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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을터뷰 Aug 26. 2020

을터뷰어를 을터뷰하다

일러스트레이터 설동주


일러스트레이터 설동주
instagram @skinheduck



작가님에 대한 한줄 소개로 시작해볼게요. 


펜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설동주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시티 트래킹이라는 이름으로 도시의 모습을 펜드로잉과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인터뷰에 참여해 준 방산시장 독립서점 그래서 책방에서 <을지로 수집>을 추천받았어요. 책이 어떻게 보면 저희가 하고 있는 을터뷰의 원조?! 격이고, 작가님이야말로 진정한 을터뷰어이시잖아요.(웃음) 실제로 저희도 인터뷰 진행하면서 <을지로 수집>이 좋은 레퍼런스가 되기도 했고요. 좋은 책 지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면서, 첫 번째 질문 드려봅니다<을지로 수집> 책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을지로 수집>과 시티트래킹 작업을 시작하게 된 시발점이 염리동이에요. 제가 어렸을 때 염리동이라는 동네에 살았었는데요. 제가 태어난 동네고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살았던 동네예요. 그곳이 소금길이라고 옛날에 소금장수들이 왔다갔다 하던 길이었대요. 동네가 좋은 동네는 아닌데, 정감있는 동네였어요. 그 동네를 좋아해서 성인이 되어서도 매년 가고 싶은 거예요. 그때는 그림은 따로 하지는 않았지만 시직찍는 취미가 있었던 때라 일년에 한두번씩 사진찍을 겸 산책하듯이 염리동에 다녔는데 2017년에 가보니 철거를 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살던 집이랑 그 동네는 그때 다 헐렸고, 건물이 딱 하나 남아있었는데 그게 제가 살던 집 바로 옆 건물이었어요. 허물어진 동네를 보면서 당시에 충격을 받았어요. 작년까지도 불과 몇 달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너무 쉽게 없어진다는 것이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아쉬움도 컷고요. 


을지로 시티트래킹 작업을 하던 와중에 을지로 일대의 재개발이 시작돼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뉴스 보고 바로 가봤는데, 이미 철공소들이 허물어져있더라구요. 헐린 자리에는 아파트가 올라간다더라구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염리동이 생각이 났어요. 염리동 때 여러 가지 감정이 있었는데, 가장 컷던 건 아쉬움이었거든요. 남아있을 때 모습을 많이 기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요. 그래서 여기(을지로)는 그래도 조금 더 많이 기록을 하고 수집해보자 해서 본격적으로 작업했고, 당시 아는 편집자님과 이야기 하다가 이거 책으로 한번 해보자 해서 진행되었어요. 



책 <을지로 수집> ⓒ 설동주



OO수집 처럼 시리즈로 발간되어도 좋을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 있으신가요


제목은 그렇게 안낼 수 있어도 그런 형식으로 연결성있게 가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도 염두하고 시작한 것이기도 하구요. 책에 있는 그림 중에 되게 좋아하는 그림이 있어요. 남산타워보이는 그림인데, 그림에 나온 장소가 지금은 철거되고 많이 올라갔어요. 건물 지반공사 다 했고 쭉 올라 갈 텐데, 다 지어지면 이 뷰가 많이 가려질 거예요. 여기가 세운상가 꼭대기에서 본 뷰거든요. 진짜 말도 안되는 뷰죠. 뒤쪽으로는 북한산까지 다 보이고, 앞으로는 남산타워까지 다 보이니까요.

     

<을지로 수집>中 남산타워에서 청계천까지 ⓒ 설동주



세운상가에서 본 뷰를 그리신 거네요. 


네. 종로 쪽이죠. 세운상가에서 을지로 방향으로 청계천, 충무로 남산, 남산타워까지요. 제가 좋아하는 동네를 압축해 놓은 뷰 인거예요. 충무로도 제가 되게 좋아하거든요. 제가 다른 데에서는 이런 뷰를 본 적이 없어요. 좋아하는 장소의 풍경이 밀집 되어 있는 뷰라서 좋아했는데 아파트 건물 지어지면 막아버리니까. 가려지면 힐스테이트에서나 볼 수 있겠죠. 

