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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an 08. 2024

여행금지국가 이야기 EP5 - 예멘(YEMEN)

김가빈


 여러분은 혹시 다른 나라로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하는가?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고는 한다. 그러나,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이 모두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 지역이 여행금지로 지정된 나라는 이라크,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시리아,

리비아, 우크라이나, 수단으로 총 8개국이다. 이 나라들이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되었다는 말인즉슨, 2023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들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나라들은 왜, 어떻게 지금과 같은 여행금지국가 이르게 됐을까?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예멘(YEMEN) 

 세계지도를 펼치면 보이는 수많은 나라 이름들 중에서 몇몇은 우리에게 익숙한 반면, 몇몇은 조금 생소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멘이라는 나라는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중동의 아라비아반도 서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예멘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9년 가까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앞서 소개한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들에 비해 세계적인 관심도가 낮다.


 사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예멘은 꽤나 흥미로운 나라이다. 먼저 예멘은 ‘커피의 나라’로 유명하다. 모카커피의 어원이 다름 아닌 예멘의 항구도시인 모카(Mocha) 일 정도이니 말이다. 또 다른 예멘의 명물로는 개성 있는 건축양식을 꼽을 수 있는데, 지금도 예멘 곳곳에서 이런 독특하고 전통적인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 덕분에 예멘은 중동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이렇게 아름다웠던 예멘 땅을 짚어삼킨 비극적인 전쟁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예멘 전통건축의 정수로 꼽히는 다르 알 하자르(Dar al-Hajar)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예멘은 1990년까지 북예멘(North Yemen)과 남예멘(South Yemen)으로 분단되어 있었으나 양측의 합의를 통해 통일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통일 이후 북예멘과 남예멘 사이에서 내전이 일어날 정도로 예멘은 불안정했고, 이런 상황에서 알리 압둘라 살레(Ali Abdullah Saleh) 대통령이 독재정치를 펼치게 된다. 그러던 2011년, 시리아와 리비아의 사례에서 등장했던 대규모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이 예멘에도 들이닥쳤다. 예멘 전역에서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이런 시위를 견디지 못한 살레는 결국 대통령직을 포기했고, 예멘에는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랍의 봄을 겪은 나라들에 공통적으로 펼쳐진 상황이 예멘에서도 펼쳐졌다.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 찾아오는 단골손님, 종교 문제의 등장이었다. 예멘은 인구의 거의 모두가 이슬람교도인 정말 독실한 이슬람 국가인데, 문제는 이슬람교 내의 종파였다. 예멘 인구 중 65%가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었던 반면 나머지 35%는 시아파의 일종인 자이드파를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이드 파 신도들은 다수의 수니파 신도들에 반발해 후티(Houthi)라는 이름의 반군을 결성했다. 살레의 독재 정권 때부터 있었던 후티 반군은  민주 정부가 세워진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으며, 2014년 수도인 사나(Sana'a)를 공격하여 점령하기에 이른다. 이때 발발한 전쟁이 바로 예멘 내전(Yemeni Civil War)이다.


 전쟁 초반, 후티 반군에게 수도를 잃은 예멘 정부는 예멘 남쪽의 항구도시인 아덴(Aden)으로 피신하여 후티 반군에 대한 저항을 계속했다. 이후 전쟁이 지속됨과 동시에 남예멘 분리주의자들과 ISIL까지 참전하며 전쟁의 규모는 커지고, 양상은 복잡해졌다. 외부의 개입 또한 이 전쟁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현재까지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같은 수니파인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으며 시아파인 이란은 반대로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예멘 내전은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예멘 국민들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전쟁 중 많은 이들이 살해되거나 기아, 질병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또한 전쟁을 피해 많은 수의 예멘인들이 난민이 되었는데, 이 중 몇몇이 한국에 망명 신청을 해서 한때 국내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이처럼 현재 예멘의 상황은 상당히 암울해 보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 올해 4월,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후티 반군 측이 회담을 통해 종전에 대해 논의했고, 이는 기나긴 내전이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멘이 하루빨리 평화를 찾고 긴 전쟁의 아픔을 씻어내길 바라면서 예멘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다.

예멘 내전의 가장 큰 피해자, 민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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