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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맘 Jun 11. 2021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영어 동화책

얼마 전 친구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너한테는 좀 더 특별할 것 같아 보냈어.”


친구는 문자와 함께 영어 동화 작가 에릭 칼에 대한 기사가 첨부된 신문 기사를 보내주었다.


우리 집에서 아이들과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영어 동화책의 작가 에릭 칼의 별세 소식을 담은 기사였다.

'아,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순간 그의 영어 동화책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아이들과 영어동화책으로 엄마표 영어를 했던 내게 에릭 칼의 영어 동화책은 참 특별했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며 영어 전문 서점에 가서 처음으로 샀던 책이 에릭 칼의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였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첫 영어동화책이자 어찌 보면 인생을 바꿔놓은 책이다.


영어를 교과서나 문법책으로만 공부했던 내게 영어 동화책은 참 낯설었다.

'what do you see?' 'I see a ~ looking at me' 두 문장으로 책 한 권이 구성되었는데, 책이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읽고 나니 책 속의 문장들이 입속에서 맴돌았다.


게다가 책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매일 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잠이 들었고 한 권 한 권 에릭 칼의 영어 동화책에 푹 빠져들어갔다.


쉽고 반복적인 문장, 알록달록 예쁜 그림의 이 영어 동화책 한 권은 그렇게 나와 아이들의 영어 인생을 바꿔 놓았다.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갈색곰아, 갈색곰아 무얼 보고 있니?
I see a red bird looking at me. 나는 나를 바라보는 빨간 새를 보고 있어요.
Red bird, Red bird, what do you see? 빨간 새야, 빨간 새야, 무얼 보고 있니?
I see a yellow duck looking at me. 나는 나를 바라보는 노란 오리를 보고 있어요.
......


우리말로 해석하면 별 내용이 없어 보이는 이 동화책을 영어로 읽어 주면 아이들은 참 좋아했다. 게다가 오디오 소리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웅얼웅얼 소리를 따라 하기도 했다.


잠자리 머리맡에 영어동화책이 쌓여갈수록 아이들과 나에게 영어는 더 이상 외우는 공부가 아니라 재미있는 책을 읽는 '소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이들과 매주 영어 전문 서점에 가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에릭 칼의 동화책을 집어 들었다.

'엄마, 오늘은 이 책 사주세요.'


그렇게 에릭 칼의 동화책은 우리 아이들의 첫 번째 동화책이자 제일 좋아하는 영어 동화책이 되었다.





에릭 칼의 부모님은 독일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주하여 그를 낳았다고 한다.

에릭 칼의 작품에는 brown bear, polar bear, Gorilla, penguin, caterpillar 같이 '동물'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자연주의적인 성향의 아버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내가 아이들과 즐겨 읽었던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From head to toe’ ‘the very hungry caterpillar’ ‘Today is Monday’ 같은 작품에도 알록달록 귀엽고 친숙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런 동물 주인공들 또한 아이들이 에릭 칼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또한 에릭 칼의 동화책은 직접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종이나 헝겊 같은 것을 뜯어 붙이는 듯한 콜라주 기법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콜라주(collage) 기법은 근대 미술에서 주로 쓰이는데 재질이 다른 여러 가지 헝겊, 타일, 나뭇조각, 종이, 비닐 같은 것을 붙여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에릭 칼이 대부분의 작품에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주고 싶어서라고 하는데, 그의 말처럼 아이들은 동화책 속에서 만나는 독특한 그림의 brown bear,  polar bear, Gorilla, bird, duck, monkey를 보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에릭 칼의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로 시작한 나의 엄마표 영어는 어느덧 19년이 넘었다. 그의 책을 보며 엄마표 영어로 자란 우리 아이들은 벌써 대학생이 될 만큼 훌쩍 컸다.


아이들이 커버린 만큼 수많은 책으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해 주었던 에릭 칼도 나이가 들었다.

그는 올해 92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동화책을 읽고 자란 세상의 수많은 아이들과 앞으로도 그의 책으로 더 많이 행복해할 많은 아이들은 그의 책을 보며 그를 기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재미있게 읽었던 에릭 칼의 작품 중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영어 동화책 몇 권을 첨부해본다.


첫 번째 책은 사랑하는 딸에 대한 아빠의 사랑을 담은 영어 동화책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이다.

https://blog.naver.com/0313achun/222231261257


두 번째 책은 요일마다 먹는 음식이 바뀌는 과정을 담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영어 동화책 'Today is Monday'이다.

https://blog.naver.com/0313achun/22205158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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