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책 이슈페이퍼 2023-13호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 이슈페이퍼 2023년 마지막호 (2023.12.20 발간)
『동향 _ 2023년 종합』"세계도시들의 문화정책... 흐름과 키워드" (3/3)
지난 11월호, 12월호에 이어서 WCCF 2023 상파울루 서밋 현장에서 수집된 말들 속에서 올해 문화정책의 흐름과 키워드를 짚어 보는 것으로 2023년 <문화+정책> 이슈페이퍼를 마무리합니다.
글로벌 문화정책 포럼의 리뷰글이 현장에서 말해진 의미들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또는 정확하게 전달했을지 되돌아봐집니다. 토론자리에서 들리는 말들의 의미는 화자와 청자의 입장과 사회맥락에 따라, 특히 기술이 바꿔놓은 맥락 위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고 다르게 전달됩니다. 세스키 폼페이아(SESC Pompéia)의 벽면에 걸린 “Culture = Capital”(문화=자본) 조형물의 사진을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립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달자나 독자가 속한 사회맥락에 따라 그것을 “문화서비스 = 사회적 자본”으로도 “문화자원 = 경제적 자본”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침 WCCF 상파울루 서밋 직전에 중국 청두시에서 개최된 “2023 World Conference on Cultural Cities”(2023.10.16.~10.17)는 “문화의 경제적 효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어로 말해지는 “經濟”, 우리가 쓰는 “경제”, 그리고 영어 “Economy”의 의미와 그것을 대하는 정책의 태도를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 “창조도시”라는 영어 정책브랜드에 편승하여 해외 정책사례를 수입하는 붐이 불었었습니다. 문화라는 매우 로컬한 것을 다루는 영역에서 사회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생략하고 빠르게 진행된 정책 수입의 결과로 전국 방방곡곡에 트렌디한 문화도시 슬로건들이 생겨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AI 번역으로 해외 직구 정책 쇼핑이 더욱 손쉬워졌습니다. 실시간 AI 통역시대에 문화다양성 만큼이나 “문화정책의 다양성”을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집니다. “Culture”라는 개념을 수입하기 위해 민족국가의 문화를 옹호하는 “문치교화(文治敎化)”를 선택한 근대 일본 학자들의 고민을 이제 AI에게 맡겨 놓으면 될까요? 지금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통계적으로 그럴 듯한 말들을 뱉어냅니다. 인간이 변화하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 챗-GPT에게 물어서 내놓을 수 있는 수준보다는 더 그럴듯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로벌 문화정책 토론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정체성”, “다양성”, “수익”, “인공적인” 것의 의미를 곱씹어봅니다.
“로컬리티”와 “취향”으로도 그 의미가 전개되는 “정체성(identity)”은 살아가는데 “힘”과 “밥”이 되기도 하고, 싸움의 이유와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에게는 단단하게 고정되어야 할 것 같은 “정체성” 보다는 편하게 바꿔끼울 수 있는 “페르소나”가 덜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지금은 심지어 AI도 페르소나를 추구하는 시대입니다. “다양성(diversity)”은 다난했던 역사에서 더 풍부하게 만들어지는 “문화자원”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요리할 역량이 없으면 이어지는 “다난함”의 근원입니다. 국가주의에 기반한 문화다양성 또는 다문화 정책에 기댄 사회는 인구절벽이 아니더라도 자연도태될 운명입니다. 별 생각없이 “문화를 통한 사회 통합”이라는 정책 슬로건을 채택하기 전에, 기계문화의 범람 속에서 인간문화를 지속하는데 필요한 “인간문화의 다양성”의 의미를 재인식해야 합니다. DMZ(De-Monetization Zone : 탈화폐화 지대) 위에서 “탈화폐화” 되는 가치거래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 하는데, 공공정책은 문화의 경제적 가치 구현에 집착하는 시대착오 현상이 모순적입니다. 알고리듬 문화기계들이 문화를 데이터로 사용해서 벌어들이는 새로운 “수익”을 제대로 나누는 공정한 룰도 필요하고, 經濟(경제)의 원래 뜻인 經世濟民(경세제민)을 이해하는 정책의 철학도 필요합니다. 자연에서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은 사실 “인공적(artificial)”일텐데, 그것이 “인간의” 것인지를 굳이 구별하려고 하기 보다는 “인간을 위한” 것인지 살펴볼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인간을 위한 것”이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인간이 혼자 조용히 생각하며 세상의 의미를 파악하고, 자기화 하여 표현하는데 필요한 것이 “예술할 용기”입니다. AI에게 생각을 빼앗긴 시대에 인간이 “예술할 용기”를 지켜주는 것이 인공적인(artificial) 것들의 홍수 속에서 인간을 위한, 인간적인(humane) 것을 지키는 길입니다.
<목 차> (긴 글은 첨부파일에서 읽으세요~~)
4. 새로 곱씹어봐야 할 키워드들
(1) 정체성(identity) ... 힘 또는 무기가 되는
(2) 다양성(diversity) ... 다난함 또는 문화자원을 주는
(3) 수익(profit) ... 탈화폐화(De-Monetized) 되는
(4) 인공적인(artificial) ... 인간의,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human)?
1. WCCF ... 글로벌 문화정책 플랫폼
(1) 세계.도시.문화.포럼
(2) 문화, 그리고 용기와 리더십
(3) 문화정책 아이디어 쇼핑 부띠끄
2. 상파울루 ... 로컬리티에서 얻는 영감
(1) 문화=자본
(2) 숲과 건축
(3) 불가능한 안무 (choreographies of the impossible)
(4) 정육점에서 춤을
3. 세계도시 문화정책의 흐름
(1) WCCF 세션 주제들에서 확인되는 문화정책 어젠다들
(2) 현장 스케치 - 종합 세션 : “분쟁현장에서의 문화” (Culture in Conflict)
(3) 현장 스케치 - 챌린지 세션 : “예술, 건강, 웰빙” (Arts, health, and wellb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