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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ie Aug 17. 2022

애월 해변의 카페에서

 - 3일 동안의 제주 여행


  미술관을 나와서 사라의 지인이 추천한 애월의 한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 이층은 리조트였다. 가장 멋진 바다 뷰로 썬셋을 보기에 좋은 곳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난 커피와 당근 케익을, 사라는 토마토 스튜를 시켜 브런치로 대신했다.      


  사실 커피는 좋은 카페에 가서 마시고 싶어서 호텔에서 안 마시고 왔던 터라 좀 전에 '김창열 미술관'을 돌아볼 때는 카페인 부족증, 약간 멍한 상태에 빠져있었다. 토마토 스튜는 상당히 매웠다. 서너 번 떠먹었는데 위장에 그 매운맛이 오래 남았다.      


  바다를 향해 짚풀 파라솔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었다. 밝은 베이지 색의 짚풀 모양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 같다고 했더니, 사라는 진짜인 줄 알았었다며 실망스러워했다.     

  내가 밖으로 나가 파라솔 아래 앉아 뷰를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사라는 카페 이층을 탐험했다. 우린 포토 존인 것 같은 스탠드형 의자 위에서 서로 몇 장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카페를 나오기 직전에 나는 몇 초만 이층을 돌아보겠다며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곳엔 바다를 향해 난 작은 풀장이 있고 그 주변에 깔끔한 흰 의자와 탁자들이 있었는데, 거기서 바라다 보이는 바다는 정말 색깔도 예쁘고 근사한 풍경이었다.      














  우리는 그 카페 아래로 산책로가 보여 내려갔다. 예쁜 산책로 아래로는 곽지 해수욕장이 보이는데 바위틈에 오목하게 패인 작은 모래사장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바위 그늘 아래 한 가족이 놀고 있는 모습이 꼭 앞마당으로 통하는 프라이빗 비치 같은 느낌이었다.      


  카페 위 리조트에 묵으면 이곳을 프라이빗 비치로 이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 반대쪽으로 난 산책로는 한담 해변이라고, 바닷가를 따라가는 길이었는데 역시 경치가 참 좋았다. 보는 위치에 따라 바다 색깔이 조금씩 달랐다. 해변 한쪽에는 카약들이 떠다니고 있어서 우리는 오후 늦게 카약킹을 계획했다. 








  해변을 둥글게 돌아 올라가는데, 햇빛이 강하고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서 걷기가 힘들었다. 눈앞에 봄이가 추천한 카페들이 보였다. 우린 더위에 지친 채로 바다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 카페에 들어섰다.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고, 우린 그 줄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위해 줄을 설 기력도 없었으니,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더위를 식혀야 했던 것이다.      


  일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물을 마시며 한참을 쉬었는데 그곳도 확 시원하지 않아서 힘들었다. 목덜미를 덮은 머리를 높이 올려 묶어보기도 했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린 좀 더 시원한 이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다가 겨우 의자 두 개와 작은 테이블 하나를 따로 떼어서 자리 잡고 앉았다. 우린 여기서 조금 앉아있기만 하다가 커피는 오늘 길에 보아둔 다른 카페에 가서 마시자고 했다.


  사라는 잠깐 앉아서 핸드폰을 보더니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그냥 한숨 잔다. 도중에 좀 더 넓고 좋은 자리가 나서 옮길까 물었더니 주문도 하지 않으면서 넓은 자리 차지하기 그러니까 그냥 있자며, 그런 우리가 노숙자 같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지루해지던 차에 호세에게서 톡이 왔다. 좀 전에 우리가 들렀던 카페 아래 육모정 사진을 보내며 그곳에 있다고 했다. 우린 중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카페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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