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팀은 투수의 힘으로 먹고사는 중이다. QS 기록하며 로테이션 거르지 않는 선발진과, 선발 뒤를 든든하게 책임지는 불펜 필승조로 승리를 챙기는 게 KIA의 승리 공식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KIA는 유난히 선발과 필승조가 순항하면 무난히 가을야구를 했고, 가을야구 최종 승자가 될 때에도 선발과 불펜의 조화가 빠지지 않았다. '09 시즌에는 로페즈를 필두로 한 선발진과 손영민-곽정철-유동훈의 SKY라인이 주축이었고, '17 시즌에는 헥터-양현종 원투펀치를 앞세운 선발진과 임창용-김세현의 불펜진이 그 역할을 했다.
'20 시즌 KIA는 모처럼 그때 그 모습대로 선발진과 불펜의 구색이 갖춰진 모습이다. 에이스 양현종의 성적이 다소 아쉽지만 브룩스-가뇽이 지난해 외인 선수의 아쉬움을 달래는 중이고, 임기영이 '17 시즌 모드의 재림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윤석민 이후 보기 어려웠던 KIA 토종 우완 선발의 명맥을 이민우가 이어가며 어찌저찌 5선발 운용이 이뤄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박준표-전상현-문경찬, 이른바 '박전문'으로 불리는 필승조의 1군 연착륙이다. 지난 시즌 좌완 하준영을 포함해 '박하전문'으로 불렸던 필승조지만, '20 시즌 시작 직후 하준영이 왼쪽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 및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박전문 세 사람만 시즌을 시작했다. 사실상 풀타임 2년 차에 돌입한 이들은 7회부터 9회까지 총 3이닝을 든든히 책임지며 KIA의 편안한 9시 야구를 이끈다.
언터쳐블 수준으로 리그 최상위 불펜으로 주목받던 박전문이지만 최근 들어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난하게 막고 넘어가야 할 상황에서 장타를 맞고 실점하더니, 시즌 첫 블론세이브까지 기록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들이 세운 지난 두 달간의 기록이 단순히 운이어서 흔들렸다고 할 수는 없다. 박전문은 이미 개막 후 두 달 동안 필요 이상의 이닝을 소화하며 피로가 누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준표
먼저 박전문의 '박', 박준표의 기록부터 살펴보자.
박준표는 개막 이후 총 20경기 등판, 20.2이닝 2승 6홀드 ERA 1.31, 블론세이브(이하 BSV)는 총 1회 기록했다. 최근 KIA 팬들은 등판하는 박준표를 보며 '또준표'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또 박준표가 등판하느냐는 소리다. 3점 차 리드 상황에서 주로 7회에 등판하는 게 그의 역할이지만, 시즌 초반에는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경기나 타이트한 추격 상황 가리지 않고 박준표를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또준표'의 현실은 박준표의 등판 일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개막 이후 8주 동안 주 4회 등판한 경우만 총 세 번이며, 점수차가 크거나 추격 및 동점 상황일 때, 즉 홀드 상황이 아닌 경우 등판도 12회나 있었다. (상세 등판 일지는 하단에 따로 정리했다.) 1일 간격 등판은 6회, 2일 간격 등판 4회로 어떤 상황이든 빈번하게 등판해 제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좌타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한 임기준을 포함한 좌완 불펜이 모두 이탈해 사이드암인 박준표가 좌타자 상대로 표적 등판까지 하게 됐으니, 역할이 늘어남과 동시에 등판 횟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굳건하게 7회를 지키던 박준표가 눈에 띄게 흔들린 건 6월 3주 차, 세 번째 주 4회 등판을 하던 주간이다. 6월 16일 NC전에서 3:3 동점 상황에 등판해 시즌 첫 승을 챙긴 그는 다음날인 17일, 2점 차 리드 상황인 7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6월 3주 차 네 번째 등판이었다. 이날 박준표는 야수 실책 이후 안타를 맞으며 총 3 실점(1 자책)을 기록해 시즌 첫 BSV를 기록했다. 다행히 다음 이닝 역전에 성공하며 패전은 면했으나 KIA 팬들은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박준표는 5월 11이닝 동안 0.82의 ERA와 0.150의 피안타율, 0.55의 WHIP를 기록했다. 그러나 6월에는 ERA 1.86, 피안타율 0.250, WHIP 1.14로 전체적인 수치가 상승했다. 9.2이닝으로 5월보다 더 적은 이닝을 등판했음에도 수치가 올라갔으니 구위가 시즌 초만큼 완벽하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박준표는 지난 6월 16-17일 NC전에서 1이닝 동안 각각 22구, 27구를 던지며 평소보다 많은 투구 수를 보였다. 이 경기 전까지 그가 1이닝 동안 20구 이상 던진 건 단 1회에 불과했다.
