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자기소개서는 아래와 같이 4개의 질문을 제시한다. 4번 문항은 계열사에 따라 또는 사업부에 따라 다른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직무적합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데는 어느 계열사나 다 동일하다. 다만 3번까지만 묻는 곳도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삼성전자의 자기소개서를 기준으로 어떻게 쓰면 채용담당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이번에는 ‘200자 원고지로 자기소개서를 완성하기’ 방법을 제시한다.
삼성그룹 대부분이 AI로 서류 평가를 한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근거로 나름의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 인사 부문의 채용담당자나 현업의 중견간부들이 경험치(데이터베이스)를 기반한 기준으로 스크린 아웃(screen-out) 방식으로 직무적성검사 대상(실제로는 면접에서 만날 후보자)을 가린다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는 비즈니스 문서로 분류된다. 비즈니스 문서는 작성 목적과 대상이 분명하다. 목적은 읽는 당사자를 설득하는 일이고, 대상은 채용담당자와 면접에 나오는 임원이 전부다. 대상이 명확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쓰는 소설이나 수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써야 한다.
대부분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쓴다. 고수(高手), 하수(下手)로 따지면 하수가 선택하는 방법이다. 하고 싶은 말의 내용도 자기와 관련된 내용이 아닌 회사 홍보 글을 쓰는 이가 10명 중에 7~8명이나 된다. 한 번에 통과하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싶다면, 채용담당자와 임원이 읽었을 때 어떻게 느끼고 생각할지 생각하고 써야 한다. 즉 전략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쓰지 않으면 전달력과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점에 유의해서 누가 읽든 합격시키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자기소개서는 비즈니스 문서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기술하는 에세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기획서에 가깝다. 기획서는 작성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표현은 구체적이면서 간략하고 명확하게 기술한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 다음 세 가지를 고려한다.
1. 질문의 요지 파악하기
2. 질문에 대한 답변=주제=주장=결론 정하기
3. 결론을 뒷받침하는 논거 제시하기
먼저 질문 항목에 관해 알아본다.
질문1. 삼성전자를 지원한 이유와 입사 후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기술하십시오. (700자 이내)
1번에서는 두 가지를 묻는다.
첫째, 삼성전자 지원동기
둘째, 입사 후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꿈
첫째 질문에는 삼성전자에 입사하려는 지원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기술한다. 지원동기를 작성할 때는 삼성전자가 좋아서 지원하는 이유보다는 지원자가 왜 필요한 사람인지 알리는 내용이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이고,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이고, 최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등의 내용이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미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일뿐더러, 삼성전자가 잘한다고 해서 지원자를 뽑아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해당 직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 후보를 채용하려는 목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지원자가 왜 삼성전자 그 직무에 적합한 후보인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 즉 직무적합성으로 대응해야 하는 질문이다.
둘째 답변은 지원한 직무에서 어떠한 전문가가 될 계획인지 직무 개발 계획(CDP)의 목표를 물어보는 내용을 기술한다. 지원자의 희망 사항을 묻는 단순한 질문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지원하는 직무가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지원자의 포부를 쓸 수 있다.
200자 원고지를 활용하면 다음과 같이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 200자 원고지 활용법. 1번 질문 -
질문2. 본인의 성장과정을 간략히 기술하되 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 인물 등을 기술하시기 바랍니다. (※작품 속 가상 인물도 가능) (1500자 이내)
성장 과정이 나오니 과거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 심지어 초등학교 시절의 에피소드를 쓰는 지원자도 있다. 어떠한 주제를 정리하여 제시해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무엇보다도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삼성에서 2번 질문을 제시한 목적은 단순하다. 지원자가 어떠한 사람인지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글자 수가 1,500자나 되기 때문에 읽는 사람의 가독성을 고려하여 주제를 두 가지로 나누어서 적는 게 바람직하다.
먼저 지원자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에 관한 내용이면 바람직하다. 무엇으로 어떻게 자신을 설명하면 채용담당자나 임원을 설득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주제를 정했으면, 답변에 사용할 만한 소재를 정하고, 설득력이 있는 내용으로 정리하면 된다. 가치관은 주로 인성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시절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친 내용도 괜찮다. 대체로 그 시절에 자의식이 분명하게 정립되기 때문이다.
다른 주제는 과거의 경험으로 경험으로부터 얻거나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해도 무방하다. 단,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일 처리 방식/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일원이 되어 과업을 수행하는 일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과거 활동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여 성과를 낸 경험에서 발휘한 능력이나, 또는 그 과정에서 획득한 역량을 자신의 일 처리 기준으로 설명하면, 기업에서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경험을 소재로 삼아도 괜찮다.
