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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Dec 05. 2021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별하는 법

둘째 언니의 연이은 전화... 형부의 급한 톡


"야, 전화받아"

"처제, 바쁜 거야? 전화해"


평상시와는 다른 게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감이 집히는 것 없기에 1시간 만에 느긋하게 전화를 했다. 폰이 무음이 된지도 모른 채 청소를 하며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시간이 그리 흐른지도 몰랐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언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내용인즉슨 임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놀랬지만 설마. 위독한 게 한두 번이었던 것도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가는 고비일 거라 잠깐 생각했다.


"돌아가셨다고"

"진짜 돌아가신 거야"


멍. 순간 몇 초 의 침묵.

자가호흡이 멈춰서 인공호흡기만 달고 있으니 호흡기를 달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고 가족들은 병원에 와서 아버지께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축 늘어졌다가도  영양제 맞고 거뜬해지신 게 아버지의 일상이었는데, 아무렴 코로나 19 4단계로 긴 시간 동안 면회를 못했다고 돌아가시다니..

두어 달 전만 해도 맘에 안 내키면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분이  갑자기 차가운 주검이 되었다니..


아버지가 1층 간이 병실로 오셨을 때 가족들을 한 번이라도 보고 싶으셨던 건지 실눈을 뜨고 있었다. 의식도 없고 대답도 없는 아버지에게 여전히 실감 없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버지의 이마는 이미 차가웠다. 치매인 엄마는 해맑게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신다. 인사를 하라고 하니 주무시는 아버지에게 인사하듯 무심코 두어 마디 던지신다.


병원 장례식장 앞이 내 집이어서 불편한 엄 마를 집에 모셨다. 한숨 자고 일어나시니 아버지를 찾으신다. 실감을 못하신 건가?


둘째 날 가족들은 묵묵히 아버지의 입관을 지켜보았다. 수의를 입기 전 하얀 종이옷을 입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온몸에 수분이 다 빠져나가  뼈밖에 안 남았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체구가 작았졌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이 얼굴을 영영 못 본다 생각하니,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슬픔이 미어져 왔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직도 눈을 금방이라도 뜨실 것 같고 잘 가시라고 말은 하기 싫었다. 잘 보내드리라 하지만 안 가셨을 텐데 어떻게 가시라고 하란 말인가.

 그 뒤로 조문객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는데, 손님이 없을 땐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버지가 어디에도 안 가셨을 것 같다.  옆 의자에 앉아 계실 것 같다.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정글 같은 세상에서 그래도  믿을 만한 분은 아버지와 엄마뿐이었는데 애기가 되어버린 두 분 중 한 분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아. 아버지.."

"그냥 가지 말고 그냥 곁에 계시면 안 되나요?"


"아버지 뜻 받들어 손님들 잘 대접했어요."

"소는 못 잡아도 편육수육. 떡을 넉넉히 해서 오시는 분들 잘 대접했어요."

"아버지, 흐뭇하세요?"

 "친족은 많이 못 와도 아버지의 잘 나가는 자식들 덕에 화환만 60여 개.. 그래도 화려하고 북적거리는 초상을 치렀어요."


너무나 열심히 사신 아버지를 기억하며 아버지를 향한 글을 써본 게 바로 전날인데 아버지는 다음날 눈을 감으신 게다.


선산의 장지로 가기 전, 집에 들러 노제를 지냈다. 아버지가 사시던 집. 1957년에 손수 지었다던 이 한옥집. 뒤뜰, 아버지가 누워계시던 그 골방.

아버지는  이승의 익숙한 이 공간을. 매일 다니시던 이 골목을 다시는 못 보실 거다.  


2년 전 재산을 증여하실 때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걱정하며 니 밥그릇은 네가 챙겨야 한다고 하셨다. 네가 네 거를 안 챙기면 다 빼앗긴다고,. 세상 물정 모르는 내가 걱정되셨던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세상에 치일까 봐 그랬던 거다. 치매가 있는 엄마가 걱정돼서  엄마한테 잘하라고 항상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먹고살기 바쁜 나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돌보지 못했다. 이제야 미안하고 아버지의 마음이 느켜진다. 아버지는 끝까지 엄마 걱정을 하셨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뒤 혼자남을 엄마가 어떤 대접을 받을지 항상 그 걱정을 하셔서 그나마 엄마 몫으로 남겨놓으신 거다. 그렇게 준비하신 거다.


자식들 걱정에 당신의 장례비용도 넉넉히 준비해 놓으시고 엄마 노후도 생각대로 준비하신 거다.

고약한 성격이라 치를 떨 때도 있었지만 정말 우리 아버지는 생각한 대로 자식과  아내를 끝까지 챙기신 분이다.


아버지 죄송해오.

엄마 못 돌봐서.

제가 먹고살기가 바빠서 핑계만 대고

아버지 뜻 못 이뤄드렸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해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일이 삼우제다. 삼우제가 끝나야 탈상이란다.


내일 비로소 아버지와의 진정한 이별을 하는 거다.


이승을 떠도는 고인의 영혼을 잘 달래서 저승길로 보내드리는 거란다. 그동안 고인의 영혼은 자식들 사는 모습을 보시느라 이 자식 저자식의 집을 다니며 돌아보신단다. 그래서 그때까지 불을 켜놓고 자는 거거랜다. 아버지를 생각할 때마다 아버지가 곁에 계신 것 같다. 여전히 엄마를 걱정하시는듯하다. 여전히

떠나기 아쉬워하시는 눈길로 바라보시는 듯하다.


내일이면  진짜 이별인가? 누군 사십구재가 진정한 탈상이라는데.. 사십구재까지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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