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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쿠아마린 Sep 08. 2021

아파트 여섯 채를 팔게 만든 노래

집을 팔고 추억을 샀습니다.

https://youtu.be/0Z-Mn_i2dEg


정말로 확고하게 믿기 때문에 기꺼이 투자를 하겠어요. 내가 힘들여 번 돈을 내놓겠어요.고객에게 결심은 위험 부담이 있다. 결심하는 순간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아직 이런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 무언가를 구매할지 결정하려는 고객은 세찬 개울 앞에 서 있다고 보면 된다. 고객은 개울 건너편에 있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 서 있으면 저 아래 폭포 소리가 들린다. 개울에 발이 빠지면 어떡하지? 저 폭포 너머의 삶은 어떤 걸까? 바로 이런 것이 고객이 ‘지금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무의식으로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걸 산 내가 바보가 되면 어떻게 하지? 고객의 걱정을 덜어주려면 그 개울 한가운데에 커다란 징검다리를 놓아줘야 한다(p104)  <무기가 되는 스토리> 


의정부 손님은 분명 목적이 있어 내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내게 전화를 건 순간 그는 내 통화연결음에 반해 버렸다. 목적을 잃고 처음으로 대화하는 내게 별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이 음악...너무 좋은데....너무 좋은데...” “그러세요? 그럼 제가 선물해 드릴게요”

바로 선물을 했다. 팬텀싱어 시즌1에서 인기상(바리톤 박상돈, 테너 유슬기, 테너 백인태)이 부른 일볼로의 ’Quando I’amore diventa poesia’-사랑이 시로 승화될 때-였다.


손님은 아쉬워했다. 이 아름다운 곡을 통화연결음으로 쓰고 싶었는데 자신이 사용하는 통신사는 지원이 안되는 곡이란다. 그는 벨소리로만' 인기상'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사용하는 통화연결음도 실은, 내가 원하는 부분이 아닌 후렴구만 들을 수 있어 아쉽지만 ‘일볼로’의 곡을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일볼로’의 노래보다 ‘인기상’이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를 좋아한다. 이 곡을 들을 때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더 이상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선율이 없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신호대기 중에 브레이크를 스스르 놓아 차가 굴러가고 있는 줄도 모를 지경이었다. 경고음이 정신없이 울려 브레이크 밟은 발에 힘을 주었을 때는, 이미 앞차를 살짝 들이받고 난 후였다. 이후 난 이들의 공연을 10번도 넘게 갈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의정부 손님과는 이렇게 첫 대화를 시작했다. 사무실을 찾아와 물건에 대한 나의 브리핑을 듣고, 구매의사를 비췄으나 내가 만류했다. 매도자가 원하는 건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었다.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잘랐다.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면 전 거래를 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매도인은 내 제안에 승복을 했고, 거래는 원활히 이뤄졌다. 의정부 손님은 자그마한 체구에 아량이 넓은 사람이었다. 오래된 건물에 있을 법 직한 문제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안고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중간에 선 나는 이런 손님을 더 살뜰히 챙겨야 한다. 어물어물 넘어가려는 매도인께 집 상태를 사진찍어 보내고(세입자가 이사 간 상태였다), 문제점을 일일이 체크했다. 매매 조건이 수리를 해서 넘겨준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런 조건을 원했으면서도 비용을 최대한 아끼려 들었다. 



집이 팔리니 화장실 다녀 온 뒤 변한 마음만큼 마음이 바뀌었다. 마음이 안 내키니 수리도 엉망이었다. 수리를 해야 마땅할  부분을 자신이 보기에 멀쩡하다는 이유로 빼먹기 일쑤였다. 내가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마지못해 수리를 했으니, 결국 비용은 더 들어가고 만다. 공사는 어차피 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나절을 일했다고 일당이 덜 나가지 않는다. 매도인은 이런 계산을 못 했지 싶다. 하루, 이틀이면 끝날 공사가 비용을 아끼자고 꾀를 쓴 탓에 며칠 더 걸쳐 공사를 하게 되었고, 인건비가 2배, 3배로 늘어나 버렸다. 



의정부 손님은 까탈없이 자신이 해결할 부분은 혼자 처리를 했다. 그리고 집을 잘 샀다고 흐뭇해 했다. 세입자도 주인처럼 좋은 사람으로 맞춰졌다. 


