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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Choi Jun 03. 2020

시작은 항상 설레이는 법

가만히 있기 싫은데 가만히 있어야 하는 워킹예비맘이 시작한 글

초등학생 때부터 나 자신은 나를 너무 잘 알았다. 외우는 것과 글을 해석하는 능력이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에 비해 이해하고 응용하고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여 나는 수학과 관련된 공부를 더 오래 하겠다는 것을.


그러나 신기하게도 내가 쓴 글을 좋아해주는 주위 사람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회사에서 만난 내 남편도 내가 회사 잡지에 올린 지방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글에 좋은 첫 인사을 가지고 만났다고 하니 말이다. 창작의 고통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나의 고질적 문제이자 숙제이오나, 요즘과 같은 하루하루 행복함에 감사해하고 있을 때 나만의 브런치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름 관심사가 여러 분야가 있어 어느 주제를 깊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글을 쓰면서 선택을 하려고 한다.


오늘 처음 가입한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누르면 아래와 같은 문구를 보여주었다.

작가님, 커피 한 잔에 글 쓰기 좋은 저녁이네요.



어머나........ 저 지금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를 강제적으로 끊은지 3개월 차입니다.


그렇다.

나는 30대 초반으로서 친구들이 이직과 결혼을 하여 부럽다는 말을 들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가 생겼다. 평일의 낙이었던 하루일과 시작의 따뜻한 라떼와 일과 후의 수제맥주 마시기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정말 갑작스러운 변화였다.


오늘날짜를 기준으로 12주 4일차. 이제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는 시기라 몸도 마음도 항상 건강하게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는 일하는 예비 엄마이다. 연 초까지만 해도 두 번째 회사에 자리를 잡아 일과 신혼밖에 모르던 워킹새댁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아무래도 나의 일 보다는 워킹예비맘(?)이 가장 나를 설명하기에 우선시 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나름 태교와 글쓰기를 위한 베토벤의 Symphony No.5를 듣고있다. 하하하


아기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된 이후부터 나의 하루 일과는 완전히 바뀌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두통과 빈혈, 일부 음식냄새에 반응하는 예민한 후각 그리고 작은 복통에도 민감해지는 온 신경. 움직임은 어쩔수 없이 조심스러워지고 중간중간 발산하던 나의 젊은 에너지는 요즘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다. 아주 좋을 때는 입가에 함박 웃음을 띄는 정도로 멈추어 에너지 조절을 해야 한다.


나는 평소 빠릿빠릿하고 급한 성격의 소유자이다보니 간단한 업무는 항상 받은 즉시 끝내서 넘기고, 회의도 참석보다는 리드하고 정리 및 업무분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을 다음 날로 미루면 계속 일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업무시간 내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업무강도를 가지면서 일하는 회사원이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사실 뭔가를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을 많이 내려놓았다. 스트레스를 받고 정신을 피곤하게 하는 것을 스스로 원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할까. 사실 한창 젊고 중요한 나이인데 (우리 벚꽃이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나에 대해 포기해야할 것들이 생기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아직 한창 배우고 일해야하는 실무자로서 가정에 대해 좀 더 많은 신경과 관심을 써야한다는 것은 나를 더 성장하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들을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 두려움에서 가장 먼저 따뜻하게 보듬아주고 용기를 준 것이 바로 남편이다. 현재 내가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4월 둘째주부터 계속 하면서 24시간 함께하는 사람이자 요근래 유일한 나의 친구, 그리고 하나뿐인 내 편. 가족의 사랑과 중요성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알고 이를 몸소 보여주는 사람으로서 우리 둘이 만드는 가정에 대한 기대감에 하루하루 꿈을 꾸며 행복감에 젖어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남편을 가꾸고, 그리고 일도 한다.


아직 차가 없는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인근 한강으로 자전거를 타러 가거나 근처 험하지 않은 산을 돌면서 산책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1시간 이상 움직이면 고막이 멍멍하고 금방 피로에 지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매우 많다. 하루하루 무엇을 해야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TV는 원래 많이 보지 않는 편이라 이를 제외하고 다른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항상 사람을 만나며 시간을 보내던 성격인 탓에 집에 있으니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 3D 펜을 사볼까, 애기 옷을 만들어볼까, 그림을 그려볼까, 베이킹을 해볼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아직 주부보단 일적으로 도움이 되는 취미를 갖고 싶어 고민을 하다가 아직도 미정. 영화나 드라마는 이제 컨텐츠를 소화하기에 너무 시간이 긴 느낌이라, 보통 집에서 읽지 않는 책을 짧게 읽거나 관심 주제에 대해 유투브(전 세계 모든 지식을 짧게 요약/집약/압축해준 컨텐츠의 결정체)를 보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러다가 나의 일상에 대한 기록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브런치를 시작해본다.



오늘부터 나의 새로운 작업 공간은 쇼파의 맨 오른쪽 여기로 정했다.

이 집을 꾸미기 시작한 이후 백화점과 온갖 가구점을 5번 이상씩 돌면서 선택한 애정이 깊은 가구 하나하나가 모여있는 최.애.스.팟. 이다. 나의 출산과 휴직기간동안 제 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되도록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한다.

  - 파이썬, 무역, 커피, 아이스크림, 스마트농사, 그리고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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