* 박준표 주 4회 등판 일지
5월 3주 차 5/19-20 롯데전, 5/22-23 SK전.
6월 1주 차 6/2, 4 롯데전, 6/5, 7 두산전.
6월 3주 차 6/12-13 SK전, 6/16-17 NC전.
* 홀드 상황 아닐 때 박준표 등판 일지 (총 12회)
5/6 키움전 (6회 초 1:1 동점 상황. 1.1이닝 무실점.)
5/9 삼성전 (7회 말 2:4 추격 상황. 1안타 1 실책으로 득점 허용, 1이닝 1 실점(비자책).)
5/16 두산전 (7회 초 10:2 리드 상황. 1이닝 무실점.)
5/19 롯데전 (8회 초 7:2 리드 상황. 0.2이닝 무실점.)
5/20 롯데전 (8회 초 6:0 리드 상황. 1이닝 무실점.)
5/28 kt전 (6회 말 5:6 리드 상황. 2이닝 무실점.)
6/4 롯데전 (7회 초 6:2 리드 상황. 1.1이닝 무실점.)
6/5 두산전 (7회 말 1:4 추격 상황. 승계 주자 1명 홈인으로 분식, 0.1이닝 무실점.)
6/7 두산전 (8회 초 2:2 동점 상황. 승계 주자 1명 홈인으로 분식, 1.2이닝 무실점.)
6/16 NC전 (7회 초 3:3 동점 상황. 1이닝 무실점. 시즌 첫 승리.)
6/20 삼성전 (8회 초 6:2 리드 상황. 선두 타자 2루타-후속 타자 안타 이후 땅볼 홈인, 1이닝 1 실점.)
6/26 키움전 (7회 말 8:3 리드 상황, 1이닝 무실점.)
전상현
다음으로 박전문의 '전', 전상현의 기록이다.
현재까지 전상현은 총 22경기 등판 24이닝 1승 10 홀드 1세이브 ERA 1.13, BSV는 역시 1회 기록했다. 박준표가 워낙 이 상황, 저 상황 가리지 않고 등판해서 그렇지, 전상현의 기록도 만만치 않다. 주 4회 등판은 단 한 번도 없으나 개막 후 8주 중 여섯 번이나 주 3회 등판했다. 일주일 중 절반은 전상현의 모습을 마운드에서 봤다는 뜻이다. 홀드 상황이 아닐 때 등판도 총 10회로, 전상현도 필요할 때면 올라오는 애니콜이었다.
시즌 초 추격조의 부재로 추격조와 필승조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던 전상현은 6월 들어 팀이 리드하는 상황이면 8회 마운드에 올라와 홀드를 챙겼다. 5월에 전상현이 챙긴 홀드는 단 3개에 불과했으나, 6월 9일부터 23일까지, 13경기 중 7경기에 등판해 7번 모두 홀드를 챙겼다. 2주 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등판해 승리를 지켰다는 말이니, 짧은 등판 간격으로 피로도가 올라갈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리그 홀드 1위를 기록 중(6월 29일 기준, kt 주권과 공동 1위)이지만 5월부터 누적된 피로의 결과가 등판 기록에 드러나고 있다.
전상현은 5월 내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미스터 제로'로 불렸다. 시즌 첫 BSV를 기록한 6월 6일 두산전은 선발투수의 승계 주자를 희생플라이로 불러들였던 것이라 자책점에 들어가지 않았고,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이후 6월 9일 kt전에서 유한준에게 초구 홈런을 맞으며 무실점 기록이 깨졌을 때까지도 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스터 제로' 기록이 깨졌으니 더 마음 편히 던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의 6월 3주 차 첫 등판에서 전상현은 평소 답지 않은 투구 내용으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16일 NC전 8회 초에 등판한 전상현은 선두타자 양의지에게 초구 2루타를 허용했고, 이후 박석민의 안타로 1 실점을 허용했다. 이날 전상현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0.4km/h였다. 직전 등판인 13일 SK전 평균 구속은 142.2km/h, 시즌 전체 평균 구속이 141.9km/h라는 걸 생각하면 소폭이지만 구속이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다행히 다음날인 17일 단 9 구로 1이닝을 틀어막으며 우려를 불식시켰으나, 짧은 등판 간격으로 인한 피로 누적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전상현은 5월과 6월 모두 12이닝씩 소화했다. '미스터 제로'로 불렸던 5월의 ERA는 0.00이었으나 6월에는 2.25로 눈에 띄게 올라갔다. 피안타율 역시 0.108에서 0.233으로, WHIP도 0.67에서 1.25로 소폭 상승했다. 1일 간격 등판은 총 5회, 2일 간격으로 등판한 경기는 총 7회다. 투구 수가 적다고 해도 이틀에 한 번 꼴로 1이닝씩 소화하는 건 그만한 피로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상현은 6월 내내 주 3회 등판으로 쉴 여유도 없었다. 지난 23일 롯데전 이후 24-25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지 않았다면 쉬어갈 틈이 생겼을지 의문이다.
