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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락다운

한 달.진짜한 달 만인 거죠?

2020년 3월 둘째 주 월요일~ 학기 종료일인 6월 둘째 주 금요일

헝가리 학교의 첫 락다운

코로나의 시작만큼 나 같은 학부모에게는 또 하나의 카오스의 시작된 날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길어지겠나 했던 등교중지는 결국 학기말까지 계속되었고

(사실 한국은 1년 지속이 되었던 터라 이 정도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억력이 안 좋은 나에게도 선명하게  3개월은 새겨져 있다.

(시간을 내어 따로 한번 적어보련다.)

다시는 되돌리고 싶지 않은

삼시 세 끼의 전쟁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메일,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 과제들.

선생님도 아이들도 학부모도 처음인 디지털 교육 앞에서 

세 개체는 탈탈 털림을 경험했던바.

9월에  새 학년 새 학기에 학교를 등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막히게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감사함과 아슬아슬함 사이에서 줄을 타며 한 학기를 보낸 지난 목요일


느닷없는 정부의 발표. 

월요일부터 학교가 닫힌단다.

그 무시무시한 디지털 교육을 한 달간 하겠단다.


사실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종일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받는 게 안쓰럽긴 했다.

간식이나 점심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꽁꽁

내가 사무실이라도 잠깐 나가서 두어 시간 마스크 쓰고 조용히 일만 해도  속이 답답해오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어서 마음이 불편해진지 며칠이 지났으며  마지막 한주 동안은 이상할 정도로 확진자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배가 되더니 아는 한국사람들 중에도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던 상황이었다.


그래. 학교 문 닫을만하다.


그리하여 목요일 정오에 발표되었고

월요일부터 시작이라고 두둥.

나에게는 

금요일 하루 다섯 시간이 남았다. 신데렐라가 된 심정이다.

학교와 더불어 모든 상점이 닫히는 상황이다.

재빨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어본다.

사재기가 시작될 수 있으니 나도 일찌감치 시장과 백화점을 들르고

지지난주에 깨진 핸드폰 액정도 교체하러 간다.(삼@서비스센터도 한 달간 닫는다고 했다.)

발레수업 온라인 준비를 위해 체육기구 사러도 가야겠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완연한 봄이 될 테니 반팔도 몇 개 사두자.

헉헉. 시간이 다 되었다. 아이들이 올 시간이다.


시간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들은 방학 날처럼 짐을 두 손 가득 어깨 가득 채워서 교문을 등으로 밀 며나온다.


'그래. 이제 잘해보자!! 두 번째니까 좀 나을 거야. 아무렴. 그래야지'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사실 마음은 자꾸 가라앉았다.


첫째를 낳고 1년 반 육아휴직을 했었다. 처음 일을 쉬며 처음 해보는 육아는 힘듦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때로는 눈물을 때로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1년 반이 지나 복직을 하고 둘째가 생겼다. 둘째를 출산하고 다시 휴직을 시작할 때 나는 말 못 할 우울감에 방황했다. 새롭지 아니한 , 뻔히 보이는 고생길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기분. 육아가 주는 희열과 기쁨이 있을 테지만 그냥 너무 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우울하게 했었더랬다.


'아. 그때 기분이다.'


두 번째 디지털 교육을 시작하는 내 마음은 그때 그 마음이다.

아이들을 품에 안고 지지고 볶으며 또 행복하고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라는 것도 알고 생각 외의 사건으로 힘들 거라는 것도 아는... 그 아는 것이 문제다.

아... 가라앉는다.


아이들도 학교를 못 간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한 달간 엄마 얼굴 보고 잔소리 들을 생각하니 너희도 막막하겠지. 내 다 이해 하마...


아이들과 집에 오자마자 책상에 책을 정리하고 컴퓨터를 점검했다.

모니터, 헝가리 자판, 헤드폰, 마이크, 마우스, 웹캠까지.

헉. 큰 아이카메라가 안된다. 그때부터 시작된 컴퓨터 공부

다음날까지 이어 드라마도 포기하고  5시간 만에 해결했다. 내가 스스로 대견해서 어디에든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완성된 공부방

애들 수업시키고 대기하면서 과외도 받고 과외도 하고 일도 해야 할 내 컴퓨터 책상도 정리를 말끔히 하고 나니 뭔가 준비된 느낌이다.


월요일.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매우 어색해했다. 따뜻하게 콩나물밥으로 아침을 먹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서 시작된 첫 수업.

해봤다고 역시.... 편안해 보인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작년 3월에 비하면 진짜 대단한 발전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나는 어제 두 번씩 너희들의 숙제를 올리는 방법도 공부를 마쳤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작년에는 큰 아이 둘째 아이가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서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고 둘째는 실시간 수업은 없이 몽땅 자기 주도 학습이었는데 수업마다 숙제가 너무 많아서 그거 해결하느라 매일매일 한 타임씩은 눈물 쏙 빼는 봄을 보냈었다. 근데 올해는 일단 구글 팀스로 학교가 디지털 교육을 통일했고 아직도 숙제를 업로드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이 정도는 기쁘게 해 주리라.


다시 시작된 삼식이 놀이에

콩나물밥.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떡볶이까지 오늘도 화려한 식사를 차려내고 아이들 수업 끝나자마자 악기 연습시키고 숙제 끝나자마자 업로드까지 마친 나를 칭찬하고 또 칭찬한다.


한 달이라 했다.

부디 제발 간절히 딱 한 달만 해주세요~~~~

그 정도는 기쁜 맘으로 해보겠습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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