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삶의 궤도에 따라 멀어져간다
잘 산다는 건 무엇일까.
성공한 삶이라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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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지방으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일 년에 한 번 꼴로 모이기가 어느새 5년을 훌쩍 넘었다.
한 친구는 여전히 병원에서 근무하고, 한 친구는 병원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공부하고 있다. 한 명은 결혼했고, 한 명은 결혼을 생각하는 남자친구가 있다.
코로나가 기승이라 결혼한 친구의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서울에 전세를 마련한 친구의 고층 아파트를 방문하며 나는 프리지아 화분 하나를 사들고 갔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야 프리지아가 동물에게 유해하지는 않은지 검색을 하고, 다행히도 괜찮다는 검색 결과를 보고 안심해서 집들이 선물을 건네줄 수 있었다.
넓은 거실 창으로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전경을 바라보며 '언니 성공했다!'하고 감탄했다. 깔끔하고 정돈된 집안. 사대문 안은 아니라도 엄연한 서울 내 신축 아파트. 자가는 아니라지만 그럴듯한 집에 살고 있는 친구의 모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리 늦지 않게 도착한 다른 친구도 집안을 보고 감탄하며 연신 '언니 성공했네!'하고 나와 짝을 맞추어 호들갑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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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우리 셋 중에 유일하게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했다. 그리고 그 투자는 꽤 성공적이었고, 내 집 마련이 꿈인 나는 항상 언니가 부러웠다. 질투라기보다 동경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래도 나는 지방에 살고있고, 비교적 집값이 싸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몇 년 뒤에는 나도 집을 살 수 있겠지.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강남에 들러 이런저런 일을 보다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과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는 것을 실감했다.
생경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 짧은 신호. 밀리는 차들. 수두룩한 고층빌딩에 각종 병원이며 문화시설공간, 공원, 다종다양한 음식점, 디저트 가게.
유명 브랜드 이름을 내 건 대단지 아파트들을 지나치며 '나는 평생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심란해졌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벗어나 도 내의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다고하더라도 서울만큼 모든 자본이 집합한 도시를 따라잡기는 불가능할것이다. 도를 벗어나 경기도로 이사를 간다고 하더라도, 문화생활 및 여가 자본들은 웬만해선 서울을 따라가지 못하겠지.
나는 충분히 노력하고있고, 잘 하고 있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에서 집으로 내려오는 동안 그동안의 노력이나 희망이 부정당하는 기분을 느꼈다.
동시에 잘 산다는 건 뭘까,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새삼스러운 고민이 머리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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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물론 돈이 있는것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돈이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돈이 없어서 고생하는 일을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황금만능주의를 찬양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그냥 사실이 그럴 뿐이다.
돈은 삶을 윤택하게 한다.
하지만 돈이 많으면 그걸로 성공한 인생이고, 돈이 없으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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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20살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돌아가서 무슨 회사 주식을 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쉽고 빠르고 확실하게 돈을 벌고 싶은 것 뿐이지, 정말로 시간을 돌려서 어떤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
이모는 결혼도 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아이도 낳지 않을거라고 했다.
지금 있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음으로서 여자의 인생은 너무 많은 제약이 걸린다고 했다. 결혼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을거라고 했다.
나는 이모네 애들 정도면 키울만 할 것 같은데. 대꾸했다.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면 하지 않겠노라했다.
그러면 내가 결혼하는 것도 반대야? 남자친구도 없으면서 그렇게 물었다.
이모는 잠깐 고민하더니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면 하고 후회하는게 낫지 않을까?'하고 물었다.
이모는 돌아가면 결혼 안할거라면서? 했더니 그냥 그렇단 말이지, 하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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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에 어느 한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돌아갈 생각이 없다.
인생을 사는 것은 너무나도 피곤하고 지난한 일이라서, 이미 살아온 시간을 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하다.
시간을 돌려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부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시간을 다시 살아오려면… 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나는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그 이상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저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야지. 앞으로는 더 잘 살 수 있을테니까. 더 행복할테니까. 믿고 하루하루 나아갈뿐이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에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보여서,
하다못해 경기도에서도 청약에 당첨되기는 로또나 마찬가지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저 먼 지방에 살고 있는 나는 그냥 조금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무엇일까. 자격지심일까. 부러움일까.
대출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평균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잘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의 경제적 능력이 한없이 미약함을 느낄 때마다 나는 조금씩 작아진다.
차라리 모르고 살았으면 지금 이 곳에서도 만족하고 살았을 텐데.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좁고 동그란 하늘이 천국이었을텐데,
개구리는 우물을 벗어난 순간 넓은 세상을 접하고 조그마한 존재가 되어 비웃음을 산다.
안분지족. 안빈낙도. 그런 말은 아직 세상이 충분히 넓던 옛날에나 가능하던 말이였지.
이제 세상은 너무나도 좁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그마한 휴대폰 하나로 모두 알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몸을 숨기고, 부유한 사람들은 과시한다.
온 세상을 둘러보면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하고, 풍요롭고, 즐거워보인다.
SNS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하다보면 피할 수 없이 그런 때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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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이고, 성공한 삶인 걸까.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삼스럽게 심란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