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3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원 Jul 15. 2020

나 혼자 산다

늘어가는 1인 가구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나혼자산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4인 가구가 주된 주거형태였으며, 그 후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그 예상은 빗겨나갔다. 지금은 단연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주거형태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유 공간 없는 원룸에서, SNS를 이용해 사람을 만나고,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 속에서 살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밤 방영되는 MBC의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시청자들의 욕망을 읽었다. 


<남자가 혼자 살때>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전파를 탄 뒤 <나혼자산다>로 정규편성 됐다. 초기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혼자 사는 남자의 궁상맞은?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도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연예인도 일반인과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준 '나혼자산다'


‘나혼자산다’는 1인 가구 시대에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자취생활, 취미와 같은 일상생활을 시청자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줬고, 시청자들은 유명하고 돈깨나 있는 사람들의 일상도 자신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에 적지 않은 공감과 위로를 느꼈다. 덕분에 ‘나혼자산다’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 됐다. ‘나혼자산다’ 멤버들은 매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여러 상을 받았고,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최고의 프로그램상도 3년간 독식하며 그 사랑을 증명해 보였다. 오죽하면 명실상부 MBC 최고의 예능이라고 불리던 ‘무한도전’의 뒤를 잇는 프로그램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하지만 ‘나혼자산다’도 잠시 주춤할 때가 있었다. 2016년, 원년 멤버들이 한 명씩 빠지고 새로 충원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출연자들 간의 케미에서 나오는 재미가 줄어들면서 이렇다 할 화제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 전현무, 박나래, 한혜진, 헨리, 기안84, 이시언으로 구성된 무지개 멤버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다시금 출연자들간의 연대감을 끌어올렸고 방송에서 그들의 케미는 빵빵 터졌다. ‘나혼자산다’ 세계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주춤하는 <나혼자산다>에 다시금 전성기를 가져다 준 무지개 멤버들. 그들의 케미는 무시무시하다;;

특히 (성훈, 기안84, 이시언, 헨리)의 4얼간이 조합, (이시언, 기안84) 리얼 형제 조합, (박나래,기안84) 우결 조합 등 무지개 멤버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케미가 나뉘어 시청자들의 볼거리는 더욱 늘었다. 몇 번의 멤버교체도 있었지만, 회장을 축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무지개 멤버 연대감과 케미는 ‘나혼자산다’를 지탱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라고 했다. 너무 자주 방영됐던 무지개 멤버들의 모임과 친목에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들에게 느끼던 동질감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나만 혼자 사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혼자 사는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


‘나혼자산다’의 프로그램 취지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싱글라이프를 보여주며 외로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나혼자산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여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평범한 연예인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무지개 멤버들이 서로 돈독해지고 유대감이 깊어지면서 함께 어울리는 단체 에피소드가 많은 것도 문제였다. 언뜻 보면 자기들끼리만 잘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혼자산다’라고 해서 출연자가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모습만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다만, 고정 멤버들뿐만 아니라 게스트들조차 남들과 어울리는 모습에만 치중하는 ‘나혼자산다’는 1인 가구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오히려 방송 초창기 데프콘처럼 인기는 없었어도 진짜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는 과거의 ‘나혼자산다’가 그립다는 의견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나혼자산다’의 강점은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통해 전하는 진심이었는데 반해 최근에 낭만 가득했던 제주도의 일상을 보여준 송승헌 편은 설정이 너무 과한 것 같았다. 일반인이 공감할 수 없는 송승헌의 제주도 라이프는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은 물론 거부감까지 들게 만들었다.     

송승헌의 멋있는 제주도 라이프 너무 멋있고 부러웠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그의 일상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었을까..?

오늘은 나 혼자 보낼까? 아님 나갈까?


‘나혼자산다’는 옛날처럼 아예 혼자만의 일상에 집중하던 옛날로 돌아가기보다는 느긋한 일상 속에 틈틈이 친구들 혹은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적절히 섞음으로써 재미와 공감, 둘 다 잡아야 한다. 손담비, 안보현 그리고 박세리 편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혼자만의 일상을 보여주며 공감을 유도하다가도 중간중간 적당히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프로그램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나혼자산다’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재빨리 수용한 덕분에 이러한 문제는 잘 해결되는 듯해 보인다. 하지만 걱정이 조금 있다면 피드백을 너무 과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근 3주 동안은 친구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채 철저히 출연자 혼자만 나오는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한건 좋지만 앞으로도 이런 에피소드만 방영된다면 프로그램이 단조로워지거나 시청자들이 기다리던 무지개 멤버 간의 케미를 놓치게 될 것이다. 시청자들이 오늘은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지, 밖에서 누군가와 만날지 고민하는 것처럼 ‘나혼자산다’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혼자만의 일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와 남들과 어울리는 에피소드 사이의 비율을 고민하며 적절하게 조절해 나가야한다.  


혼자서도 잘 살지만, 가끔은 친구와 어울리는. 시청자들은 그런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연예인을 통해 동질감과 위로를 얻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황금 입을 가진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