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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Dec 05. 2021

[완벽한 타인]

폰 속 숨겨진 비밀의 방문이 열리다.

'메일, 문자, 카톡, 통화 등 모든 핸드폰 내용을 저녁 식사시간 공개'

40년 지기 불알친구들의 흥미진진한 진실 게임이 시작된다.


스마트 폰으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고 그 안에 무엇이든 다 담겨 있는 시대에 이런 소재는 꽤 구미가 당긴다.

'사생활 공개'에 초점을 맞춰 관람을 시작했다. 그러나 상영관을 나오는 순간 예상을 뛰어넘는 철학적 담론과 공감이 존재함을 직감했다.


이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어린 시절 개기 월식을 함께 구경하며 치고받고 싸우던 소꿉친구들이 집들이 저녁식사로 한 공간에 모인다. 그들은 꽤나 성공하고 빵빵한 백그라운드에 나름 남부러울 것 없이 성공하거나 잘 사는 중상류층 부류들이다. 그들은 마치 어제 본 친구들처럼 편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냥 즐겁기만 하다. 곧 비밀 같은 건 없을 정도의 허심탄 애한 대화가 오고 간다. 그러다가 핸드폰을 매게로 우연히 시작된 진실게임. 비밀은 없다고 다들 호언장담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흥미로 시작된 게임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친구 사이의 실망, 은밀한 비밀, 절교, 오해, 질투, 험담, 불륜, 깨지는 가정...

모든 것이 까발려지면서 한 마디로 엉망 칭창이다. 곧 화면이 바뀐다. 핸드폰을 둘러싼 진실게임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들은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내고 각자 귀가한다. 핸드폰 속의 비밀은 그대로 묻어둔 채 평온한 일상이 공간을 지배한다. 개기 월식 때 달이 가려져 안 보이다가 곧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그들의 일상도 위험한 순간을 넘기고 아무 일 없이 원래대로 변함없고 화기애애하며 돈독하고 문제없다.


두 상황은 대조를 이룬다. 진실게임을 한 것과 진실게임을 하지 않은 것.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진실게임을 하는 순간 내가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가족, 오랜 친구이어서 익숙하고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까지 알 던 것과 다른 '완벽한 타인'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 왜냐하면 비밀의 방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모든 인간관계가 숨겨져 있다. 불편하고 언짢아서 감추어 두었던 것들, 즉 질투, 시기, 비밀, 허세, 불륜, 열등감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숨겨왔던 각자의 모습것이다.

가까운 사람도 이 정도인데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명망 있는 사람일지라도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가면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남의 사생활 엿보기는 불구 경, 물구경, 싸움구경만큼이나 재밌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는 범위, 공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존중하자는 것이다.

진지한 철학적 주제의 지루함을 덜어내고자 한 것일까, 각자 캐릭터들의 입담은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으로 딴생각할 뜸을 주지 않게 몰아붙이다가도 잠깐의 쉼으로 생각할 틈을 주기도 하며 또한 예상치 못한 순간의 포인트로 간간히 웃음을 선사한다. 공간적, 시간적 배경의 큰 변화 없이 저녁 한때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설정으로  볼 때 캐릭터들의 대사에 의존하여 진행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19금의  성적 농담, 상대를 은근 디스 하며 놀려대는며 느끼는 통쾌함 등은 서로 간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 같지만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하니 감독의 의도는 어느 정도 충족된 셈이다. 조연, 주연의 구분 없이 배우들은 캐릭터들의 역 힐에 각자 충실하며 그것들을 잘 소화해 내고 있다. 그들은 모든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로 주연 없이 '따로 또 함께' 조화로운 연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115분간의 짤막하고 즐거운 저녁 한때에 벌어지는 거대한 폭풍 또는 고요....


남편 또는 아내, 애인, 친구, 자녀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과연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누구나 세 가지 삶을 살고 있다.

하나는 공적인 삶, 또 하나는 개인적 삶, 그리고 비밀의 삶이다'

- 완벽한 타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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