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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린 Aug 22. 2020

오심까지 심판의 재량으로 넘어갈 수 없다.

가린의 야구, 여섯 번째.

KBO 리그를 지배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아닌 심판들이 가지고 있다. 매년 이해할 수 없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 납득할 수 없는 오심으로 경기가 좌우되는 상황이 나온다. 심판도 사람이니 매번 백 퍼센트의 판정을 할 수 없다지만, 이러한 오심이 반복되는 것까지 심판의 재량으로 넘어가야 하는가. 그것도 한 시즌의 절반이 겨우 넘은 상황에서, 같은 심판조의 반복되는 오심이 나오는데도.




오늘 KIA는 고척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만났다. 앞선 네 경기를 내리 지며 4연패, 6위로 내려앉은 KIA는 양현종을 내세워 연패 탈출에 나섰다. 그리고 연패 탈출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다. 양현종이 6.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고, 타선 역시 초반부터 3점을 내며 리드를 가져갔다. 이후 이준영이 7회 말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무사히 잡으며 연패 탈출까지 단 두 이닝을 남기고 있었다.


경기 흐름은 8회 말 1 아웃, 이정후 타석에서 뒤집혔다.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장현식의 공을 받아쳐 중견수 방향으로 향하는 큼직한 타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8회 말 대수비로 들어간 김호령은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며 펜스 앞에서 공을 잡았다. 그러나 이정후는 2루에 서 있었다. 2루심은 해당 타구를 펜스에 한 번 맞은 후 글러브에 들어갔다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이 타이밍에 KIA는 비디오 판독이 없었다. 1회 김민식의 도루 저지 상황에서 박찬호의 요청으로 어이없이 비디오 판독을 날린 것이 큰 부메랑이 됐다.


8월 22일 KIA와 키움의 경기, 8회 말 김호령의 호수비 장면이 담긴 사진. 김호령은 펜스에 닿기 전에 이정후의 타구를 잡았다.


해당 상황에 대한 판정은 이날 경기 사진 한 장으로 완벽히 설명된다. 김호령은 분명 펜스에 닿기 전 공을 잡았고, 반동으로 펜스까지 밀리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공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2루타 판정 후 곧장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KIA는 남은 판독 횟수가 없었다. 중계 화면에서는 몇 번이고 해당 상황을 반복해서 보여줬고, 이후 허정협의 역전 스리런 이후에는 자막을 통해 직접적으로 오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제의 판정을 한 2루심은 최수원으로, 2군 강등이라는 징계 후 사흘 전 1군 복귀를 한 심판조였다.


이날 심판조는 최수원-김준희-원현식-이기중-장준영으로 이뤄진 조다. 야구팬들에게는 '강등조'라고 말하면 단번에 통하는 팀으로, 지난 5월 LG와 kt의 경기에서 정근우의 태그업 오심으로 악명 높은 이름을 드날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이기중, 최수원, 김준희 등은 이해할 수 없는 스트라이크 존 판정 등으로 팬들이 이름을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이번 시즌 이들과 KIA의 지긋지긋한 악연은 지난 7월 7일 시작됐다.




7월 7일, KIA와 kt 경기. 임기영이 보크 판정을 받던 상황.


7월 7일 광주에서 펼쳐진 KIA와 kt의 경기, 이날 선발은 임기영이었다. 2-2, 4회 초 2사 3루 상황에서 임기영은 사인을 확인한 후 상체를 드는 과정에서 어깨를 움직이며 숨 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주심은 이를 보크라 판정하며 3루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냈다. 역전 주자가 어이없이 홈으로 들어온 상황, 결국 임기영은 평정심을 잃고 무너지며 이날 경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경기 후 주심이었던 김준희는 "이전에 없던 동작이라 이중동작이라 판단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고, 맷 윌리엄스 감독은 "타자를 기만하려는 행위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시리즈 내내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이어졌다.


7월 19일 KIA와 두산의 경기, 주심에게 항의하는 윌리엄스 감독.


이들의 황당한 태도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나타났다. 지난 7월 19일, 광주에서 펼쳐진 KIA와 두산의 경기. 0-3으로 뒤처진 4회 말 KIA는 2점을 내며 추격을 시작했다. 사건은 한창 추격 중인 이 상황에서 발생했다. 무사 1, 3루 상황에서 박찬호의 우익수 앞 안타를 쳤으나 3루 주자 유민상은 우익수에게 잡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스타트를 끊지 않았다. 뒤늦게 안타를 확인한 유민상은 홈으로 달렸고, 이는 박건우의 송구로 홈 승부 상황에서 아웃 판정을 받았다. 해당 판정을 한 주심은 같은 심판조의 원현식이었다.


