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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May 01. 2024

1. 2차전지 산업

3대핵심산업,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전기자동차, 4차산업혁명

1-1. 들어가면서


21세기가 시작된 지 벌써 24년이 되었다. 




지난 20여 년을 돌이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변화가 많았다.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예전과는 달라진 게 많다. 특히 경제 부문은 더욱 그러하다. 1999년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4,975억 달러로 전 세계 11위,  2022년은 1조 6,740억 달러로 13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당시 환율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단순하게 금액으로 살펴보면 규모가 3.3배 증가했다. 일본은 같은 기간 오히려 4조 6360억 달러에서 25년 동안 큰 변화 없이 4조 2,320억 달러로 이렇다 할 성장 없이 유지하는 수준이다.


*명목국내총생산(GDP): 국내에서 생산된 최종생산물의 수량에 당시 가격을 곱하여 산출하며 경제규모 등의 파악에 이용되는 지표


글로벌 경제 지표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산업이 있다. 카테고리로 예를 들면 제조, 서비스, 금융, 관광, 건설, 유통, IT, 에너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국가나 지역의 특성상 중요도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대체로 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선행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천연자원이 부존 하는 국가는 원자재를 수입,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야만 먹고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공업선진국이다. GDP에서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 11.6%, 일본 20.8%, 독일 21.6%, 영국 9.6%에 비해 높은 27.8%에 이른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의 대부분이 일부를 제외하고 해외로 수출이 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천만 명에 지나지 않아 국내 수요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2023년 기준 8천만 대이다. 이에 비해 한국 시장은 175만 대 수준으로 2.2%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를 대부분 수출하는 이유이다.


TV,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소비자와 밀접하게 연관된 공산품의 경우도 자동차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업선진국인 옆 나라 일본도 우리나라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인구가 1.25억 명으로 우리나라의 2.5배이기 때문에 충분히 내수 경제 규모로 자체 소화가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GDP도 우리의 2.5배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경제력이 전 세계 3위 수준이 될 날을 전망하는 이들도 있는 듯하다. 일본 정도의 경제력만 돼도 글로벌 4위권에 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전략 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은 각 산업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제의 수탈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정부가 주도한 경제개발 계획과 중화학·중공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개발도상국을 넘어서 중진국 반열에 안착할 수 있었다. 60년대 초반부터 90대 후반까지 '無에서 有를 창조한다'는 걸 실제로 증명한 유일무이한 국가가 한국이다.


이후 IMF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기업들이 연구개발과 투자, 경영혁신, 투명 경영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편입되면서 비로소 선진국으로 대우받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기업은 이미 세대교체를 통해 3세 또는 4세가 경영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물론 경영 방식도 예전의 문어발식 선단경영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도 했지만, 아직도 과거의 영광에 취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보다 먼저 공업화의 길로 들어선 유럽의 선진국, 일본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이 뒤쳐지는 분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 발전이나 산업의 트렌드는 각자의 관심분야에 따라 자료를 수집한 후, 분석하여 목적에 맞게 가공하여 사용하면 된다. 여기서는 2차전지 산업에 맞게 내용을 정리한다.  




1-2. 21세기 3대 핵심 산업


현재 한국은 제조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한국의 제조업은 주로 일본으로부터 기술과 설비를 도입했다. 경제개발 계획을 수행하면서 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 자금은 주로 일본, 독일, 프랑스 등에서 상업 차관을 들여왔다. 전쟁이 끝난 이후 한국에는 재건과 부흥에 필요한 자본이 없었다. 그저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무상 원조에 의지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나라였다. 쉬운 말로 대한민국은 가난에 찌든 나라였다. 자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산업 시설조차 제대로 남아있지도 않았고, 정부 주도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재정 또한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시하면서 오늘날 공업선진국의 기반을 닦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불균형 발전'이라는 완전하지 않은 전략으로 우리 사회에 고질적인 문제점을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산업 구조의 근대화가 시급했던 사회 배경과 시대적 요청을 고려하면 최선책을 낼 수 없었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가장 적절한 차선책이었다. 


