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자꾸 나의 위치를 확인하려 한다. 가끔 내 위치가 느껴질 때, 그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급한 성격 때문일까? 오만해서일까? 객관적으로 난 지금 위치될 수 없다. 당연하게도 수십 년의 역사에 단 몇 발자국 함께 했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시간의 양은 분명 중요하다. 할 줄 아는 게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위치의 모호함도 당연하다.
현장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현장을 모르는 내가, 당장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이들과 나는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나? 함께 하는 법을 알고 싶다. 조합원을 해본 적도 없는데 조합원들의 상황을, 그들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를 알 수 있을까? 현장을 다녀야 한다. 그런데 현장을 다니면 나아질까? 나는 당장, 어떤 절박함을 가지고 있나? 나는 왜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 하나? 나는 왜 노동조합에 있고, 왜 노동운동을 하고 있나?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서? 무엇을? 인정받고 싶어서? 왜? 누구에게? 질문은 많은데 명확한 답이 없다. 어쩌다 보니 여기에 있다. 근데 진짜 잘하고 싶다. 무얼 잘하고 싶은지, 왜 잘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답하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조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