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OF
을지로 15길 5-6 (을지로3가 156)402호, 5층
55ooofff.com
입장료가 있는 전시공간
을지로 3가 좁은 골목 사이 낡은 건물 5층에 자리잡은 오브는 매달 젊은 작가들의 색다른 작품이 선보여지는 전시공간이다. 5층 옥탑의 외부공간 한 곳과 내부의 두 공간을 엮어낸 이 곳은 세 개의 방이 각기 다른 색으로 나뉘어져 방마다 콘셉트에 맞는 미디어, 설치, 회화 등의 작품이 결합돼 동시에 한 전시안에서 이뤄지도록 운영한다.
오브 공간운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교통 좋고 임대료 저렴한 작업실 공간을 찾아서 발품팔다가 을지로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처음엔 이곳 4층에 사진하는 친구와 함께 커머셜한 작업실 공간을 만들었는데 집주인 분이 5층 공실을 창고처럼 쓰라고 하셔서 전시를 한 번 두 번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지금과 같은 전시공간의 모습이 된 건데, 생각했던 것 보다 금방 공간이 바이럴 되었어요. 지금은 다섯명의 멤버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간 운영 외에 작업도 하시는지요?
공간을 하면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둘 중 하나만 하는 것도 너무 어렵기 때문에. 두가지를 동시에 하는 작가님들도 많고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도 많지만, 저는 제가 작가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요. 지금은 기획을 주로 하는 공간 운영자입니다.
전시할 때 보통 기획자의 색깔이 들어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웅진님은 어떤 색을 가지고 계신지 어떤 종류의 전시를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취향인가요.
맞아요. 결국에는 다 취향이에요. 인터뷰 할 때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무엇이냐, 작가를 어떻게 컨택하나, 어떤 장르의 작가들과 주로 작업하나 라는 질문 많이 하시는데요. 인사동 공간들에 가보면 전시하는 작가님들 대단하신 분들이지만 항상 자작나무 같은 그림들만 걸려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인스타를 뒤져서 10분만 봐도 우리나라에 잘하는 젊은 작가들 많거든요. 그 작가들이 그 나이대에 자기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제 때 게워내야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요. 이공간이 이렇게까지 바이럴이 된 것도 그 니즈에 대해 관객들이 갈증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에 응답을 한 것이라고 봐요. 제가 뭔가 엄청나게 크리에이티브 한 게 아니고, 나도 그것에 갈증이 있어서 열었더니 같이 갈증이 있던 사람들이 와서 본 것이죠. 그것 이상의 어떤 화학작용 같은 것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몇 년 전 즈음에 세운상가 주변으로 해서 지역 기반의 예술 프로젝트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의 을지로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을지로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그 때는 지금처럼 힙지로나 카페가 생긴 것이 아니고 세운상가나 이쪽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기금을 통해 붐업이 된 거죠. 그런 반면 저는 오히려 지금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도 기금 받고 하면 좋겠지만 그것을 기대하면서 하는 공간은 많은 것 같지는 않고요. 힙지로 버프를 받으려는 공간은 몇 개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때보다는 지금이 괜찮은 것 같아요. 오히려 덜 끈끈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하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장단점이 있긴 하겠죠.
기획에 영감을 주는 것이 있다면요?
공간에 대한 총괄을 제가 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제가 하고 싶은 기획만 하지는 않아요. 공간과 밸런스가 맞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준비를 a부터 z까지 해놓고 한다기 보다 전체적인 룩을 보려고 해요. 예를 들어 7월에 있는 전시는 전시 관련된 행사로 시인 분이 있는데 그분이 쓴 시집이 배틀그라운드예요. 배틀그라운드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이 뭔지 아세요?
배그 게임 아닌가요?
맞아요. 시는 메타포만이 아닌 실제 배틀그라운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배그 원리가 처음에 100명이 시작하는데 원이 점점 줄어드니 최후에 한명이 남을 때까지 싸워요. 그게 어떤 신체적인 이야기라는 거죠. 제가 전시 기획을 할 때는 배틀그라운드라는 시를 쓴 작가님과 엮어서 글을 받는 것 처럼 미술장르 내에서만 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그런 것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가령 저는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로서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 분명 한계가 있을 것예요. 제가 진짜 알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남자 기획자가 오롯하게 기획에 성공해 냈을까? 에 대해서도 여자로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새벽에 골목길 걸을 때 이어폰을 빼고 걷지 않지만 대다수의 여성분들은 무서움 때문에 이어폰을 빼고 걸어요. 저는 이런 것을 학습을 통해서만 아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이런 종류의 공부를 한다는 것이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내가 미술이론서를 읽고 미술 역사서를 읽고 하는 것보다 그런 것들이 중요한 공간들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제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는, 부유되어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 가까이에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런 연장선상에서 예술가로서 을지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 보다 을지로 오브에게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들, 예를 들어 월세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담백하게 이야기할 수 있죠. 거창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대중들과 예술가 층의 갭을 만드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방향이 궁금해요.
저희 공간이 시각적으로 되게 쎄요. 그러다 보니 아무리 화이트 큐브처럼 해놔도 아주 섬세하고 작은 디테일의 색감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이 공간이 무서울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종류의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도 연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 하고 있고, 퍼포먼스라든지 사운드작업이라든지 미술장르 내에도 그런 장르가 있잖아요. 여기는 공간이 분명하게 파티션 되어있어 장르까지도 수용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철학, 신념... 없다고 하시지만 있으세요. 말씀하시는 맥락 속에서 남은 어떤 것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을지로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공간 혹은 예술가, 혹은 자주가는 맛집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작은물>
작은물을 추천해요. 작은물과는 계속 친하고 맞은 편에 있고 하니까. 오브에서 추천하는 공간이라고 하면 작은물이요. 작은물이 저희 톤과도 맞고 자주 만나요. 2년 정도 알고 지냈고 친해요. 거기 계셨던 인혁작가님도 여기서 전시도 하셨고요.
<을지면옥>
여기 주변에는 우래옥, 을밀대, 평래옥 등등 평양냉면집이 많지만 제가 생각하는 평양냉면의 디폴트는 을지면옥이에요. 재개발로 시끌시끌하긴 하지만요.
인터뷰이 오웅진
취재 정혜진,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