아쉬운 주루 플레이로 마무리가 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대타 기용 전 맷 윌리엄스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주심에게 향했다. 그는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 요청을 했는데 왜 받아주지 않느냐"라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원현식 주심은 "해당 제스처를 봤으나 대타 기용으로 판단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후 중계 화면에서 보여준 윌리엄스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박스를 그리는 제스처를 수 차례 취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다시 "판독을 요청하느냐고 확인하길래 다시 확실하게 '예스'라고 시그널을 보냈다. 심판에게 대타 기용한다는 사인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논쟁이 길어졌고, 이 모든 과정은 중계를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나온 최수원 심판조 팀장은 윌리엄스 감독을 향해 "명확하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표시를 해야 한다. 지금은 판독 요청 가능 시간인 30초가 지났기 때문에 판독할 수 없다"고 판독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윌리엄스 감독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Open your eyes and look at me."라는 말로 4분간의 항의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후 이창진의 역전 적시타가 터졌으나, 자칫 잘못하면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오늘, 8월 22일. 2루심이자 심판조 팀장인 최수원의 결정적 오심으로 KIA는 또 한 번 경기가 뒤집히며 5연패를 당했다.




불과 두 달 동안 한 심판조와 한 팀이 엮인 판정 시비가 세 건이다. 해당 심판조는 오늘만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시즌 개막전인 한화와 SK의 경기에서 스트라이크 존 판정 논란으로 심판조 전체가 2군으로 강등됐다. 단 11일의 조정 기간 후 1군에 올라온 이들은 5월 24일 LG와 kt의 경기에서 정근우의 3루 태그업 오심으로 복귀 일주일도 채우지 못한 채 구설수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LG의 승리로 끝났으나 해당 심판조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이날 경기는 또 한 번 2군에 내려갔던 최수원 심판조가 복귀 후 맡은 첫 경기였다. 그러나 다시 결정적 오심을 저질렀고, 이는 경기의 향방을 뒤집는 어이없는 패가 되고 말았다. 승리를 목전에 둔 팀은 패배에 울어야 했고, 짜릿한 역전을 거둔 팀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만끽할 수 없다.


경기 후 최수원 심판이 오심을 인정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인정한 것이 아니다. KBO는 허운 심판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판정 당시 2루심은 확신을 갖고 판정했다"며 "그러나 리플레이 결과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 2루심은 펜스를 맞고 타구를 잡은 것으로 확인했고, 감독 항의에는 비디오 판독 요청권을 소비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한 "경기 후 다시 확인해본 결과 실수가 있었다. 최수원 심판도 이를 인정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정을 했어도 경기는 뒤집히지 않는다. 결정적 오심에 대한 사과도 없다. 결국 이 경기는 희대의 오심이 만들어낸 역전승으로 남을 뿐이다.




스포츠에서 통용되는 심판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문제와 관련된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 잘잘못을 가려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무엇보다 심판에게 우선되는 것은 올바른 판정이지,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제대로 된 판정을 했던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잦은 오심을 만들고, 이에 대해 항의하면 "심판의 권위를 무시한다"며 되려 역정을 낸다. 이후 보복성 판정이 없다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문제가 커져도 이들은 2군 강등, 그것도 짧은 유배를 가는 것으로 끝난다. 아무렇지 않게 1군에 복귀한 이들은 하던 대로 판정을 내린다. 결국 피해는 경기하는 선수단이, 이를 지켜보는 팬들이 받는다. 그들이 받는 손해는 어느 것도 없다. 욕을 좀 먹는다는 것 정도.


심판의 권위는 올바른 판정이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된 판정이 수반되어야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경기를 지켜보는 팬도 심판을 존중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는 없으나, 실수했을 경우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심판이 재량껏 판정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나, 오심마저 심판의 재량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재량껏 한 판정으로 넘어가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끝난 경기를 뒤집을 수 없음을 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징계를 내려주길 바란다. 선수가 아닌 심판이 경기하는 지배를 보기 위해 팬들이 그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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