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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Aug 31. 2020

을지로 예술가 시점

이원경 작가 (을지천체)


저는 미술대 졸업 이후 서울에서 주민이 가장 적은 을지로로 이사해 독립해서 살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을지로에 온지 8년 정도 됐네요. 처음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다가 본격적으로 미술 작업을 하기 시작한 건 5년 정도 됐어요. 그 시기에 우연히 중구청 도심산업과에서 전개한 을지로 디자인 예술 프로젝트로 접점이 생겼거든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을지로동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그 중에 거주하는 청년은 더 적어서인지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지역의 작가들도 만나게 되고, 기술 장인들과 점차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골목길 미관개선 재생 사업으로 셔터아트를 꾸준히 하게 되었습니다.


을지로 셔터아트

골목갤러리   https://youtu.be/B9F1KaHkKls


이원경 작가 (을지천체)

@wonnieye




기획자로서 작가님 이야기를 더 많이 접한 것 같아요. 기획중인 게 있다면요?


을지로 4가 일대 산림동 골목길 셔터아트 프로젝트를 3년 정도 하고 있어요. 저는 한 가지를 끝까지 계속 가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좁고 깊게. 기존 벽화사업의 패러다임을 좀 바꾸고 싶었어요. 참여 작가들에게 좀 더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요.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기획하기 보다는 할 수 있는 한 셔터아트 프로젝트를 변주하며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달 속의 햇빛_ 이원경 작품 /  류지영 사진


 

<기억의 필연성> 展에서 '달 속의 햇빛' 작품을 봤어요.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나요? 


보통 시간이 멈춘 낡은 도시로 소개되는 '을지로'라지만 실제로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죠. 을지로 내부에 있는 사람으로서, 내부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그 세밀한 차이들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출발 하게 됐어요. 그래서 먼저 시간을 담는 몸체인 시계를 찾기로 하고 철공소 골목길을 돌아다니던 중에 한 사장님께서 가게 오픈 기념으로 지인에게 받은 30년 된 시계를 보여주셨어요. 오래 돼 멈춰있지만 버리기 아까워 계속 넣어두셨던 건데 선물로 주셨어요. 그렇게 작업실에서 시계를 분해하면서  <기억의 필연성> 이전의 전시였던 <해와 달이 밝게 빛날 때> 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이번 작업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됬어요. 예전과 달리 인공적인 빛과 조명 아래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는 현재의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에 비춰진 과거 기억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죠. 그리고 그런 재료를 찾던 중에 유리조각과 신주가루를 발견했어요. 특히 실제로 만지면 까슬하지만 만지면 고운 모래 같은 신주가루는 조명을 받으면 금가루 같기도 해서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이후 분침과 시침을 제거하고 초침만 남겨서 현재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결국 장인분들의 도움을 받아 시계를 되살리는 과정을 통해 저 스스로도 지금, 여기라는 시간성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지 더 세밀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전시는 시계라는 오브제를 통해 그 시간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행위였다고 봐요.


오브제 얘기가 나와서, 본인을 상징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으시잖아요.


네. 반은 고양이 반은 붕어빵. 냥이라는 캐릭터를 디자인 했어요. 도시에 오염물이 많잖아요. 더럽고. 철가루도 있고. 그래서 생물이 그걸 먹고,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하게 되면 분명 혼종으로 변이 될 것이라 상상 했어요. 얼굴은 귀엽긴 하지만 돌연변이인. 어린 시절엔 자기가 인어공주 인줄 알고 살지만 결국에는 찍어낸 붕어빵의 꼬리를 갖고 있는 자신을 이해하게 되요. 처음에는 그냥 낙서처럼 고양이를 그린건데  캐릭터가 보통은 자기를 투영하기 마련이잖아요? 사회 조직에서 봤을 때 저도 약간 이종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내 모습을 반영시킨 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재미가 들려가지고 좀 더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스럽게 만들어봐야겠다- 했어요. 그렇게 웹툰도 만들고, 동화도 만들고, 인형도 만들고 그 캐릭터로 많은 걸 만들게 됐죠.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지고 있는데 캐릭터라는 게 변화하고 있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렇죠. 동글동글 해지고 점점 귀엽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죠. (웃음) 캐릭터의 생명력을 위해서 더욱 친근하게 바꾸어 갔던 것 같아요.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존재가 됐으면 했거든요.




