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단상(20250317) - 환영幻影

비전 꿈 목표 사명 자기계발 성공 환영 환상 몽상 허상 괴롭힘

by 브레인튜너

환영은 보이지 않는 것인데, 마치 눈에 보이는 것을 뜻한다.




1997년 12월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한 이후 수년 동안 한국 사회는 급변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경제가 무너지자, 회사는 사라지고, 사업이 망해서 길거리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먹고 사는 문제가 예전보다 더 절박하게 다가왔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절망적이었고 우울했다.


희망의 불씨를 살리려는 크고 작은 시도가 있었다. MBC에서는 '성공시대' 프로를 만들어 '성공 신화', '하면 된다' 등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긍정의 힘', '그대 스스로를 경영하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등의 자기 계발 콘텐츠는 매일 새롭게 쏟아져 나왔다. 결론은 남 탓하지 말고, 환골탈태換骨奪胎에서 뭔가 이루라는 유類의 내용이었다. 인맥이 변변찮아서 그런지, 실제로 뭔가 크게 이룬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다 고만고만하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그럭저럭 유지하면서 별반 차이 없이 살아가는 듯 보인다. 이제까지 사회생활 35년 동안 보고 느낀 점이다.




젊을 때는 동기부여를 주는 내용이라 그렇게 되겠다고 무작정 따라 한 적도 있다. 지속성의 문제인지, 아니면 특별한 경우를 일반화하려는 오류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꾸준하게 새로운 걸 배우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큰 도움을 받았다. 나름의 자기 계발을 쉬지 않은 탓이다.


한때 'VD(Vivid Dream)=R(Realization)'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Dream Big' 하라고 하는 말도 있었다. 주로 동기부여 강사들이나 자기계발서를 써서 소위 대박이 난 사람들이 주로 인용했던 말이다. 통찰력을 얻는 예도 있었지만, 드문 경우의 수를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동기부여나 자기 주도 리더십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하지만 거창한 소재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이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정도의 정보를 주고받는다. 다른 이의 성공담을 일반화하는 내용은 지양한다. 지금 되돌아보면 젊을 때 자신에게 스스로 가스라이팅 했다는 생각에 부끄럽다.


비전, 목적, 사명 같은 담론談論은 좋다. 하지만 허상虛像에 빠지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꿈꾸는 것보다는 매일의 루틴을 실천하는 게 백배 낫다. 영어로 Dreamer는 꿈꾸는 사람이다. '몽상가夢想家'란 뜻도 있다. 미덥지 않은 생각만 하는 사람이다.


환영에 사로잡히면, 비현실적, 비이성적, 반지성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200자 단상(20250314) - 원칙原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