhapsody S. 244, No. 2
리스트 - 헝가리 랩소디 2번
유럽 여행을 가게 되면 늘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집시를 조심해!’
사람들의 소지품을 눈코 뜰 새도 모르게 훔쳐가 버리는 이 유랑민족들에겐 또 다른 손재주가 있었습니다. 바로 악기 연주였죠. 집시들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각 지방의 음악을 이용해 자신들의 어법으로 노래와 악기 연주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갔습니다. 이런 집시의 음악에 푹 빠져버린 작곡가가 있었으니, 바로 헝가리 태생의 19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리스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였던 리스트를 위해 그의 가족들은 헝가리를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습니다. 12세에 조국을 떠나온 리스트는 18년이 지난, 30세에 연주여행으로 다시 조국에 방문하게 되었죠. 헝가리에 머물던 리스트는 아주 매혹적인 선율을 듣게 되었습니다. 바로 집시들의 음악이었죠. 리스트는 곧바로 집시들의 선율들을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시’는 집시들이 이집트에서 온 것으로 잘못 알고 영국에서 이집트인(이집션, Egyptian)이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사실 그들은 히말라야의 산맥 혹은 인도를 떠나온 민족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들과 교류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는 집시들은 폐쇄적인 공동체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러 곳을 떠돌아다니기도 하였죠.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던 집시들. 그들의 음악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스페인에서는 플라멩코를, 헝가리 지역에서는 주로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집시들의 음악이 발달하였죠.
집시들의 선율을 수집한 리스트는 집시들의 선율과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의 단악장의 양식인 랩소디(광시곡)를 결합해 새로운 모습의 헝가리의 집시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그가 작곡한 19곡의 <헝가리 랩소디>에서는 집시들의 격정적인 감정과 역동성, 즉흥성, 그들 깊숙이 내포된 쓸쓸한 ‘한’을 다양한 감정의 묘사로 표현하였죠. 리스트는 박자 표시를 하지 않고 자유로운 리듬으로 음악을 표현하기도 하고, 반주에 날카로운 화음을 강조하여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또한 'mesto(슬프게)', 'malinconico(우울하게)' 등의 지시어를 자주 사용하여 집시들의 우울하고 우수의 찬 모습까지 표현하였죠.
리스트의 <헝가리 랩소디> 중 2번은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큰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이 곡은 집시의 춤곡 중 하나인 ‘차르다시’의 형태로 작곡되었는데요. 차르다시는 대비되는 두 춤곡이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차르다시는 느리고 장엄한 ‘라수’와 강렬하고 빠른 리듬을 갖는 ‘프리스’로 구성되어있죠. 호흡이 굉장히 길고 느린 '라수'를 지나 갑자기 빠르고 장식적인 음형으로 변화된 '프리스'로 변화된 음악은 리스트 특유의 화려한 비르투오소적인 모습으로 정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헝가리인이 작곡한 <헝가리 랩소디>. 하지만 헝가리의 독일어권 지역에 살았던 리스트는 헝가리어를 구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 대신 백 마디 말보다 더욱 풍성하게 헝가리 집시의 모습을 전달해주었죠.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예측할 수 없는 집시들의 매력적이고 화려한 춤에 함께 신나게 빠져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