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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Dec 11. 2021

3차 접종 완료했다

확진자는 터지고 보건소도 터지고 내 인성도 터지고

병상 가득찼다, 서울 경기 환자 과포화되어서 충남까지 내려가고 있다, 이야기 들은게 지난주같은데

드디어 우리 지역에도 하루에 환자가 20명~30명씩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보건소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서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은 다 자가격리중이다. 


부족한 인력을 떼우기 위해 지소 진료소 사람들이 투입됐다. 

해본적없지만 일단 서식을 주고 이렇게 입력하라고 하니까 시키는대로 입력하고 전화 걸어서 심층역학조사서를 작성한다. 


원래 공무원이라는게 다 그렇다. 배운적 없고 해본적없어도 일단 시키면 해야한다. 




통신사가 어떻게 되세요, 명의는 본인이신가요.

자주 사용하는 카드가 있으신가요, 카드 번호는 어떻게 되시나요.

아 피싱은 아니고요, 보건소가 맞는데...이걸 어떻게 해드려야 신뢰를 드릴 수 있을까요...저희가 다른데 쓰려는게 아니고 카드 사용 내역을 이용해 해당 장소를 방문한 시간을 특정하고 밀접접촉자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어휴, 아뇨. 협조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제부터 이번주 월요일부터 오늘까지의 동선을 확인해보도록하겠습니다. 

월요일엔 어딜 다녀오셨나요? 아, 잘 기억이 안나신다고요...그렇죠...예....

거기를 몇 시쯤에 다녀오셨나요? 잘 모르시겠어요?

아 타지역의 아는 사람댁에 다녀오셨는데 연락처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신다고요? 아...그래요...

혹시 백신 2회 접종 하셨나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 한해서 자가격리대신 수동감시 대상으로 전환이 가능하신데요, 물론 가능한 주변에 돌아다니지 않으시는편이 제일 좋지만 부득이하게 뭐 직장을 다녀야한다던가, 자녀들을 돌보셔야한다던가하면 마스크를 끼고 방역수칙 잘 준수하시면서 일상생활이 가능하신데 대신 삼일에 한번씩 코로나 검사를 하셔야해요. 예, 예. 자가격리하실거면 다른 가족들 밥 차려주시는것도 안되구요. 네. 남편분께서 차리거나 배달을시키시거나해야히서....예...그럼 수동감시 하시는걸로 알겠습니다. 이날 이날 와서 수동감시대상자라고 말씀하시고 검사받으시면 됩니다. 




한 사람 전화하고 나면 두세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그나마 나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부터 외부 출입을 자제한 사람들이 많아서 동선도 간단했지만, 누구는 하루에 다섯군데 여섯군데를 드나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그러면 다시 또 그 확진자가 다녀간 곳에 전화를 해서 그 때 곁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음을 전화로 통지하고 문서로 통지서를 작성하고 엑셀에 접촉자 표를 만들고....




남자친구하고 헤어지고(사실 아직도 헤어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로) 오픈카톡방을 이용해서 보드게임방에 들어갔다. 정해진 규칙은 없고 그날그날 시간 되는 사람끼리 만나자는데 신나게 야근하고 있던 어제 

'자가격리중인데 우리집으로 와서 게임 할 사람'

하고 있는 꼴을 봤다. 


아이고야....눈앞이 캄캄해진다. 이걸 제보를 해, 말아, 싶다가 어차피 이름도 모르고 주소도 모르고 우리 지역도 아니고....그냥 눈을 감았다. 




보건지소는 문을 닫고 진료소도 문을 닫고, 

우리는 보건소로 불려와서 각자 역할을 재분배받고, 

오랜만의 보건소 분위기는 익숙지않아서 토할것같고, 

너 여기서 어떻게 버텼니 감염병계 후배에게 물어보니 '안그래도 요즘 그래서 회의감이 심해...'하더라. 


토요일 일요일에도 전 직원 나와서 근무하라고 했는데 나는 3차 접종이 있어서 빠졌다. 

분명 9시에 예약을 했는데 예약시간 상관없이 줄 선 순서대로 맞고있었고 접종하고 나오니 10시 반이 넘더라. 

팔이 슬슬 뻐근하고 몸살감기처럼 내부에서부터 열이 오르는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스트라제네카-모더나 교차접종이 효과는 좋다더라.... 부정출혈보다는 탈모가 낫지...(나는 머리숱이 풍성하게 타고났다)하면서 모더나 맞음에 감사한다. 


동기 한명은 오늘이 접종 이틀째였는데 도저히 일어나서 출근할 기운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면좋을지 물어보더라. 뭘 어떻게해....출근 못한다고 해야지. 눈치 주면 주는대로 먹고 말아야지. 


이런 시기에 연가쓴다고 눈치주고, 왜 연가썼대니 물어보고, 이 시국이라도 연차는 낼 수 있잖아요 말은 못하고 그러게요...하고 대충 넘어가고. 위드코로나 하자고 하자마자 신나게 회식잡던 인간들은 어디가고 이제와서 눈치챙기라고 하고 있냐. 




그냥...그냥 다 귀찮다. 때려치우고싶다. 우울증인지 백신 접종하고 몸이 아파서 그런건지 아니면 이별의 후유증이 커서인지 영 모르겠다. 생산적인 일은 손에 안잡히고 이렇게 감정을 배설하는 일만 쉽게 쓰여진다. 다시 연락이 오겠지, 하고 쉽게들 말하는데 글쎄요. 모르겠어요. 시간이 빨리 지나고 다른 사람을 언제 다시 만날까. 그냥 혼자 사는게 편하지. 

다시 혼자로 돌아온것뿐인데 그냥....그냥 다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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