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망나비 May 22. 2022

2022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

재미있어서 깜놀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을 최초로 사서 읽었던 해를 헤아려보니 1998년이다. 작가 이름 윤대녕만 선명하고 나머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얼음의 도가니>도 그때쯤이 아니던가 찾아보았더니 그건 1993년 이상 문학상 수상집이었다. 작가는 최수철이었다.


2022 수상집에는  10명의 작가 중에 여성 작가가 8명이다. 이제는 이런 숫자를 세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런가 보다. 너무 압도적인 숫자이다. 그리고 한편, 한편이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 한정현의 단편만 빼면 굉장히 빠져들어서 읽었다고   있다.  


여자가 되어가지고..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면 촌뜨기 취급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은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 통쾌하다는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진단일 뿐이다. 내 감정적 의견 말고 좀 더 객관적인 얘기를 해보자. 어떤 이는 이것은 옳고 그름이나 이즘의 문제가 아니고 자본이 그쪽으로 흘러가는 현상의  단면이라고 하던데 일견 타당하다. 복잡한 과정과 흑막에 대한 얘기는 접고 이걸 자본주의의 논리로 이해하면 매우 간단해진다. 여자들이 하는 얘기를 듣기 위해 돈을  쓰겠다는데  많이 들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어느  우리 직원   명이 요새 마케팅은 죄다 흑인들의 ass lick 하는데 정신이 팔려있다고 불평하는 얘기를 들었다. 백인 눈에는 그게 거슬리는 모양이다. 그게 말이지, 걔네 똥꼬를 빨아주려고 그러는  아니고 말이다, 먹고 살려고 그러는 거란 말이다. 예전에는 주류 백인에게만 팔아도 됐지만 요새는 흑인들도 돈이 많단 말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때문에 돈다발을 모른 척한단 말이냐. 내가 사장이어서 그런지 크게 반박은 하지 않았다.

Calvin Klein이나 Ralph Lauren  유색인과 플러스 사이즈의 모델을 쓰는 마케팅에 뒤늦게 합류하게  것은 그들이 마침내 유색인과 뚱땡이들을 존중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니들에게도 팔겠다며 어쩔  없이 항복한 것뿐이다. 매출 증진을 위한 어쩔  없는 타협이었을 것이다. 돈을 쓰겠다는데 만들지 않을 이유 무엇인가. 팔려고 애쓰다 보면 어쩔  없이 존중하게도 된다. 그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고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 컨텐츠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에게 팔기위해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만드는 것이 왜 나쁘단 말인가.


돈의 논리라고는 하지만 관습적 정서적 격차에서 오는 논쟁이 있을수는 있다.


나랑 가끔 밥을 먹는 사이인 사모님은(남편이 대기업 상무로 퇴직해서 여전히 사모님이다) 자신이 은행 다니던 시절, 여직원은 너무 편하게 일했고 남직원은 온갖 몸쓰는 일, 야근까지 도맡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안돼 보였다고, 차별은 남자가 받았지 여자가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여자들 중에 임원직에 오른 사람 있었어요? ... 없었지. 그게 차별이에요. 나는 일 그만두고 남편 그늘에 사니까 좋던데. 그건 사모님의 아주 개인적인 선택이고 그게 전체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건 큰 착오에요.

비지니스 때문에 만난 한 50대 사장님은 엊그제 내게 'R은 진짜 남자 성격이야. 남자야 남자.' 라는 말을 거침없이 했다. ......이 때는 어쩔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비지니스도 비지니스지만 어디서 부터 얘기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여전히 여러 의견이 있고 때로는 날이 선 대화가 오가고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감정이 뒤엉킨다. 이것이 세대간의 격차일뿐인가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계급의 격차인가? 그렇게 단순한 논제는 아닐 것이다.


확실한  자본주의는 차갑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에 감정같은  없다.  무엇으로 포장해도 돈이 되지 않으면 만들  없다. 여자가 만든, 여자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게 돈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여전히 감정이 뒤얽힌 대화들이 오가지만 꾸준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성 콘텐츠가 메인 스트림이 되고 그게 자본주의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세상 원한다.  메인 스트림이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why not? 남자들이 만든 콘텐츠로 도배되던 시절도 있었는데   반대는 성립이 되지 않는가 말이다. 마이너가 메이저가 되는 현상을 목도하는 세기에 살게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정치는 그런 면에서는 답보 상태인  하지만 결국은 대세를 따라가지 않겠는가.


소설 얘기는 못하고  얘기만 하고 말았지만, 어쨌든 이건  리뷰이다.  마디 덧붙이자면, 남자들이 책에서 군대 일화를 읽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샆다. 이해가 간다. 누군가  얘기를 대신 해주는 것에 이런 희열이 따른다니 말이다. 질릴 때까지 읽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른살에 쓴 첫 소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