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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Jul 24. 2020

밥도 사람도 꼭꼭 씹어 먹어요

작은물




작은물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큰물이 많은 것보다 작은물이 곳곳에 많아지는 게 좋고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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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물

윤상훈


instagram.com/zak_eun_m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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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물은 어떤 공간인가요?

4년 전 친구 5명이 작업실을 찾다가 여기랑 위층을 임대했어요. 음악, 미술, 글 쓰는 친구들이 같이 밥 먹을 장소가 필요했어요. 저기 냉장고 위에 가마솥이 있거든요. 가마솥에 밥을 짓고 된장 비빔밥을 해서 나눠 먹었고, 그런 모임을 하기 위해서 이 작업실을 구했어요. 밥상에서 우리 서로 꼭꼭 씹어 먹고, 사람도 꼭꼭 씹어 먹어야 덜 오해하고 덜 미워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밥을 먹으면서 음악을 하기도 하고,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을 하나둘 초대하면서 시작된 공간이에요. 1년 정도 지나면서 일부는 카페나 전시, 공연 공간으로 사용하게 됐고요.


밥을 먹는 공간이었군요.


밥 먹고 놀기 위한.


지금도 다섯 분이 다 있나요?


지금은 두 명 남아 있어요. 한 명은 시골에 농사지으러 갔고 한 명은 작업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나갔고, 한 명은 독립해서 앞에 공간을 따로 차렸어요. 지금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요.





작은물이란 이름은 직접 지으셨어요?


네, 제가 밀었던 이름이에요.


리더였어요? (웃음)


그런 건 아닌데, 작은물이란 단어가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나왔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하자고 계속 설득했어요. 어감도 좋고, 의미도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의미를 이야기하려고 해도 부끄러워서 말 안 했는데.


오늘도 말 안 하시는 건가요?

아무래도 좀. 작은물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큰물이 많은 것보다 작은물이 곳곳에 많아지는 게 좋고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을지로에 오게 된 이유가 있나요?


5-6년 전쯤 세운상가 주변에서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아카이빙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 친구들이 모이면서 같이 돌아다니게 되었고 을지로의 매력에 빠졌어요. 오래된 풍경이 있는 곳이잖아요. 임대료가 싸다는 장점도 있었고 교통도 좋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재료를 구할 곳도 많고 기술자도 많으니 좋았어요.


예술가들이 오래전부터 오가던 곳이죠. 세운상가 아카이빙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저희가 주체적으로 한 건 아니고 처음에 거버넌스 기획단으로 도와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작가님은 어떤 작업을 하시나요?


저는 사실 작가라고 하기에는 그렇고요.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니고. 원래 음악을 하기도 하고, 설치 작업이나 퍼포먼스 작업을 했어요. 뭐 하나 열심히 하는 건 없긴 한데 지금은 서울로에서 작은물 이름으로 전시를 해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작품 활동도 같이하면 힘들 것 같아요.


음악 활동을 조금 적게 하고 공간을 운영하면서 사람들 만나고, 재미있는 일을 벌이는 것에 좀 더 집중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계속 여기에 갇혀 있으니까 외부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하려고 해요. 고인 물이 될 수 있으니까. 계속 흐르고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장기적으로 해 보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저희는 다시 밥 먹는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음악가 친구들이 마음을 모아서 24팀이 참여한 작은물 컴필레이션이란 앨범을 낸 적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마음이 모여서 감동적인 앨범이 나왔어요. 그 친구들과 이런 커뮤니티를 잘해보고 싶어요.


스물네 개 팀을 다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여기서 공연했던 팀이에요. 손님으로 만나기도 하고 밥을 같이 먹기도 하고 또 건너서 친구가 되고 친구가 되고 자연스럽게 공연이 계속 이루어졌거든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저희가 기획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나서 만들어진 공연들이에요.


을지로 좋아하세요?


3년 되니까 잘 모르겠어요. 처음보다 재미가 덜하긴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소소하게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상업화되고, 사람이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군요. 을지로가 어떻게 흘러갔으면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항상 이런 질문에는 밥을 꼭꼭 씹어 먹어야죠, 말하는 편이에요.


을지로에서 친하게 지내는 예술가나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육일봉

가까운 곳에 육일봉이라는 공간이 있어요. 예술 작가 두 분이 같이 운영하는데, 독특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어요. 되게 다양하고 독특한 분들이 찾아오는데 마음씨가 따듯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재미있는 작업도 많이 해요.


사랑방칼국수

충무로 쪽에 사랑방칼국수라고 있어요. 닭 요리거든요. 되게 맛있어요.








취재 정혜진 김나래

글 & 편집 길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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