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골프장을 다녀왔다. 새벽에 비가 내려 걱정했지만, 도착했을 때는 안개만 조금 있고 바람도 불며 골프 치기 좋은 날씨였다. 이보다 좋은 날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골프는 언제나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함께한 사람들 중에는 20년 넘게 골프를 친 사람도,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경험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 '완벽한 샷'을 기대하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골프장에서는 흔히 "프로도 생크 난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생크는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실수를 뜻한다. 그런데 아무리 준비해도 실수는 하고, 샷은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 골프에서는 이런 일이 아주 흔하다.
한 타 한 타 집중해서 치려 애쓰며 몸의 균형을 잡고, 손에 힘을 빼고, 머리를 고정했지만 공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다음엔 그러지 않겠지 다짐하지만 실수는 반복되었다. 반복되는 실수에 짜증 나는 마음이 밀려들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내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야 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까지 예민해지고 있을까? '왜 내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내가 결과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공을 멀리 보내고 실수를 피하려는 마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실, 골프가 원래 그런 운동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결과가 나빠지기 마련이다. 문득, 인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치게 결과에 집착할수록 오히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늘 더 잘하려고, 더 성공하려고 노력한다. 완벽한 결과를 내기 위해 애쓰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긴장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 주어진 작은 기쁨들을 놓치기 쉽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도 나는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걷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 공이 어디로 가든, 점수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는 걸 말이다.
나는 완벽한 샷만을 기대하며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하지만 공이 원하는 대로 날아가지 않는다고 그날의 골프가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실수를 줄이려는 내 모습, 새로운 샷을 시도하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 인생도 골프처럼 결과만 쫓기보다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공이 잘 맞지 않아도 자연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행복이다. 완벽한 결과를 쫓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도 함께 걷고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값지다.
때로는 실수와 실패가 인생의 자연스러운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실수마저도 받아들이고 즐길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점수에 집착하지 않고 실수조차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때,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골프장에서 깨달았다. 더 나은 샷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연을 느끼고, 좋은 사람들과 걸으며 실수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 그 속에 진정한 기쁨이 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성취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그것이 진짜 행복의 비밀이 아닐까?
삶은 완벽한 샷을 치는 데 있지 않다. 그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선물이고, 그 선물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