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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Jul 30. 2020

을지로에 스며든 작업실

마일드아이즈 스튜디오  




마일드아이즈 스튜디오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12길13 402호
vimeo.com/mildeyesfilms



"공간을 내게 될 때 저만의 기준이 있었어요. 햇살이 들어야 되고, 도심의 중심부에 있어야 하고, 재료를 사면 더 좋고요.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곳이 을지로였어요."


저는 전공이 영화쪽이었고 영화 프로듀싱을 계속을 해왔어요.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당시 내가 지금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했을 때, 결론은 영상 프로덕션 작업하는 것과 배우들의 사진 작업이더라구요. 영화쪽에서 일하다보니 배우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서 작업을 해왔어요. 정확히 말하면 포트레이트를 찍어드린 것이죠. 그런 작업을 했고, 작업한 인물들이 70명에서 80명이 넘어가면서 부터 내 공간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그러던 와중에 예전 세운상가 예술공간 800/40을 만들었던 친구들이 학교 동기였는데, 그 친구들이 을지로를 추천했어요. 공간을 낼 때 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어요. 햇살이 들어야 되고, 천고가 높아야 되고 중심부에 위치해야 하고, 뭔가 재료같은 것을 사면 더 좋고...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중요한 기준이었는데, 이런 기준들에 이곳이 부합하는 곳이었어요. 저는 바로 지르는 스타일이라 공간 방문도 하지 않고 사진만 보고 골랐고 바로 계약을 했어요. 마일드아이즈는 영상 프로덕션 작업실이자 배우들의 사진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입니다. 광고 프로덕션이라고 보셔도 되겠네요. 을지로에 광고 프로덕션이 사실 거의 없거든요.  




"미용실이랑 비슷해요. 주말에도 찾아오시는 배우 분들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요. 앉으시면 옷같은 걸 받아서 걸어드리고, 보실 거 아이패드로 보여드리는...(웃음)"


여기는 오픈된 공간은 아니지만 상업 광고 대관을 한 적은 있었어요. 광고와 영화 쪽에 지인들이 있다 보니 CF에 공간이 나온적도 있어요. CF작업은 스태프가 워낙 많다보니 대규모가 돼버려요. 그러다보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고려했을 때 조금 조절하는 상황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사람들 찍어주는 재미가 있어요. 미용실이랑 비슷해요. 주말에도 찾아오시는 배우 분들께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요. 앉으시면 옷같은 걸 받아서 걸어드리고, 보실 거 아이패드로 보여드리는...(웃음) 제가 그런 서비스를 좋아해요. 그래서 공간 하나를 더 기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을지로 안에서 뭔가를 꾸며서 사람들에게 오픈하는 공간으로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기보다는 생각만 있습니다.



마일드아이즈 김문하 영상감독



"배달의 민족 '도시와 글자' 작업으로 지역을 담으면서 의미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진짜 사람사는 곳이란 걸 알았죠."


작년에 배달의 민족 '도시와 글자'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었어요. 을지로 철공소 골목 일대의 오래된 손글씨 간판을 쓰신 분들을 찾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였는데요. 작업을 하며 간판 쓰신 분들을 찾아갔는데, 그분들이 지금은 돌아가셨거나 사라져버리셨어요. 실제로 가서 지역에 계신 장인 분들을 만나보면 사실 그들은 버텼고, 지금은 쇠락했고, 이곳에서 작업하는 것에 자부심이 있고, 을지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젊은 이들이 도와줘서 나름대로 좋게 고맙게 생각한다는 정말 단상에 가까운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 말씀들을 들으면서 느낀 건 여기 정말 사람 사는 곳 맞네 라는 것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이 지역에서 버티고 만들어온 자부심이 있는데, 신체적으로는 나이가 들었고, 그냥 하던 일을 했왔을 뿐이었던 거죠. 그것을 담아야하는 저희의 시선은 없어지는 것들에 대해 그리되, 의미부여를 하기 보다 없어지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까지였어요. 그 이상을 담으면 좀 사기가 될 것 같아서요. 사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단조롭고, 기억을 회상하는 것들이 중심이 되는데, 그 기억이 심지어 다 달라요. 나이가 드셔서 어쩔 수 없이 기억이 달라요. 사실을 일부러 미화시키거나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실제로 보고 경험하고 이야기 들으니까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곳은 내가 뭔가 판타지를 갖고 볼 것도 아닌 그냥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고요.




