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다고 결혼이나 출산 등의 제도를 부정하는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공무원 집안의 딸 부잣집, 막내딸은 그렇게 독립을 위한 표현되지 못한 그 무엇을 가슴에 품고 그것이 콤플렉스든 원동력이든 간에 동기로 작용해 살아왔다.
내 나이 40 초반 즈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아주 부당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억울하고 슬픈 감정은 어떤 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어서 결국 감히 꿈도 꿔보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지나고 나서 듣기로는 40 초반이 되면 호르몬이 장난을 친다는데 아마도 호르몬이 나의 선택을 부추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혼이란 선택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자유의 맛이 달콤할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 그렇지 못했고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 무능력자로 만들었다. 한동안은 그랬다. 하지만 그간의 고민들이 한 겹 한 겹 쌓이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사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고 뚜렷한 정답을 발견할 수 없을 때 정답 찾기를 포기하자 그곳에 정답이 보였다. 그리고 외쳐본다. 여자의 인생은 40부터라고.
여자 나이 40줄에 들어서면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생리는 끊기지 않았지만 임신할 확률은 현저히 줄고 콜라겐, 골밀도 등 건강을 가늠하는 기본 수치들의 그래프는 가파르게 하향선을 탄다. 노안이 오고 무릎도 시려오는 등 여러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경험하거나 예고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적잖이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당히 세상을 알고, 적당히 세상을 모르는 40대가 가장 아름다울 나이가 아니겠는가.
나의 이야기는 40대의 중년 여성들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40대를 준비할 30대 여성을 위한 이야기이다. 50대에겐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를 충실하 다지게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인생은 40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