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을 주는 곳
어렸을 때는 엄마가 머리를 만줘 주셔서 미용실을 갈 필요가 없었다. 엄마가 파마며.. 커트며.. 염색까지.. 딸내미의 요구대로 다 해 주시는 전용 미용사였다.
사회인이 되면서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 미용실을 가게 되었다.
아직도 그렇지만 미용실을 가는 것은 매달 큰 행사다. 가면 하루의 반을, 어느 날은 하루를 미용실에서 소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염색과 커트만 하니 두어 시간 이면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미용실에서 시간이 많이 보내다 보니 내 머리를 잘 아는 미용사에게 의지하고, 그러다 보니 미용실을 옮기는 기준은 그 미용사 선생님이 옮기면 따라 옮기는 것이다. 새로움 사람에게 나의 두상이나 그간의 나의 스타일을 말하기도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리 하면서 나누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처음 보는 이에게 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5년 넘게 나의 머리를 맞기던 미용사 선생님을 버리고 미용실을 바꾸었다.
사건은 그러했다.
미용사 선생님이 새로운 미용실로 이직했다. 그 무렵 나는 집안 행사 전이라 예약을 하고 갔는데 예약이 안되어 있었다. 나의 핸드폰엔 4분 넘게 통화한 기록이 있는데 예약이 안되어 있었다.
시스템 오류인듯한데 “예약하신 거 맞냐?”라는 질문과 “예약했었다”라는 대답으로 네 번이 넘게 핑퐁 거리고 있었다. 조금 뒷면 실랑이가 될 정도로 지루하다 못해 날카로운 음색이 오가고 있었다.
그냥 예약 오류니 죄송하고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면 될 것을 ‘예약 언제 하셨어요’만 묻는 직원과 그 이야기를 듣고 또다시 예약하셨냐고 묻는 사장의 태도에 대답을 하다 말고 집으로 그냥 왔다.
네 번 넘게 문가에 서서 대답하고, 핸드폰 기록 보여줬으면 됐지, 미용실이 여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나만 믿고 같이 머리 하자며 따라온 식구에게도 미안했다. 담당 미용사 선생님은 미안하다며 오시라고 바로 해드린다고 전화가 왔지만, 선생님한테는 감정 없지만 가서 머리 할 맘이 아니라며 문자를 보냈다.
그런 후 급하게 지인의 추천을 받아 다른 미용실로 향했다
지인의 추천이지만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은 또 다른 모험이었다. 하지만 집안 행사 전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머리를 하면서 거의 말을 안 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곳을 선택하기로 했다.
다름 아닌 드라이 스킬 때문이었다.
지역에 내려와서 여러 미용실을 다녔지만 이번 미용실의 드라이 스킬은, 한참 머리스타일에 신경을 많이 쓰던 나의 이십 대에 만났었던 드라이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지역에서 이렇게 머리 완료 후 세세하게 드라이로 모양 내주고. 전기고데기로 머리를 다듬어주는 서비스를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드라이 스킬. 서비스..
나의 옛 추억이 섞여 미용실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물론 염색약도 약해서 염색 후 염색 딱지 발생이나 머리 가려움도 현저히 적었다는 실체적 본질도 있었지만...
미용실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던 행동이었는데. 이럴게 쉽게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드라이 솜씨.
내가 맘이 여린 건지..
옛날의 추억이 너무 좋았던 건지..
나는 추억에 잠기며 지역에 또 하나의 머물고 싶은 자리을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