70년대와 80년대 고도의 경제 성장 바탕에는 중화학 공업, 철강 산업, 조선업, 전기전자 등 제조업이 기반이었다. 게다가 중동 건설 붐에 편승하여 해외로 진출한 건설업, 중공업 등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크게 일조했다. 당시 성장의 기반이었던 산업은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였다. 초기에는 일본 기술의 도움으로 시작했지만, 기술과 원부재료, 생산 설비 등이 일본 의존도가 심화되는 문제점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기업들은 국내 기술력을 제고하고, 원부자재와 소재를 국내에서 개발·조달하는 이원화 정책과, 장비와 설비 또한 국산화와 자체 개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외환위기로 우리나라는 IMF 폭탄을 맞아 대기업의 빅딜로 산업 구조의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경쟁력이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생존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업 경영 전략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나라 경제가 폭망 하여 IMF의 구제 금융으로 겨우 살아난 한국 경제는 이후 기업들의 경영 혁신과 경쟁력 강화 활동에 힘입어 주력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TV, 휴대폰과 스마트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 시장을 리드하기 시작했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POSCO는 철강 업체 중 Top10에 포함되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철강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2000년도에 Top10에 들어간 이후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의 글로벌 자동차 OEM이 되었다. LG화학은 전 세계 Top10 케미컬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부문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전 세계 업계에서 Top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 규모 글로벌 10위권, 과학기술력 5위, 군사력 5위 등 객관적인 지표만 보더라도 한국의 산업과 기술력이 우월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즉 한국의 기업 경쟁력이 그만큼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여러 분야의 산업이 있겠지만,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산업으로 다음의 3가지를 손꼽는다. 


1-2-1. 반도체 산업


시장 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하는 무리는 없기 때문에 이전 자료에서 사용한 수치로 예상해 본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규모는 약 5,600억 달러(732.5조 원, 2023년 평균 환율 1,308원 적용)에서 2030년에 1조 달러(1,30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는 우리 생활에서 사용되는 모든 형태의 전기·전자기기에 탑재된다. 즉 사람으로 치면 두뇌와 심장의 역할을 한다. 머리와 심장이 없는 사람은 생존할 수 없듯이, 반도체가 없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반도체는 크게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로 나눈다. 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약 25%, 시스템 반도체가 약 75%의 시장을 점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DRAM과 NAND로 분류하는데, 2022년 기준으로 DRA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70%를 독과점하고 있고 미국의 Micron이 약 25%, 기타 5% 정도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NAND 시장은 삼성 34%, SK하이닉스 17%, 키옥시아(日)가 19%, 웨스턴디지털(미) 16%, Micron 11%, 기타 3%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한국 기업이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들어가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미미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실제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Fabless 시장과 위탁생산을 하는 Foundry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팹리스 시장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67%를 점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대만이 21%, 중국 9%에 한국, 일본, 유럽이 1%씩 점하고 있다. 존재감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물론 한국 내 반도체 산업의 구조와 기업의 사업 전략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여겨진다. 파운드리 시장으로 가면 잘 알다시피 대만의 TSMC가 56%, 삼성파운드리 사업부가 16%, UMC(台) 7%, Global Foundries(미), SMIC(中) 5%, 기타 11%로 대만계가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반도체는 국제적 정세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각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업 간의 경쟁 또한 전쟁을 연상시킬 정도로 치열하다. 각국 정부는 그 어떤 산업보다도 반도체 산업에 더욱 깊게 관여하여 외교통상의 영역과 동일한 수준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국가별 반도체 관계도(출처: 『2030 반도체 지정학』 재편집)

1-2-2. 디스플레이 산업


디스플레이는 입력과 출력을 담당하는 수단이다. 사람의 눈이 들어오는 시각 정보를 정리하는 역할을 하듯이 디스플레이는 소비자에게 또는 사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사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입력하는 도구로 필수적인 장치이다. AI가 발전하여 음성인식으로 디바이스가 작동하기도 하지만, 음성인식은 Private 한 영역에서 일종의 비서와 같은 역할을 대신할 뿐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서 모든 입력이 이루어진다. 업무와 관련되어 있든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든 어떤 디바이스든 작동을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한 '입력'이 전제이기 때문에 필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자율주행 기능(현재는 Level 2)을 탑재한 자동차는 대부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는 대부분 OLED와 LC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다. 게다가 친환경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자동차(EV)의 확대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전체 신차 판매량은 8천만 대이고, 이 중 EV는 약 1,400만 대(PHEV, HEV 포함)에 이른다. 이미 스마트폰은 연간 12억 대, 컴퓨터(노트북 포함)는 3억 4천만 대, TV는 2억 4천만 대로 산업용과 의료용 디스플레이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가 작지 않다.  