1. 학업 관련
2. 프로젝트 관련
3. 아르바이트 관련
4. 대학원
5. 인턴 경험
6. 현직 경험
7. 교환 학생
8. 워킹 홀리데이
9. 동아리 활동
10. 봉사 활동
200자 원고지를 활용하면 다음과 같이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 200자 원고지 활용법. 2번 질문 1/2 -
- 200자 원고지 활용법. 2번 질문 2/2 -
질문 3. 최근 사회 이슈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가지를 선택하고 이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3번에서는 지원자가 관심을 가진 어떠한 이슈를 선택해도 상관이 없다. 다만 가능하면 지원하는 기업의 사업이나 산업에 관련된 내용을 추천한다. 채용담당자와 임원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목적으로 작성하면 이슈를 무엇으로 할지 잘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원자가 선택한 이슈가 무엇인지가 아니다. 이슈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이 무엇인지 전달하는 데 집중해서 기술해야 한다. 견해는 사안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는지 지원자의 생각을 알려달라는 의미이다. 즉 글에서 지원자의 사고방식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이슈에 관한 해석은 지적 수준을,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 제시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슈를 선정했으면, 채용담당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견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한다.
1. 이슈로 선정한 배경(이유)은 무엇인가
2. 선정한 이슈의 문제점이나 시사점은 무엇인가
3. 이 이슈를 통해 전하고 싶은 지원자의 생각은 무엇인가
200자 원고지를 활용하면 다음과 같이 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 200자 원고지 활용법. 3번 질문 -
질문 4. 지원한 직무 관련 본인이 갖고 있는 전문지식/경험(심화전공, 프로젝트, 논문, 공모전 등)을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이 지원 직무에 적합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서술해 주시기 바랍니다. (1000자 이내)
4번은 지원자가 직무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묻는다. 직무기술서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숙지해야 정확한 답변을 기술할 수 있다. 지원자의 직무적합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된 지원자의 지식, 기술, 역량을 중심으로 기술하면 된다.
지식은 전공지식과 전문지식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전공이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면 바람직하다. 전문지식은 전공지식보다 더 심화로 배운 내용을 의미한다. 특히 전공 이외의 심화 과정 또는 직무 관련 교육 등이 이에 포함된다.
기술은 학부나 대학원 시절 프로젝트, 연구생을 하면서 사용했던 장비 조작 능력이나 Tool 활용 능력 등이 있다. 직무 교육 과정에서 실습했던 내용도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 기술은 경험과 같은 의미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역량은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뜻한다. 반드시 직무와 연관된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일을 처리하는 프로세스와 능력이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에게 바라는 역량은 몇 가지 없다. 대표적인 능력은 분석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목표가 있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항상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담당자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에서 필요한 건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능력뿐이다. 이에 더해 지원자가 강조하고 싶은 역량을 덧붙이면 된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원자가 이 직무에 지원하기 위해서 어떠한 준비를 해왔는지, 지원자의 어떤 역량(강점)과 장점이 무엇인지 설명하면 된다. 다음과 같이 200자 원고지를 활용하며 작성하여, 왜 지원자가 이 직무에 적합한 후보자인지 주장하는 논거가 분명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 200자 원고지 활용법. 질문 4 -
그럼 왜 200자 원고지를 활용하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가? 답은 간략하고 명확하다.
첫째, 자기소개서는 단순히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최종 목적지는 임원 면접으로, 지원자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각이 정리가 된다면 읽는 사람을 고려하여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읽는 사람이 지원자의 글을 읽고 이해가 되면 서류전형 합격 결과를 얻을 수 있다.
200자 원고지에 내용을 정리한 후 읽어보기를 권한다. 보통 속도로 약 30초 정도가 걸린다. 30초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임원이 면접할 때 지원자의 답변을 듣고 참을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이 30초라는 뜻이다. 자기소개를 할 때 1분 이내에 하라고 주문한다. 경험해 본 이들도 있겠지만 1분은 지원자나 면접 위원에게 절대로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 아니다. 내용이 정리가 잘 되었더라도 1분은 길다. 자기소개를 45초를 기준으로 정리하라고 지도하는 이유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30초는 누가 듣더라도 참고 들을 수 있는 동시에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둘째, 한 문장은 반드시 30~40자 이내의 단문으로 써야 한다. 자기소개서에 쓰는 문장에는 사실만 전달하는 핵심만 있으면 된다. 필요 없거나 과도한 관형어(특히 형용사나 부사)를 사용하여 꾸미는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자기소개서의 문체는 비즈니스 문어로 구성해야 한다. 평소 말하듯이 구어체로 적어서는 안 된다. 사실이면서 직관적인 내용을 ‘주어+목적어+서술어’의 기본 구조로 구성해야 가독성이 올라간다.
셋째, 반드시 한 문장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넣는다. 예를 들어 한 문장이 복문(複文)이나 비문(非文)으로 구성되면, 읽는 사람이 지원자가 무엇을 강조하는지 쉽게 알 수가 없다. 한눈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지원자에 대한 호감도나 관심도가 낮아진다는 뜻이다.
넷째, 가능하면 모든 메시지는 200자 이내로 하되 문장은 5~7개 이내로 정리해야 한다. 항상 첫 문장은 질문에 대한 직관적인 답변을 제시해야 하고, 나머지는 그렇게 답변(주장=주제)을 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이유는 대체로 2~3개 문장이면 충분하다. 마지막 문장은 답변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양괄식의 구조(수미쌍관법)를 유지하면 바람직하다.
다음의 그림은 삼성전자 1번 문항으로 본 200자 원고지 활용법에 관한 사례이다. 실제 합격자의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예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