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을 안고 시작한 미국 인턴 생활, 그런데 첫 시작부터 꼬여버렸다. 회사에서의 직무가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아예 달랐던 것이다.
마치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커리어의 첫 시작 단추라 생각했던 만큼 무거운 고민과 불안이 엄습해왔다.
며칠을 방에 틀어박혀 울고 우울해하고 있었을까, 그때 나의 룸메이트(이제는 나의 미국 엄마가 되어버린) 로즈가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방으로 불렀다.
"넌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야, 너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태어난 거야.
그런데 지금 널 보면, 꼭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해."
우리는 이 세상에 본인의 선택이 아닌 단지 우연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태어나. 슬프지만 그중 많은 나라들에서는, 자신이 태어난 곳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아볼 기회를 꿈조차 꿀 수 없는 사람들이 많지. 당장의 한 끼니 해결조차 어려워 미래를 꿈꾸는 건 생각도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지금 너를 봐, 어제 종일 방 안에서 울었던 너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꿈의 도시라 부르는 캘리포니에아 와있지. 그 사실만으로도 너는 행운아야. 그리고 이곳 캘리포니아에서의 너의 시간은 정해져 있지.
나중에는 지금 네가 울고 우울해하며 보낸 시간들이 다시는 돌려낼 수 없는 소중한 하루하루였음을 후회하게 될 거야. 커리어 걱정도 좋지만, 그전에 네가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 그리고 선택해 앞으로의 일 년을 어떻게 보낼지.
너는 일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모든 걸 일에 맞춰서만 생각하니 인생의 너무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 그리고 로즈의 말대로 그러는 동안 얄짤없이 시간은 흘러간다.
로즈의 이 조언은 내 미국 인턴 생활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 나는 어찌 됐건 이 시간을 그 어느 때 보다도 즐기고 행복하기로 마음먹었고. 앞으로 어쩌면 좋을지 고민만으로 깜깜해 보였던 일 년이 지금은 내 인생 최고의 일 년으로 남았다.
내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수많은 것들 중, 단지 내가 바꿀 힘이 있는 내 마음 하나를 바꾸었을 뿐인데 인생이 달라진 것이다.
지금도 슬럼프와 고민들은 잊을만하면 "어우 야 오랜만이다?" 하며 어김없이 나를 찾아온다.
뛰어도 비를 피할 수가 없다면 비가 온다며 짜증내고 허둥대기보다는, 시원한 빗 속에서 춤추니 꿀잼이라며 하하하 웃으며 댄스파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