2023년 기준으로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1,242억 달러(162.5조 원)이며, 2030년 예상은 2,971억 달러(388.6조 원)이다. 디스플레이 시장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다. 이 분야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부문에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물론 중국계 패널 업체의 추격이 만만치는 않으나 아직까지 기술력이나 생산성에 있어서 한국 업체를 따라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전방 산업인 스마트폰, 태블릿, High-end TV 라인업에서는 한국계 OLED 패널이 주로 채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추격에 안심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계속해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워낙에 iPhone과 갤럭시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M/S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에 LG디스플레이는 21년도에 흑자를 이후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소형 OLED 패널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과 TV용 OLED 패널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LCD 패널 사업은 일본에서 먼저 상용화하였으나 LCD 5세대 사업 투자에서 밀리면서 결국 사업의 동력을 상실하여 경쟁력을 잃었다. 일본은 SHARP社가 세계 최대의 10세대 LCD 패널 라인을 설립했지만, 삼성과 LG와의 기술 경쟁에 뒤지면서 대만계 홍하이(Honghai) 그룹에 넘어갔다. SHARP는 이후에도 뚜렷한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해 계속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유일의 OLED 패널 생산 업체였던 JOLED마저 파산하면서 일본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이제 JDI만 남아 겨우 명목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만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 검사 장비와 원부재료, 가스 등 부품의 후방 산업의 기업들은 여전히 업계의 강자로 남아있다. 


기업별 AMOLED 시장 점유율(출처: KIDA 디스플레이산업 주요 통계, 2023. 3Q)

1-2-3. 2차전지 산업 


2차전지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충전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는 주로 니카드(니켈카드뮴) 전지나 니켈수소 전지가 일반적이었다. 휴대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충전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는 리튬이온 전지(LIB)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1991년 일본 소니의 계열사인 소니에너지텍이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휴대용 전기·전자 기기에는 LIB가 광범위하게 채용되기 시작했다. 


사실 2차전지라 하면 앞에서 언급한 니카드 전지, 니켈수소 전지와 내연기관 자동차에 장착하는 납축전지도 포함한다. 하지만 요즘은 2차전지라고 하면 대체로 리튬이온 전지를 의미한다. 실제로 휴대용 IT 기기나 소형 가전제품에는 LIB가 장착되어 있고, 현재 수요가 가장 큰 전기자동차에는 100% 채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발전소로부터 송전되어 온 고압 전류를 변전소를 거치면서 적정한 전압으로 감압한 후 배전된 전기를 받아 사용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은 벽에 매립된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220V 전기를 사용한다. 휴대를 할 수 있는 소형 가전제품인 경우 건전지나 충전지를 결속해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충전지의 경우 니카드 전지나 니켈수소 전지가 많이 쓰였으나, 충방전 횟수가 늘어나면서 성능도 저하되고, *메모리 효과로 인해 효용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LIB는 메모리 효과가 없어서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게다가 에너지밀도도 높고 출력 또한 우수하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가 1회 충전으로 장거리를 주행할 수 있고, 동력이 필요할 때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는 LIB를 채용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자동차 OEM도 EV에 전량 LIB를 채용하고 있다.


*메모리 효과 : 충전지를 완전 방전되기 전에 재충전하면 전기량이 남아 있음에도 충전기가 완전 방전으로 기억하는 효과를 가지게 되어, 최초에 가지고 있던 충전용량보다 용량이 줄어들면서 충전지 수명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 출처: POSCO NEWSROOM


