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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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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브리 Jul 14. 2020

황금 입을 가진 사람들

MBC 라디오 골든마우스 어워즈


매일의 무게


우리는 '매일'의 무게를 버텨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미친 듯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일.

매일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자리에 앉아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문제를 푸는 일.


일상은 힘들고 지겨운 '매일'의 연속이다.


여기, 그 '매일'의 무게를 이겨내고 오랜 시간 한결같이 청취자들의 일상을 책임져온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빛나는 황금 입을 가진 사람들, MBC 라디오의 '골든마우스'라고 부른다.

   

사진 출처 : MBC

황금 입을 가진 사람들


 MBC 라디오에는 '골든마우스 어워즈'라는 상이 있다.


 오랜 세월 한결같이 MBC 라디오와 함께 한 최고의 진행자에게 선사하는 상으로, 혼신의 열정으로 온 세상에 사랑과 감동을 전한 이들의 목소리를 새겨 영원히 기억하고자 마련됐다.


 20년 이상 MBC 라디오를 이끌어온 DJ들에게는 골든마우스가, 10년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한 DJ들에게는 브론즈마우스가 수여된다. '골든마우스'는 2014년 임국희, 1996년 이종환, 김기덕, 2003년 강석, 2007년 김혜영, 이문세, 2010년 최유라, 2010년 배철수, 2019년 양희은이, '브론즈 마우스'는 2008년 손석희, 2009년 노사연, 2012년 최양락이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여름, 무려 8년 만에 2명의 새로운 브론즈마우스가 탄생했다.


 <김현철의 골든디스크>의 DJ 김현철,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의 DJ 김신영이 그 주인공이다.

  

팝을 사랑하는 당신의 설레는 오전을 위해, DJ 김현철


 오전 11시, 꽤 이른 시간에 만나는 <김현철의 골든디스크>는 팝을 사랑하는 청취자들에게 이슬비 같은 부드러운 시원함을 선사한다. 골든디스크의 핵심은 선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DJ와 제작진의 내공이다. 대체 그들이 모르는 팝송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명곡으로 꽉 찬 선곡표는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DJ 김현철과 골든디스크의 힘은 긴 시간 함께해온 애청자들의 감성과 취향을 적극 반영하되, 매일의 새로운 소식을 음악에 담아내는 유연한 구성에서 잘 드러난다. 일례로, 최근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골든디스크에서는 'Gabriel's Oboe', 'Il Etait Une Fois En Amerique' 같은 모리꼬네의 작품들을 모아 소개했다. 그 자신도 음악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DJ 김현철과 함께 거장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하루는 청취자의 입장에서 참 먹먹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노래 선정에 공을 들이지 않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김현철과 함께하는 MBC 라디오가 무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청취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선곡을 선보였다는 점은 분명 높이 살 만하다. 세상에 음악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동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골든디스크의 명곡 행진에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사진 출처 : MBC


나른한 정오를 깨우는 커피보다 강력한 목소리, DJ 김신영


 “다 내려놨습니다."


 지난 2월, 영화 ‘사냥의 시간’ 홍보차 <정오의 희망곡>을 찾았던 배우 이제훈의 말이다.


 점잖은 모습으로 대화를 주고받던 그가 어느새 클럽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조명 아래서 유산슬의 녹색 반짝이 재킷을 입고 리듬을 타고 있다.


 “신영나이트, 컴온, 컴온, 커몬!!”


 이제훈이 '나지나지 신나지 재미나지 나는 엑스엑스라지!'를 외치도록 만든 마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단 1초의 정적도 용납하지 않는, 그야말로 범접 불가한 텐션의 진행자, 김신영이다.


 침묵은 곧 방송사고요, 내 수다는 여러 사람 살리는 거라는 오프닝 멘트에는 DJ 김신영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하루의 한가운데에 놓인 오후 12시, 나른한 정오는 졸기 딱 좋은 시간이다. 잠에서 깨려고 커피를 들이붓기 전에, 라디오를 켜고 그녀의 목소리와 음악에 귀를 기울여보기를 추천한다.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는 청량한 여름 하늘 같은 상쾌한 프로그램이다. 축 쳐져 있던 몸과 마음에 차오르는 흥을 직접 느껴보기를 바란다. 웃음 외길 10년, 김신영의 진행은 그야말로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의 정수다. 재미를 보장하지만 절대 뻔하지 않다는 것이 DJ 김신영이 가진 매력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에너지와 넘치는 위트를 겸비한 ‘신디’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진 출처 :  MBC



라디오는 언제나 그대 곁에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너무나 빠른 세상 속에 산다.


 당장 어제까지 유행했던 것이 오늘은 촌스럽게 여겨지는 게 이상하지 않은 요즘이다. 방송계도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바삐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담담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멈춰있는 것들이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그렇게 한결같아서 빛이 나는 존재가 바로 MBC 라디오다.


 10년 동안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올해에는 매일 짧게라도 일기를 쓰겠다는 나와의 약속조차 지키기가 어렵지 않은가.


 MBC 라디오와 DJ들은 그 대단한 일을 오늘도 해내고 있다.


 덥고 습한 여름의 한낮에도,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 아침에도 내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언제라도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기에, 라디오는 더 든든한 삶의 동반자가 된다. 세상 한가운데 나 혼자 똑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울적한 날에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당신에게 말을 거는 DJ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를.


 마지막으로, 10년이라는 세월의 기록을 쌓아 올린 두 명의 새로운 브론즈마우스에게는 존경과 사랑을 듬뿍 담아 박수를 보낸다.


사진 출처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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