* 전상현 주 3회 등판 일지
5월 2주 차 5/12-13 한화전, 5/17 두산전.
5월 3주 차 5/21 롯데전, 5/22, 24 SK전.
6월 1주 차 6/2, 4 롯데전, 6/6 두산전.
6월 2주 차 6/9 kt전, 6/12-13 SK전.
6월 3주 차 6/16-17 NC전, 6/19 삼성전.
6월 4주 차 6/23 롯데전, 6/27-28 키움전.
* 홀드 상황 아닐 때 전상현 등판 일지 (총 10회)
5/6 키움전 (8회 초 1:1 동점 상황. 승계 주자 1명 홈인으로 분식, 1.2이닝 무실점.)
5/10 삼성전 (8회 초 12:2 리드 상황. 1이닝 무실점.)
5/12 한화전 (8회 초 1:1 동점 상황. 1이닝 무실점. 시즌 첫 승.)
5/17 두산전 (6회 초 5:1 추격 상황. 0.1이닝 무실점.)
5/21 롯데전 (9회 초 6:1 리드 상황. 1이닝 무실점.)
5/24 SK전 (8회 말 2:3 추격 상황. 2이닝 무실점.)
5/28 kt전 (8회 말 5:6 추격 상황. 1이닝 무실점.)
6/2 롯데전 (8회 초 7:2 리드 상황. 1이닝 무실점.)
6/27 키움전 (8회 말 0:2 추격 상황. 1이닝 무실점.)
6/28 키움전 (8회 말 0:1 추격 상황. 1이닝 무실점.)
문경찬
마지막으로 박전문의 '문', 문경찬의 기록이다.
문경찬은 총 19경기 등판 18.1이닝 1패 10세이브 ERA 3.93, 마찬가지로 BSV는 1회 기록했다. 마무리라는 확실한 보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술한 박준표, 전상현에 비해 문경찬의 등판 기록은 양호하다. 물론 이는 상대적일 뿐이다. 문경찬의 등판은 대개 1점 차, 즉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빈도와 별개로 그만한 피로도를 안기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두 투수와 마찬가지로 문경찬 역시 세이브 상황이 아닐 경우에도 자주 마운드에 올랐다. 총 8회 등판 중 5점 차 이상 경기만 4번이었으며, 9점 차로 지던 경기의 마지막 이닝을 책임진 날도 있었다. 5월 9경기 중 세이브 3개, BSV는 0개였으니 마무리가 '마무리할' 상황이 아님에도 마운드에 올랐다는 것이다. 구위 회복을 위한 등판과 팀이 마무리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세이브 개수에 비해 등판 횟수가 많게 느껴진다.
문경찬 역시 전상현처럼 6월 들어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는 6월 9일부터 23일까지, 13경기 중 8번의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7 세이브와 한 번의 BSV를 기록했다. 여덟 번의 경기 중 1점 차 터프 세이브 상황은 5회였으며, 2점 차와 3점 차 세이브 상황은 각각 1회, 2회에 불과했다. 2주 동안 어려운 상황에 올라와 9회를 책임졌던 문경찬은 결국 23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연이은 장타로 3 실점을 내주고 시즌 첫 패전 투수가 됐다.
이번 시즌 문경찬의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시즌 첫 등판부터 피홈런을 허용했고, 이후 등판에서도 직구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안타를 내주며 팬들의 걱정을 샀다. 그 와중에도 실점은 있으나 BSV는 없었고, 중요한 순간마다 아웃 카운트를 잡으며 꾸역꾸역 뒷문을 틀어막았다. 이 시기를 지나 서서히 구위가 올라온 후에는 스트라이크만 던지는 특유의 공격적 피칭으로 안정적인 마무리를 선보였다.
5월과 6월 문경찬의 피안타율과 WHIP는 큰 차이가 없다. 피안타율이 0.275에서 0.306으로, WHIP가 1.40에서 1.44로 소폭 올랐으나 앞선 두 투수에 비하면 증가폭이 작은 편이다. 그러나 6월 4주 차 두 경기에서 1.1이닝 7 피안타(2 피홈런) 6 실점을 기록했고, 그 결과 5월 1.80에 불과했던 ERA는 6월 6.48로 훌쩍 뛰어올랐다. 첫 BSV를 기록한 23일 이후 이틀의 휴식을 취했으나, 26일 키움전에서 9회 말 5점 차 리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른 문경찬은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며 직구 구위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 문경찬 주 3회 등판 일지
5월 3주 차 5/19 롯데전, 5/22, 24 SK전
6월 2주 차 6/9 kt전, 6/12-13 SK전
6월 3주 차 6/16-17 NC전, 6/19-20 삼성전
* 세이브 상황 아닐 때 문경찬 등판 일지 (총 8회)
5/7 키움전 (9회 초 8:4 리드 상황. 선두타자 솔로 홈런. 시즌 첫 피홈런. 1이닝 1 실점.)