을지로 라이트웨이나 판타지아에서는 큰 조형물로 봤는데 매력적이었요.


붕냥이 캐릭터를 만들면서 막연하게 풍선으로도 만들어보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성동구에서 캐릭터 벌룬 공모가 있는 거예요. 붕냥이의 기원은 을지로 철의 골목이었지만 성동구 축제에 쓰이는 용도로 제작이 되면서 좀 더 큰 틀인 도시재생으로 노출이 됐어요. 한강변 다리 아래예요.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을 통해 성동구의 다른 축제에서도 붕냥이 풍선을 봤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그렇다면 혹시 을지로에서 하는 축제에서도 붕냥이 풍선을 써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연락을 드려봤어요. 공공기금을 받아서 만들면 좋은 게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퍼블릭한 장소에서 노출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성동구에서만 하지 말고 을지로에서도 하자- 이렇게 얘기를 했죠. 처음에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가 지역 간에 협업으로 되물으며 제안드렸더니 도심산업과에서 공문을 써주셔서 결국 얘를 빌려오게 됐어요. 그렇게 을지로에서 '라이트웨이' 축제와 '을지 판타지아'에서 두 번의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붕냥이가 현실세계에서 어떤 긍정적인 매개체가 돼준 경험은 제게 많은 의미를 주었고, 정말 뿌듯했어요.


예술가들은 관찰에 있어서 남다른 것 같네요. 예술을 하기 때문인가?


저는 사진, 영상을 전공했어요. 이것과 상관이 있으려나 싶은데, 뭘 하나 보면 다각도로 분석하고 유사하거나 연결된 다른 이미지들을 곧 잘 떠올려요. '~ 같기도 하네' 라는 말을 습관처럼 사용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제 주변의 동료 작가들도 그런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제가 다른 업종의 일을 할 때에는 이런 화법은 환영받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을지로에서 창작하면서 예술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 발견한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하면서 관찰력이 상승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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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에서 좋아하는 곳이나 작가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이정성 장인>

세운상가에 계시는 이정성 테크니션 님이요. 가끔 작업실에 들르면 수리중인 백남준 작가 작품이 있어요!

그래서 장인의 공간에 방문하는 자체가 매력 있고 재미있어요. <기억의 필연성 > 전시 작품을 만들면서 참조한 이미지가 바로 제가 졸업한 학교에 있었던 백남준 작가의 작품 '거북이' 안에 플레이되던 영상 중 1frame 이에요. 전시에 필요한 레퍼런스 이미지를 웹서핑이 아닌 이정성 테크니션으로부터 받을 수 있었는데, 이건 정말 을지로라서 가능한 사건이였던 거 같아요.


<북해빙수>

북해빙수가 동대문 도매 시장 쪽에 하나 있고, 을지로에도 있는데요. 사실 전자의 장소에 추억이 더  많아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던 때 마음 놓고 밖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밤 시간이라 도매시장 안쪽에 위치한 북해빙수 가서 한 그릇 먹고 오고 했었는데, 을지로에 처음 생겼을 때부터 너무 반가워 자주 이용하는 곳이에요.


<채원 작가>

을지천체는 공유 작업실이라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공간인데요, 그와 관련돼 만나게 된 작가 한 분이 계세요.

두 달 전 영국에서 공부를 하다 코로나로 졸업 작품을 현지에서 준비하지 못해 한국에서 하게 되었죠. 어쩌다 을지천체 공간과 연결이 되었는데, 작가님이 다니던 학교에서 전시를 할 수 없으니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 사진을 찍어 pdf 제출을 하라고 했데요. 그래서 기존 아이디어에 많은 변화를 주게 됐고, 결국 죽음이라는 키워드로 고가구를 태우는 퍼포먼스를 거쳐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을지로 한곳에 터를 잡고 집중해서 졸업작품을 한 케이스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갑자기 채원 작가의 기억속에 을지로와 을지천체 이야기가 궁금해지네요.




인터뷰이_  이원경

취 재 _  백유경, 홍주희

글&편집_  홍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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