     



세운상가 옥상은 을터뷰 하면서도 여러번 추천 받은 장소이고 저희도 가봤지만 정말 좋더라고요. 그런데 앞으로 그곳이 독차지 하겠네요이 좋은 을지로 뷰를


네. 이런 것들이 제가 도시에서 생활 하면서 인상깊게 보는 부분들이에요. 그런데 다른 이들은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다른 나라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느꼈었던 건, 뉴욕이나 호주 멜버른 같은데 가면 100년 넘은 건물들도 많거든요. 실내 들어가면 멀끔하고 좋은데 외관은 진짜 오래된 모습 그대로 남겨둔 거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건물을 리모델링 하려면 안에는 다 바꿔도 되는데 겉에 껍데기는 무조건 남겨둬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게 비용도 더 많이들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렇게 까지 해서라도 지켜내려는 마인드가 멋지고, 도시의 앞으로 변화되는 모습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많이 아쉬워요. 서울에서 살면서. 그런 고민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책 <을지로 수집> 中 ⓒ 설동주



그림 작업 하시면서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나요


딱히 영향 받은 작가는 없는데, 작가 한 명 생각하면 프랑스 작가 중에 장자크 상떼라는 작가가 있어요. 상떼그림을 좋아해요. 그런 감성을 좋아해요. 


     


그분도 파리나 뉴욕을 많이 담았잖아요


네. 결은 다르긴 한데, 그런 따뜻한 감성을 담으려고 해요.




지금은 어느 동네를 트래킹하고 계신가요?


최근에는 후암동 작업을 하고 있어요. 후암동에 후암시장이 원래 과거에 엄청 규모있고 잘 나가던 시장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엄청 초라해졌어요. 그럼에도 과거의 영광같은 것들이 조금은 남아있거든요. 그런 시장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어요. 조만간 작은 전시를 할 것 같긴한데, 그것을 위한 작업 후암동 작업 하고 있습니다. 


* 후암동 시장 일대를 기록한 설동주 작가의 개인전 <시장후암> 전시는 8/30까지 후암가록에서 열린다.




브랜딩 관련 작업도 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미 브랜딩 잘 하시고 계신 것 같아요. 콘셉트나 역할이나 하시는 일들이 다 드러나 있더라구요. 저희가 어떤 걸 질문을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게 가장 어려웠거든요. 어쨌든 요즘은 작가가 그림이 뛰어나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인정받는 게 아니라 나를 어떻게 보여주고 내 작업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해주느냐 가 중요한 시대잖아요. 그런 게 작가가 아니고 회사로 치면 브랜딩인 건데, 그걸 제가 배운 적은 없지만 계속 시행착오도 겪어보며 피드백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큰 틀은 있는데 그 안에서 시도를 계속 해보는 식으로요. 초반 시티트래킹 작업이 지금 <을지로 수집>에 나온 느낌은 아니었는데,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있으세요?


딱히 없는데...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어요. (웃음) 좀 오랫동안 팔렸으면 좋겠어요. 지금 계신 분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지금의 모습이지만 나중에 가서도 계속 볼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늙어서 작업할 때도 서점에 있는 책이기를 하는 바람이 있죠. 그때면 그래도 몇 쇄 가있지 않을까 해요. (웃음)




잘 될 것 같아요앞으로 롱런할 것 같아요. (웃음)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사실 저는 힙지로라는 말 안좋아해요. 안 힙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쉽게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서울에 그런 전례들도 너무 많았잖아요. 특히 을지로는 개인적인 애정도 있지만 큰 의미가 있는 동네라고 생각해요. 서울의 한복판 중심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요. 철거하지말고 바꾸지 마 이런 건 아니에요. 도시는 항상 변하고 바뀌니까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한테 이해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으려면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해요. 핫플레이스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의 이야기나 모습에 대해 관심갖고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을지로 수집>에서 을지로의 여러 장소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추천해주시는 곳이 있다면요?


책 <을지로 수집> 中 청계상가 만물상 ⓒ 설동주



청계상가 안에 마트있는 거 아세요? 오락기랑 노래방기기 파는 3층 건물 안에 마트가 있어요. 그 곳을 너무 좋아해요. 가보시면 청계상가에 계신 분들의 모습과 일상의 단면을 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상인 분들이 사용하시는 사인들이 있는데요. 맹견주의 사인도 있고, 재밌는 거 되게 많아요. 나이 있으신 분들이 많다보니 올트스쿨의 과자들도 많고요. cd도 판매하고 있어요. 지금은 많이 사라진 물건들을 여전히 판매를 하고 이곳에서 소비되는 것들을 보면,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아요. 청계상가 안쪽이 되게 좁고, 일하고 계시니까 방해가 되면 안되니 조심스럽긴 하거든요. 한번씩 가면 사진 많이 못찍고 보기만 해도 재미있어요. 기억에 남고요.  




     







인터뷰이  설동주

취재  홍주희, 백유경

글&편집  백유경

자료제공 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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