5/10 삼성전 (9회 말 12:2 리드 상황. 선두타자 2루타-희생플라이로 득점 허용. 1이닝 1 실점.)
5/19 롯데전 (9회 초 9:2 리드 상황. 1이닝 무실점.)
5/24 SK전 (10회 말 3:3 동점 상황. 2이닝 무실점.)
5/26 kt전 (9회 말 4:0 리드 상황. 1안타 1 볼넷, 중견수 실책으로 득점 허용. 1이닝 1 실점(비자책).)
5/31 LG전 (9회 초 4:13 추격 상황. 1이닝 무실점.)
6/6 두산전 (9회 말 3:3 동점 상황. 승계 주자 1명 홈인으로 분식, 끝내기 안타 허용. 1이닝 무실점.)
6/26 키움전 (9회 말 8:3 리드 상황. 연타석 홈런 허용. 1이닝 3 실점.)
서재응 KIA 투수 코치는 "불펜 투수들에게 3 연투는 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지금까지 박전문은 단 한 번도 3일 연속 등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에 한 번 꼴로 마운드에 오르며 주 3회, 주 4회 등판하는 등 절대 짧지 않은 등판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 KIA 불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6월 29일 기준 1군에 등록된 KIA 투수는 총 12명이다. 휴식을 위해 이민우가 잠시 엔트리에 제외된 상태지만 지난 25일 DH 경기를 대비해 정해영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것이기에, 정해영을 포함한 선발을 빼면 불펜 가용 인원은 7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 박준표, 전상현, 문경찬이 필승조를 맡고 있으며, 승리 상황에서 박전문 앞에, 혹은 동점과 추격 상황에 홍상삼이 등판해 전천후 역할을 수행 중이다. 시즌 초 부진했던 고영창은 구위를 회복하며 추격조와 패전조를 오가며, 좌완 불펜의 공백은 지난해 신인인 김기훈이 채운다. 최근 퓨쳐스에서 콜업된 서덕원은 1군 등판 기록이 없는, 긁지 않은 복권이기에 전력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나마 지금은 고영창과 홍상삼의 가세로 살림살이가 나아진 편이다. 시즌 초 박진태, 김현준, 변시원 등 패전조 역할을 맡아야 할 투수들이 대량 실점만 하고 이닝을 먹지 못한 덕분에 지는 경기에도 박전문이 올라가는 상황이 빈번했다. (이들의 기록까지 정리하고 싶었으나 박전문 등판 일지로도 충분히 혈압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 포기했다.) 패전조가 가비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니 박전문은 4점 차 이상의 리드에도, 2-3점 차 이상 추격 상황에도 빈번히 올라와 마운드를 책임져야 했다. 덕분에 등판 텀은 짧아졌고, 피로는 누적돼 날이 더워지며 그 여파가 오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 잡을 수 있는 경기에 전력으로 임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야구는 단기간에 시즌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포스트 시즌이 아닌 페넌트 레이스다. 현실적으로 이번 시즌 KIA의 목표는 5위권을 유지하며 1군 붙박이가 된 어린 선수들에게 포스트시즌 경험을 먹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량 실점을 감안하고 큰 점수 차 경기에서는 필승조를 아껴야 하지 않을까. 가뜩이나 KIA의 이번 시즌 일정은 하반기에 강팀과의 원정 경기가 몰려 있다. 쉴 수 있을 때 필승조가 쉬지 못한다면 정말 중요한 상황에 이들이 퍼져서 제 역할을 못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게 되면 기껏 쌓아둔 승수가 너무 허무하고 아깝지 않겠는가.
누군가는 지나치게 전지적 투수 빠, 전지적 필승조 팬 입장에서 이야기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불펜이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자주 등판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뭐 그리 대수다. 가뜩이나 이번 시즌처럼 투수 뎁스가 얇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있는 자원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 박전문 중 한 사람이라도 이탈하면 이 팀의 불펜은 그야말로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당장 세 투수 중 한 명만 위태로워도 그날 경기가 불안해지는 상황인데. 그러니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는 지금부터라도 조금 더 관리를 해주는 게 어떨까. KIA는 박전문을 조금 더 소중히 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