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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나비 Nov 23. 2021

다른 사람 다 걸려도 나는 안 걸릴 줄 알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토요일부터 몸살, 두통, 기침, 콧물 등의 종합감기 증상이 나타나 침대에 드러누웠다. 꼼짝도 못 하고 이틀을 그래도 누워 있다가 월요일 저녁때 즈음에는 일어나 앉아 있을 수 있게 됐다. 내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지인이 전화를 줬다. 간단 키트로 바이러스 검사를 해 보라고 해서 당장 남편을 시켜 진단 키트를 샀다. 첫 시도에 빨간 줄 두 개가 나타났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듣고 설마 하며 두 번째 키트를 텄다. 두 번째에도 양성. 남편도 테스트를 했다. 음성. 다행이다. 같이 일하던 직원 둘에게 당장 테스트해 보라고 연락을 했다. 음성. 나만 양성이었다. 두 주동안 집에 칩거하겠다고 전달했다. 


 다음 날 아침에 내가 커피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러고 보니 맛도 그랬다. 짠맛, 단맛, 쓴맛, 신맛만 얄팍하게 나고 나머지의 맛들은 휘발 되어 버렸다. 스팸 넣은 라면을 먹는데 스팸 맛과 라면 맛이 같았다. 그냥 짠맛. 짠맛의 강도도 구별되지 않았다. 동일한 강도로 짠맛. 씹는 식감으로만 맛이 구별되었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안개에 가린 듯한 희미한 신맛. 식감으로만 이게 오렌지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온갖 맛이 느껴지면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을 텐데, 맛이 느껴지지 않자 허기가 가시면 숟가락 들기가 귀찮은 기분. 


너무 피곤해서 자꾸 눕는 바람에 씻는 것도 잊었다. 사흘 내내 세수도 샤워도 않고 머리도 안 감았다. 그날 밤에 샤워하는 꿈을 꿨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부터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 정도면 경증이라고 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몸은 회복될 거라고 한다. 갑자기 호흡 곤란으로 실려가는 일은 생길 것 같지 않다. 처음 증상이 있은 후로부터 벌써 4일. 일어나 앉아 이렇게 노트북에 뭘 적을 수 있게 됐다. 확실히 나아지는 '추세'에 있다. 


호찌민 시내에 떠도는 괴소문 중에 이런 게 있다. 코로나에 걸려 병원에 가면 안 죽을 사람도 죽는다. 걸리면 조용히 집에서 격리해라. 비단 한인들 뿐이 아니다. 베트남 사람들도 못 믿을 현지 병원에 가서 누워 있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게다가 침상이 부족한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그 괴소문의 지침을 따른다. 죽은 듯이 집에서 지낼 생각이다. 진단 키트로 음성이 나올 때까지. 백신 2차까지 접종을 마쳐 다행이다. 중증으로 병원에 실려갔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소름. 남편은 외출할 때마다 진단 키트로 코를 쑤셔 음성임을 확인하고 나가기로 했다.  확실히 해 둘 게 있는데 호찌민시에 역학 조사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정도의 시스템은 이 도시에 없다. 그런 게 있다는 시늉을 하긴 하지만 그 시늉을 신뢰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고로 내가 어떻게 남몰래 확진자가 되었는지 알 방도는 없다. 다른 확진자 들도 다들 나처럼 남몰래 집에서 격리 중일 테다. 다행인 건 2차 까지 백신 접종을 마쳤다면 독감 정도의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다는 점인 듯하다. 어디에나 예외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를 봐도 급히 찾아본 기사들을 봐도 그렇다. 이렇게 with corona의 시대로 접어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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