"이곳은 워낙 로컬성이 강한 장소잖아요."


그 작업을 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도심 한복판에 1차 산업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어요. 저도 제조가 된 것을 만들긴 하지만 같은 의미에서 몸으로 뭔가를 생산해내시잖아요.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도 만들고, 조립하고 이런 것에 유사성이 있으니까. 동질감과 안정감이 느껴지더라구요. 지역에 대해 제가 생각했던 바운더리가 넓어진 느낌있었고요. 이곳은 워낙 로컬성이 강한 장소잖아요. 여기에 계신 분들과 몇 번 방문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왔다갔다 하면 관계가 형성이 되는 부분이 있어요. 





"작업자한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안정감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에서 을지로는 안정감을 주는 곳이에요"


창작과 을지로가 연결되어있냐고 물어보신다면 점점 이어지고는 있는데 영감을 받아서 한다기 보다 제가 이 공간에 있는 것이고 한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억지스럽게 말하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저는 미팅이 있으면 일단 여기로 오라고 하거든요. 배달의 민족의 경우 저의 메인 클라이언트인데, 정말 자주오세요. 거기서 만든 영상이 세 개정도 있어서 그것들 때문에 오긴 하지만요. 그런데 오고 싶어하세요. 을지로가 가지는 지역적 활기, 그건 분명히 무시 못하거든요. 이곳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있어보여요. 저는 작업자한테 제일 중요한 것이 안정감이라고 생각해요. 이 장소에 오게 되고 나서 오는 안정감. 저는 그게 제일 컸어요. 저는 지금 젊은 사람들의 움직임보다는 여기에 계셨던 분들이 가지는 지역에 대한 생각, 존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게 훨씬 더 크고요. 저도 여기서 뭔가를 잘 꾸려나가려고 했을 때 무엇을 해야할까가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전에 작업실 되게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성수동에도 있었고, 홍은동에도 있었고, 여러군데에서 있었는데, 지금이 제일 안정감이 있는 상황이에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둘 다 자극받는 콘텐츠를 하고 싶어요."


외국에서 혹은 외국에 살고 있거나 혹은 외국에 적을 두고 있거나 살다가 돌아온 분들의 스토리, 을지로에서 맞붙으면 생기는 실시간의 감상 같은 것들을 극이 약간 있는 다큐멘터리로 담고 싶어요. 주인공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고, 그 사람들이 경험하면서 나오는 화학반응을 담아서 보여주면 좀 더 와 닿지 않을까 해요. 힘들게 그분을 찾아가서 담고, 괜히 친한척하면서 "오늘 콩국수 먹었지~!" 그런 게 너무 이상하고 억지스럽게 느껴지거든요. 나중에 인사 안할 거면서.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젊은이가 직접 와서 뭔가를 배우네. 무언가를 하네, 외국사람이 한국에 와서 뭔가 하네. 보게 되잖아요.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둘 다 자극을 받는 콘텐츠를 하고 싶어요. 기존에 있던 것을 담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오게 됨으로써 생겨나는 드라마 혹은 사람이 사건이 되었으면 해요. 경험이 되고 그 경험으로 받는 사람도 변하는 것을 담아내는 것. 제가 만들고 싶어하는 다큐멘터리의 방향성이에요. 영상은 기본적으로 전제가 되야하는 게 사람들이 본다 라는 것이거든요. 을지로에 맞는 작업을 한다면 다큐가 되지 않을까 해요. 을지로는 나이든 분들도, 젊은 분들도 지역이 없었어도 뭔지에 대해 알게되고, 시각적으로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집중이 되잖아요. 무언가를 만들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걸 시각적으로 담았을 때 집중이 되는 것 같아요. 








을지로 예술가와 공간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하고 있어요. 을지로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나 인물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명인돈까스>

사장님이 항상 한결같고 친절하세요. 되게 낡은 곳이에요. TV도 20년도 더 된 TV예요. 그런데도 위생이 안좋다는 느낌이 전혀 없고, 진짜 세월 오래지났다 이런 기분이 들어요.


<중앙칼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쪽에 있는 현상소예요. 빠르면 아침에 맡기면 30분 안에 나와요. 가격도 3,000원으로 저렴하고요. 중앙칼라. 칼라하면 중앙 (웃음)












인터뷰이  김문하

취재  홍주희,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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