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 바다
Debussy - La Mer
드뷔시 - 바다
드뷔시는 색채감이 넘치는 음색과 다양한 어법을 통해 순간적인 인상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낸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에서는 음들의 움직임보다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죠. 드뷔시는 대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음악 속에 자연스럽게 내포하여 표현하였죠.
1903년 8월, 드뷔시는 자신의 아내 ‘릴리’의 친정인 비시앙에서 <바다>를 작곡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작곡될 당시, 드뷔시는 릴리의 곁에 없었습니다. 그는 릴리를 등지고 자신의 제자의 엄마인 ‘엠마 바르닥’과 눈이 맞게 되었죠. 릴리를 떠난 드뷔시는 엠마와 노르망디 해안의 ‘저지’ 섬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엠마와의 사랑에 큰 충격을 받은 릴리는 총으로 자살시도를 하게 되었죠. 다행히 릴리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은 드뷔시의 여성편력을 비난하며 그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드뷔시는 결국 릴리와 이혼을 마치고 1908년 엠마와 결혼을 하게 되었죠.
1905년 10월, 드뷔시는 자신의 바다를 세상 앞에 선보였습니다. 넓은 그의 바다는 그가 남긴 관현악곡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었죠. 그의 추문 때문이었을까요. 초연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주 뒤, 런던에서 이 곡에 대한 호평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건이 잊힐 때쯤, 그의 바다는 뒤늦게 성공적인 호응을 얻게 되었죠.
<바다>는 고전주의의 형식을 사용하여 3악장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는 새벽부터 정오까지의 바다의 모습을, 파도의 움직임을, 바람과 바다의 모습을 세 부분에 걸쳐 표현하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정오까지’라는 제목처럼 1악장은 해가 떠오르기 전 새벽녘의 모습으로 음악은 시작됩니다. 해가 떠오르면서 바다의 움직임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고 정오를 향한 클라이맥스로 향해 나아갑니다. 뜨거운 햇빛이 비친 찬란한 바다의 모습이 눈부시게 표현되기도 하죠. ‘에릭 사티’는 1악장에 대해 ‘오전 11시 15분경의 바다의 모습이 가장 좋다.’라는 재밌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불규칙한 리듬과 움직임이 빨라진 2악장은 ‘파도의 희롱’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보라가 뿜어지듯’이라는 연주 지시가 있을 정도로 음악은 예측할 수 없이 변화되는 바다의 물결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람과 바다의 대화’의 3악장은 곧 폭풍우 다가올 듯 매서운 분위기와 함께 신비스러운 바다의 모습이 대비되는 두 가지 양상으로 표현되죠.
이 작품의 초판 악보에는 일본의 판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목판화 <파도>가 실렸습니다. 그가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이 작품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림 속 거대한 파도처럼 그의 바다 또한 거세게 우리를 집어삼킬 다가옵니다. 눈앞에 보이는 바다를 지켜봐 보세요. 자칫하면 마법 같은 큰 파도에 휩쓸려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메인 출처
가츠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