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이 피드백을 주는 것을 어려워한다. 딱히 도움이 될 만한 말이 없을 때도 있고, 비판할 점이 있지만 상처를 줄까 봐 잠자코 있을 때도 있다. 무슨 큰 사고가 터지지도 않았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팀장이라면 기본적으로 일이 잘 풀릴 때든 안 풀릴 때든 피드백을 줄 의무가 있다. 피드백만 잘 줘도 팀원이 자발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이는 팀 성과에도 큰 차이를 불러 온다.
초보 관리자일 때는 피드백을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내가 생각하는 피드백의 전형적인 예는 디자인 비평이었다. 피드백을 준다는 얘기는 문제를 규명하고 가능성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는 뜻이라고 봤다. 사실 그것은 아주 협소한 관점이었다.
‘개선점을 제시하는 것’ 말고도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유도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일단 피드백이 무조건 비판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보통은 비판 보다 칭찬이 더 큰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무조건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피드백을 시작할 필요도 없다.
1. 처음부터 기대치를 명확하게 설정한다
피드백 절차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시작돼야 한다. 처음부터 성공의 기준(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면 성공이다, 이 기간 안에 이러저러하게 되면 성공이다 등등)을 합의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논하고, 앞으로 생산적인 피드백을 주고받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여행에 비유하자면 다짜고짜 출발하고서 길이 맞는지 묻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지도에 길을 확실히 표시해놓고 출발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팀원의 업무에서 무난하거나 조악한 성과와 대비되는 뛰어난 성과의 ‘기준’, 둘째, 팀원 이 순조롭게 일을 시작하기 위해 당신이 해줄 수 있는 ‘조언’, 셋째, 팀원이 피해야 할 ‘함정’이다.
2. 업무 피드백은 최대한 많이 준다
‘업무’ 피드백은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팀원이 한 일에 대한 피드백이다. 예를 들면 팀원이 분석 결과를 발표했을 때 무엇을 잘했고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하면 좋을지 말해주는 것이다. 이때는 최대 한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말해줘야 한다.
업무 피드백은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이 편하다. ‘누가’가 아니라 ‘무엇’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듣는 사람이 비판을 받는 기분이 덜 들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주는 게 자꾸만 꺼려진다면 우선 이런 피드백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또한 업무 피드백은 당사자가 자신의 행동을 아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으니 되도록 빨리 주는 게 좋다. 중대한 프레젠테이션처럼 큰일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면 바로 그날 메일이나 메신저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직접 만나서 피드백을 주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업무 피드백은 가볍게 습관적으로 줘야 한다. 그래야 팀원은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일에 대해 조금씩 코칭을 받을 수 있다.
3. 행동 피드백은 자주 주되 신중을 기한다
어떤 팀원에게 줬던 업무 피드백을 떠올려보자. 어떤 특징이 보이는가? 그 팀원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는가, 느리게 내리는가? 프로세스 처리의 귀재인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인가? 실용적인 해법을 선호하는가, 이상적인 해법을 선호하는가?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팀원의 행동 양식에서 남다른 강점이나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 보인다.
행동 피드백은 업무 피드백보다 개인의 특성을 깊이 파고든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여러 건의 피드백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찾아서 말해주면 팀원은 자신의 남다른 관심사, 성격, 습관이 조직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다. 행동 피드백은 그 사람에 대한 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표현에 주의해야 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당사자가 질문하고 당신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직접 만나서 전달하는 편이 제일 좋다.
행동 피드백을 통해 팀원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되는데, 그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를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은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에 입 밖에 내기 어려 울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상담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행동 피드백을 잘만 한다면 팀원이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고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4. 360도 피드백을 수렴해 객관성을 극대화한다
360도 피드백은 여러 관점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한 피드백인 만큼 팀원을 더 꼼꼼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수단이 된다.
예를 들어 팀원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주관했을 때 당신의 입장에서만 업무 피드백을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참석자들의 의견도 취합해서 전달할 수 있다. 또 인사고과 시에 당신의 견해만 토대로 하지 않고 그 팀원과 긴밀하게 일하는 동료 몇 명에게 행동 피드백을 받으면 더 의 미 있는 피드백이 된다.
미국의 많은 대기업이 1년에 한두 번 정도 360도 피드백을 실시 한다. 혹시 공식적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당신이 직접 피드백을 취합하면 된다.
360도 피드백은 다방면에서 의견을 모으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 되는 만큼 1년에 4~5번 이상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하지만 팀원의 일상생활과 업무를 서로 관련지어 생각해야 할 때 매우 요긴하다. 그 내용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팀원과 따로 면담 약속을 잡아서 이야기해야 하고, 이때 서로 알게 된 것을 나중에 상대방도 참고할 수 있도록 꼭 문서화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통하는 피드백의 주기, 성격, 형태가 저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당연히 실수가 생긴다.
하지만 피드백을 잘 줘서 팀원이 성장한다면 그만큼 뿌듯한 일도 없다. 배워서 남주냐는 말처럼 팀원이 기른 능력은 평생 그 사람의 자산으로 남는다. 그래서 페이스북에서는 사옥 곳곳에 “피드백은 선물이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붙여놓고 추앙한다. 피드백을 주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받는 사람은 그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니 피드백을 아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