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라클맘 Mar 24. 2021

이제 엄마 마음을 알것 같아요

"엄마, 이제 집에 가려고 버스 탔어요."

"안 그래도 연락이 없어서 하루 더 자고 오는 줄 알았다."

"응, 어제 내려가려고 했는데 차마 발길이 안 떨어져서 하루 더 자고 이제 내려가려고요."

"자식 두고 오려니 발길이 안 떨어졌겠구나."


버스에 올라 어머니께 내려간다고 전화를 하고 나니, 문득 20년 전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다.


4남매의 막내인 동생은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다녔다.

학과 특성상 공부량이 많다 보니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공부를 했고, 그런 동생이 안쓰러워 어머니는 매주 동생집에 다녀오셨다. 주말이라도 따뜻한 밥 한 끼 해주시고 싶으시다며 매주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동생에게 다녀오셨다.


동생에게 다녀오는 그 길,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셨을지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큰 아이가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몇 해전부터 떨어져 살고 있다.

얼마 전 이사했는데, 바쁜 직장 업무로 시간을 내지 못하다 겨우 아이를 보러 다녀왔다.


토요일에 올라 가 집 정리를 하고 아이 얼굴만 보고 내려 올 생각이었는데, 막상 아이의 얼굴을 보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엄마표 영어를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항상 아이들과  대화가 많았다.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쫑알쫑알 자신의 일상을 쏟아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듣기 좋았고, 아이와 마주 앉아 함께 하는 저녁 식사도 특별했다.





아이 혼자 이사를 했으니 집안이 말이 아니다. 이왕 올라왔으니 눈에 보이는 건 전부 정리를 해 줄 마음에 하루 종일 종종거리며 일을 하는데, 힘들기보다 콧노래가 나온다.


대충 집안 정리를 마치고 이불 빨래를 시작했다.

이제 봄이 왔으니 봄 이불을 꺼내고 두꺼운 겨울 이불은 빨아 옷장에 넣어둔다.

주방과 욕실에 필요한 물품은 없나 살펴보고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마트로 향한다.


함께 있을 때는 그저 평범했던 일상들이 떨어져 있으니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마트까지 다녀오니 시간이 금세 지나갔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 아이와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걷는 공원의 밤바람이 싫지 않다.


오히려 꼭 잡은 아이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더없이 따뜻하고, 이제는 제법 커서 자신보다 엄마를 더 걱정해주고 이해해주는 아이가 마냥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렇게 아이와 이틀을 보내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내려가는 버스를 탔다.


차 안에서 문득 20년 전 동생집에 다녀오시던 어머니 모습이 생각났다.


차편도 지금처럼 편하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는 싫은 기색 한번 없이 매주 동생에게 다녀오셨다.


그때는 몰랐는데, 내가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동생집에 다녀오시던 어머니의 마음이 이제 느껴진다.


내가 자식일 때는 몰랐던 부모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자식들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쏟으며 우리를 키워주신 어머니의 마음을 자식을 낳고 키워가며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엄마, 고마워요.





작가의 이전글 봄이 왔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