인터넷 광고를 보고, 이번엔 그의 아내가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 물건 보고 왔는데 있느냐는 물음이다.

“전화를 주시지 그러셨어요!. 그건 이미 거래가 됐어요”

내 사무실에 오면 그 물건이 그냥 있을 줄 알았단다. 또 하나를 거래할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다. 물건이 나오자마자 전화를 하니 집도 안 보고 계약을 하겠단다. 그것도 나에게 다 일임을 하겠다니 이보다 더 무서운 말씀이 어디 있나? 이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믿음을 가장한 책임 씌우기 아니겠는가(이분들의 의도가 이게 아니었음을 나는 안다) 굳이 못 오신다니 방문해서 사진을 찍어 보냈고, 집의 문제점을 샅샅이 고지했다. 사진만으로도 의정부 손님은 만족한 듯, 계약금을 바로 송금했다.


또 하나의 아파트가 나왔다. 우선 순위로 이 손님께 알렸다. 전세입자가 있는 집이다. 세입자가 집을 보여 줄 수 없다고 나온다. 사정을 이야기하니, 안 보고도 사겠단다. 집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시골에서 농장을 하시는 주인은 가격을 많이 절충해 주셨다. 주인은 사정이 있어 급하게 매도를 하는 것이지만 세입자는 주인 사정이야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다. 참 야속했다. 



박상돈, 유슬기, 백인태가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로 인해 나는 아파트 3채를 팔았다. 그리고 다른 손님께도 다른 단지 아파트 3채를 팔았다. 

내 필링으로 인해 대화가 시작된 또 다른 손님은 목소리가 다정했다. 물건이 나오면 타지역 보다 같은 지역에 사는 ‘자신’에게 달라고 예의있게 사정을 했다. 알고 보니 내가 졸업한 학교의 선생님이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의 원칙을 귀띔해 드려도 고집을 꺾지 않고 한 단지 내의 아파트만 3채를 매수했다. 


투자는 확고한 믿음 앞에서 행할지라도 마음이 흔들린다. 위에 열거한 내용처럼 위험부담이 있고,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잃을 수도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하나의 등불에 의지함 없이 가는 외로운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과, 고민을 하겠는가. 나는 손님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한다. 충분한 생각 후에 매수를 하라고 충고한다. 나도 그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는 불확실할수록 매력이 있다지만, 피땀 흘려 번 돈이 주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누구나 고민을 하게 된다. 이건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만큼 깊은 고뇌가 아닐 수 없다.


노래 한 곡으로 아파트를 3채 사 주신 손님들께 내가 놓아드린 징검다리는 없다. 보여 준 비젼도 없었다. 다만, 그들이 나를 ”사기는 안 치게 생겼다’ 정도로 생각해 주었다고 생각은 한다. 굳이 징검다리였다면 ‘인기상’, 아니 ‘일볼로’ 가 부른 ‘Quando I’amore diventa poesia‘가 아니였겠는가? 

’무기가 되는 스토리‘의 저 부분을 읽다가 두 분 손님이 생각났다. 오늘은 비가 와서 한가하기 때문이다.


가을비 고인 도로 위를 차가 달리면 츠윽측, 촤아악, 물 젖은 소리가 빗줄기 속으로 퍼진다. 

초가을 습기는 마음을 적셔 오지 않아 좋다. 탁탁탁, 스텐 봉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아직 거슬림은 없다. 그들의 투자는 지금 시점에서 ’성공작‘이었다. 


팬텀싱어 시즌 1에서 '인기상'이었던 이 세 사람은 로커 출신 '곽동현'을 멤버로 지목해 '인기현상'이 되었다. '곽동현'을 영입한 일은 이들에게  진정 '신의 한 수'였다. 이들은 각자의 이름 한 자씩을 따서 '인기현상'이 되었다. 이들의 파괴적인 음량은 전율이 일 정도로 압권이다. 그리고 최종 2위를 자지했다. 


https://youtu.be/Z8SYww3rb-E

 곽동현. 막 제대를 하고 출전했답니다. 지금은 아이돌 같은 외모가 되었습니다. 이동신은 맨하튼음대 대학원 출신입니다. 이 대결에서 무명의 로커 곽동현이 우승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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