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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31. 2021
올봄, 철쭉꽃이 기다려져요
어릴 적 우리 집 화단에는 철쭉이 참 많았다.
봄이 되면 그 나무에서 형형색색의 철쭉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연분홍, 진분홍, 연보라, 진보라, 빨강, 노랑, 하얀색 등 갖가지 색깔의 철쭉꽃이 피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철쭉꽃이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왜 부모님은 예쁘지도 않은 철쭉꽃을 화단 가득 심어놨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릴 적 내 눈에는 장미, 백합, 튤립처럼 꽃집에 진열된 화려한 꽃들이 더 예뻐 보였다.
흐드러지게 핀 화단의 철쭉꽃보다 꽃집에 진열된 장미꽃이 더 예뻐 보이던 젊은 시절, 인생은 단순해 보였고 뭐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나, 나이 들어가나 봐."
"왜?"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철쭉꽃이 요즘 들어 예뻐 보이네."
정말 그렇다. 요즘은 예전에 예쁜지 몰랐던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어느 순간부터 꽃집에 예쁘게 진열된 장미꽃보다 늦은 봄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꽃이 더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며 보이는 길가의 이름 모를 꽃들도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온실 속에서 자라 뿌리가 잘린 채 예쁜 꽃송이만 달고 있는 장미꽃 보다, 겨울 내 추위를 견디고 봄에 귀한 꽃을 피우는 철쭉의 아름다움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니 이제야 알게 되는 걸까?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학창 시절이나 사회생활 초반에는 사람의 첫인상이 눈에 들어왔고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을 알아가는 데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으로 웃으며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사람은 많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을 짧은 시간에 알아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 역시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 되는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철쭉꽃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니 벚꽃이 지나간 자리를 더 오래 지켜주는 철쭉꽃이 피면, 이제 봄이 만연했구나 하는 생각이 하고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