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 Nov 05. 2021

딸에게 보내는 편지

                                                                                                                 

딸아_

언젠가 너에게 편지를 쓰겠노라고 다짐했단다.

그래서 어느 장소를 가던 눈에 띄는 곱고 예쁜 카드가 보이면 엄마는 카드를 사서 모아놨단다.

그리고 너만을 위해 준비한 푸른빛이 도는 상자에 차곡차곡 너에게 부친 편지를 보관할 거란다.

이건 오빠에게도 똑같이 했던, 일종의 엄마의 의식이란다.                                                

태명 또복이인 시절, 편지보관함





너희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 엄마는 효촌 시골집 마당에 나무를 심었단다. 너희를 품고 지내는 열달동안, 그리고 건강히 밝게 자라나는 너희와 똑같은 나이를 지닌 나무를 말이야. 그저 너희들 무탈하게 커주기를 마음 속으로 빌고 빌면서 종종 시골집에 가면 가만히 나무앞에 서서 지켜보았단다. 

가만히 기도를 했지ㅡ 부디 우리 아이들과 같이 부러지지 말고 상하지 말고 잘 자라나 달라고.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가 정성으로 키운 덕분에 올 여름엔 제법 우리 딸의 꽃사과 나무에 탐스럽게 열매가 달렸더구나ㅡ 너는 그 작고 하얀 손으로 사과를 따서 한입에 베어 물었지. 그 모습을 보면서, 지금 사랑이 엄마 옆에 머물렀구나..하고 알아차렸단다.                                                

직접 식재한 아이들 나무




딸아_

잠든 너를 바라보면서 엄마는 사랑을 배운다.

물론 육아는 힘들고 고단하고 때론 자괴감를 불러 일으키지만..그 모든 99의 고단함을 단 1의 사랑으로 다 상쇄 시킨단다. 아직 아장아장 걷는 우리 딸이 엄마에게 다가와 두 팔로 엄마를 꼬옥 안아줄때 너에게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단다.

울다가도 엄마가 안아주면 베시시 웃어주는 너를 보며 엄마는 다시 일상을 버텨낼 힘을 얻기도 해.

너는 나의 세상이고 사랑이란다.


엄마는 눈을 감고, 다가올 시간들 속의 너를 그려본단다.

우리딸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날, 교복을 입고 사춘기 시절을 보내는 날, 대학에 가는 날..그리고 언젠가 엄마품을 떠나는 날까지.

막연하기만 한 시간들 이지만 언젠가 다가올 시간들을 기다리며 너와 현명히 그 시절을 보내겠노라 미리 연습하고 다짐도 해본단다.


언젠가는 친구들과의 일로, 남자친구와의 연애로, 쓰린 사회생활의 경험들로 눈물로 밤을 지새울 날도 오겠지. 공부에 지쳐서,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혹은 두렵기만 한 사회초년생 시절의 고단함으로 술 한 잔 마시다 취한 너의 등을 토닥여줄 시간도 다가오겠지.

엄마는 그 모든 시간속에서 너와 함께란다.


그러니 딸아

너는 너의 운명을 두려워하지도, 주저하지도 말고 너에게 주어진 행복과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렴.

과거에 얽매여,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살지말고 욕심내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렴.

혹여 너가 살아 가다가 상처를 받아 아파할때, 엄마는 너의 뒤에서 너를 받쳐줄게.

너가 무사히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너를 지켜봐주고 기다려줄게.

너가 살아갈 세상은, 엄마가 겪었던 세상보다 더 따뜻하고 안전할 수 있도록 엄마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할게.


그러니 딸아_

부디 너는 오늘을 잘 살아가주렴.

온 몸으로 너의 생을 껴안아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가주렴.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너를 사랑한다 딸아.


잘자렴.                                                





*이 글은 개인블로그(blog.naver.com/means929)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