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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피 Aug 09. 2020

추리물인데 8부작이라고?  

MBC '십시일반' 


  ‘월화수목 황금시간대는 무조건 32부작 꽉꽉 채운 미니드라마여야 한다?’이건 이제 편견이다. MBC의 최근 방영 드라마들은 ‘저녁 같이 드실래요?’를 제외하고 모두 32부작이 아니었다. 꼰대인턴(2020.05.20~2020.07.01.)은 24부작 ‘미쓰리는 알고 있다.(2020.07.08.~2020.07.16.)’는 4부작에 불과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십시일반은 8부작이다. 추리물인데 8부작이다? 듣기만 해도 매 회차 전개가 얼마나 박진감 넘치게 흘러갈지 기대가 된다. 이야기는 화백의 생일 축하와 유언장 발표를 위해 8인의 가족이 한 저택에 모이면서 시작한다. 생일파티 다음 날 화백이 숨을 거둔 채 발견되고 저택에 모인 8인 모두가 용의선상에 올라 그중 범인을 찾아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4화까지 보고 난 뒤 느낀 십시일반의 강점은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다양한 인물의 시점 활용이다. 



  1화는 화백의 집에서 20여 년간 살림을 도맡은 가정부 ‘박여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2화는 화백의 과거 내연녀이자 ‘유빛나’의 엄마인 ‘김지혜’가 화자가 된다. 사건이 모두 해결된 미래에서 프로그램의 PD가 각각의 인물을 인터뷰하며 그 인물이 사건 속에서 목격한 것, 가졌던 인상을 설명하게 한다. 그리고 그 인물의 말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식이다. 




  화자를 따라 상황을 보여주는 연출도 돋보인다. 김지혜가 주요 화자였던 2화에서는 카메라가 김지혜의 뒤를 팔로우 백(카메라가 인물의 뒤를 따라가는 기법)하며 다른 등장인물을 관찰한다. 즉 김지혜의 시점에서 인물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핸드헬드(손으로 찍어 흔들림이 자연스럽게 담기는 기법) 기법을 통해 불안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면서 시청자가 극 안에서 인물을 직접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언제든 각자의 인물에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는 연출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이야기의 중심 화자인 ‘유빛나’를 조망해 다른 관점에서도 사건을 볼 수 있게 한다. 이는 마치 전지적 작가 시점인 소설에서 각 주인공들의 시점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주·조연할 것 없이 용의 선상에 오른 8인 모두가 주요한 인물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빛나’ 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사건을 끌고 나간다.



  3화에서는 유빛나가 범인으로 몰렸지만 4화에서 백인호에게 치사량의 수면제를 먹인 5명이 모두 밝혀졌다. 다섯 명이 십시일반으로 화백에게 수면제를 먹인 이유는 공통적으로 화백이 남긴 유산에 대한 ‘탐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빛나의 ‘탐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얼핏 보기엔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배후를 찾으려는 것 같지만 그렇다기에 빛나는 아버지와의 유대감이 크지 않았다. 과연 빛나가 숨긴 탐욕이 무엇일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남은 회차에서 드러날 반전 요소들을 기대하며 매 회차의 화자를 따라간다면 추리 소설의 결말을 알게 됐을 때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총 8명의 배우가 등장하다 보니 각각의 연기 톤이 일정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가정부 ‘김 여사’의 연기와 내연녀 ‘김지혜’의 연기는 다소 과장된 연극 톤인데 비해 그 외 다른 인물들은 모두 드라마다운 연기 톤을 보여준다. 드라마의 느낌으로 몰입하다가도 배우의 발성과 톤이 연극처럼 올라오면 몰입이 깨지기도 한다.     


   또한 8부작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결정적으로 입소문 탈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십시일반은 출연진 중에 대중적으로 크게 이름이 알려진 배우가 없는 만큼 드라마 그 자체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살인 사건과 추리를 다룬 장르물 특성상 대중적인 취향도 아니다. 앞서 종영한 ‘미쓰리는 살아 있다’도 입소문을 채 타기도 전에 종영했다. 4부작으로 끝나 결말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평도 있었다. ‘십시일반’의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 8부작이 적당한 회차 구성이 될 수도 너무 압축적인 구성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되도록 8부작을 꽉꽉 채워 너무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완성도 높은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MBC는 드라마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아끼지 않는다. 최근에는 공모전 당선작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판타지, SF, 추리물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물에 대한 도전도 주목할만하다. 앞서 종영한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2020.03.23. ~ 2020.04.28.)’처럼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장르물 드라마는 언제나 ‘덕후’를 낳기 마련이다. ‘미쓰리는 살아 있다’에 이어 시청자의 몰입을 요구하는 추리물을 들고 온 만큼 ‘십시일반’도 ’덕후‘를 양산하는 질 높은 드라마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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