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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Sep 04. 2020

'식물원' 속 사람과 자연의 관계

여인혁 작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좋고, 필요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기반을 다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을지로에 있는 것들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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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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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설치, 연출, 조형 등 시각예술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세운상가에서 2015년부터 3년간 도시재생 관련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도시와 사람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N/A 갤러리로 인터뷰 장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예전에 이곳에서 배달의 민족 행사를 했는데, 그때 이 공간을 보고 평소 갤러리와 카페의 공간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다시 오고 싶었어요. 오늘 바람이 차고 많이 부는데, 햇볕이 내리쬐어서 눈부시네요.





<웃고 말하고 반짝이며 쏘다니는 꽃>이란 전시가 있었어요.


그 말이 인간 중심적으로 느껴졌고, 꽃이 도망치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도망치는 꽃>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지금은 신작을 준비하고 있고요.


신작은 꽃의 연작인가요?


꽃이긴 한데 관계에 집중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에 얘들이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웃고 말하고 반짝이며 쏘다니는 꽃>을 만들었고, 다음에 들여다보니 도망치는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작은 도망이 끝인지, 어떤 관계가 바람직한지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어요.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물음을 신작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이름도 다를 거고, 지금은 <식물원>이라는 키워드로 신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개별적인 것이 아닌 집합의 느낌이네요.


요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생각한 건 인간만 가만히 있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장이 안 돌아가니 하늘도 맑고요. 자연은 인간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데 인간들만 무언가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실의 위치를 을지로로 정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을지로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이 지역을 이해하고 익숙해지다 보니 여기가 나의 공간, 나의 장소라는 느낌이 생겼어요. 좀 더 친밀하고, 이곳의 매력을 발견하게 됐죠.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좋았다가 사람들, 다양한 풍경, 교통, 재료 수급의 용이함 등을 접하면서 미술 작업에 대한 방향이 생겼어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작업도 지속하고 공간도 지속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요호서울이란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하셨다고요.


지금은 도자기, 세라믹 테이블웨어를 주로 만들고 있어요. 액세서리나 플레이트, 컵 이런 걸 만들어서 페어나 전시 기회가 있으면 나가서 선보이곤 해요. 사업을 폭발적으로 확장하거나 만들진 않고 좀 천천히 만지면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순수예술 이런 것과는 또 다르고 순수한 영역에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 있고 또 상업적인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한 번에 한 제품 안에 녹여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작품성이 있으면서 개념도 있고 잘 팔리는 걸 만드는 게 어렵더라고요. 요호서울도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은 마음과 예쁜 제품을 그런 것들을 충족시키면서 가고 있는 브랜드고 조금 더 이면에는 명품이나 훌륭한 퀄리티에 도달하는 혼자만의 실험을 하면서 만지작만지작 꼬물꼬물 나아가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요호서울은 어떤 의미인가요?


가볍게 요호! 야호! 같은 신나는 이름으로 재미있고 즐겁고 귀여운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감탄사고요. YH가 제 이름의 이니셜이에요. 그리고 허세가 별로 없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웃음)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작품이 있나요?


그렇죠. <도망치는 꽃>이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세운상가에 있을 때 창가에 풀잎을 놔뒀는데 바람에 팔랑팔랑 흩날리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근데 평소에 바람이 없는 실내의 화분은 움직이지 않잖아요. 그래서 움직이면 귀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호서울의 액세서리 중에 불똥같이 생긴 링홀더가 있는데 제가 어릴 때 불장난을 자주 했거든요. 그때 여러 오브제를 불태우면서 든 생각과 이미지를 액세서리에 연결했어요. 작업에 쓸 무언가를 기다리기보다 어? 하는 순간에 느낌이 오는 것 같아요.


<웃고 말하고 반짝이며 쏘다니는 꽃>에서 작품을 ‘이 꽃 또는 로봇’이라고 칭하셨는데, 자연과 생명으로 대변되는 꽃과 기계와 기술로 대변되는 로봇이 있다고 보면 될까요?


그렇게 정의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고, 사람들이 이걸 바라봤을 때 생각하게끔 하는 하나의 매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맨 처음 생각한 것과 작품을 만들면서 드는 인식이 저 또한 달라지고, 그래서 작품 이름도 계속 바꿨어요. 그러면서 새로운 작품 <식물원>이라는 새로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더 고취하고 공부하면서 내가 더 좋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죠. 작품에 그 순간의 제 고민을 보여주는 거예요. 식물인지 로봇인지 고민했다기보다는 그 순간의 내 고민을 시각화해서 작품을 만든 거죠.


식물 관련 작업을 하면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서 식물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때가 있을 텐데,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어요.


식물이 뿌리를 내린 흙과 양분, 빛을 충족하는 상태에서 로봇을 결합하는 게 최종 단계인데요. 어쨌든 제 작업에 계속 사용하는 거니까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 자체로 이미 관계가 자연스럽지 못하거든요. 이미 권력이 생기는 거니까. 그래서 일단 거기까지 작업할 건데 그건 <식물원>에서 고민하고 있죠.


작가님은 을지로에서 계속 작업할 계획인가요? 을지로에서 가까운 미래를 그린다면 어떨지 궁금해요.


일단 을지로에 계속 있을 생각이에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좋고, 필요한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기반을 다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을지로에 있는 것들이 좋아요. 이런 것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면 저도 그곳으로 갈 수도 있겠죠. 그렇게 흘러갈 것 같아요.


작가님의 추천 공간, 혹은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을지로OF

전시 공간인데 음료도 팔고 좋아요. 저도 거기서 전시를 했어요.


박동준 작가

평소에 근황을 나누지는 않지만 떠오르는 사람이에요. 세운상가의 풍경을 VR로 옮겨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공;간극이란 전시 공간을 운영해요.








취재 강정원 김나래

글 & 편집 길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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