LIB 2차전지 시장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규모가 1,210억 달러(158조 원)이나 2030년 예상은 4,010억 달러(524.5조 원)로 성장성이 유망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도체는 두뇌와 심장 역할을 하고, 디스플레이는 입·출력 디바이스이다. 이에 더하여 2차전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생명을 불어넣은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담당한다. 21세기는 Accessibility(접근성), Connectivity(연결성), Mobility(이동성)가 중요하다. 하나 더하면 Portability(휴대성)가 있다. 이동성과 휴대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고정화된 전선으로 연결하여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서도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전기에너지를 저장하여 전원을 공급하는 LIB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휴대용 IT기기나 중소형 가전제품에는 LIB가 장착되어 있어, 충전만 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캠핑용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까지 개발하여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군사용도로는 드론에서부터 잠수함까지 적용되고 있다. 지금은 전기자동차에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와 전기추진 선박의 개발과 발전에 따라 LIB의 채용 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 산업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외부적 요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각국이 동참하는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있다. 각국은 탄소배출을 저감 하는 방안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친환경자동차로 대체하여 탄소배출량을 저감 하는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물론 각국의 경제 상황과 자국 내 산업의 경쟁력에 따라 시행하는 강도나 시기의 조정은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나라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개의 2차전지 제조사가 있다. 3사 모두 글로벌 Top10 배터리 기업에 속하고 있다. 3사 중 시장에 늦게 진입한 SK온을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그룹의 주력 사업인 휴대폰, 스마트폰, 노트북 PC 등 2차전지를 채용하는 자사 시장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했던 덕에 기술과 제품 개발에 유리한 입지를 점하고 있었다. 소형전지 부문에서 확보한 노하우와 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차 OEM의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을 주도할 수 있었다.  후발 주자인 SK온도 자동차 OEM들과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넓히면서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

2023년도 2차전지 기업 경영 실적

2차전지 산업을 설명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언급한 것은 2차전지 산업의 특성이 다른 산업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산업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앞서서 먼저 진출한 분야이다. 일본의 반도체 기업은 80년대와 90년대 전 세계를 주름잡았다. 1990년만 하더라도 일본의 NEC, 도시바, 히타치, 후지쯔, 미쓰비시, 마쓰시타 등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Top10에 속했다. NEC와 도시바는 각각 업계 1위와 2위였던 기업이었다. 물론 미국과의 반도체 통상 문제, 보복 관세, 환율 문제 등으로 차츰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소수자의 입지로 내몰렸다. 경쟁력을 잃게 된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보수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 혁신이 없었다는 데 있다. 


일본의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LCD 산업의 원조다. SHARP는 세계 최초로 LC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전자계산기를 출시한 회사이다.  한 때 전 세계 LCD TV 시장의 80%를 독점적으로 점유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소니 등 일본의 전자제품 기업들이 *잘라파고스(Jalapagos) 현상에 빠져 결국 몰락의 길로 들어선 것처럼 SHARP 또한 그 길로 들어섰다. 현재 일본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명목조차 이어가기 힘들 정도로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잘라파고스(Jalapagos)'란 일본(Japan)과 갈라파고스(Galapagos)의 합성어로 자신들만의 표준만 고집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주로 일본 IT산업의 현 상황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갈라파고스는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남아메리카 지역의 섬들로 독자적으로 진화한 종들이 서식하는 고유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외부종이 유입되자 면역력 약한 고유종들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잘라파고스는 이런 상황과 비슷하게 일본 IT산업이 자국 시장에만 안주한 탓에 경쟁력이 약화돼 최근 들어 세계시장에서 고립된 현상을 꼬집는 말이다.
- 출처: 연합인포맥스


2차전지 산업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테슬라와 합작으로 2차전지를 공급 중인 파나소닉 외에는 이렇다 할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파나소닉 배터리는 테슬라가 처음으로 전기자동차에 채용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의 CATL, BYD,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제조 3사는 글로벌 자동차 OEM과의 협업을 통해 배터리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왔다. 중국의 CATL이나 BYD가 자국산 전기자동차 공급량 외에 글로벌 실적으로 볼 때는 당연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1위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를 21세기 3대 핵심 산업으로 꼽은 이유는 일본이 한 때 세계 Top 수준으로 이끌던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을 제치고 기술력과 생산성에서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후발 주자인 중국의 추격을 받는 입장에서 일본과 같이 기술력만 맹신하는 전략의 실패로 답보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이다. 기업 전쟁에서 답보는 패배와 다름이 없다. 


서두에 GDP를 보여준 것과 같이 일본은 과거 25년 동안 그때나 지금이나 현상을 유지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속해서 규모를 키우며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산업은 더 큰 규모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서 과감한 R&D 투자, 기술 개발, 경영 혁신, 신제품 개발 등을 멈추지 않고 지속해야 지금보다 더 경쟁력을 갖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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