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runch.co.kr/@sting762/1054
혁명하는 삶은 유용하지 않다.
매 순간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너를 기다려야 한다.
어느 순간 떠나버릴지도 모를 너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있는다.
혁명은 나를 비우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나를 채워야만 비워낼 수 있다.
가득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비워내는 과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를 비우는 매 순간 나는 남이 된다. 나를 비우는 것은 내 것을 내어주는 것이다.
기쁨을 떼어준다. 이용하고 빌붙는 대상이 나라서 고맙다.
내가 남이 되는 것이 매우 무용하여 나로 존재하고 싶을 때 괴롭다.
그러나 남이 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반짝이도록 빛난다.
내가 누린 기쁨도 결국 누군가가 무용하게 비추어준 빛으로 이루어졌음을 안다.
그 때 나는 번쩍임으로 나의 일부는 불타버린다.
나는 모두 불타 없어지기를, 그 남은 작은 재로 다시 생성하기를.
너를 비추어주는 나도 남이 되고, 너도 다른 너가 된다.
무용한 것이 혁명이고, 그 혁명은 사랑이고, 사랑은 무용하다.
철학자들이 내세운 많은 개념들이 꼬아 엮어서 긴 동아줄을 만든다. 그 긴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면 결국 '사랑'과 '죽음'뿐이다. 그 하나를 말하고 싶어 철학자들의 각 삶의 환경, 시기, 맥락에 따라 다르게 말할 뿐이다. 그 하나를 말하고 싶어 그들은 그들의 생을 바친다. 나의 생을 바칠만한 혁명은 내가 남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이는 매일 오늘의 작은 혁명들을 해 나가야 한다. 나도 몰랐던 괴물, 반대로 어여쁜 소녀의 모습도 비추임을 통해 보았다. 네가 모르는 너의 어여쁜 모습도 찾아서 비추어주는 것, 쳐다보기도 싫은 괴물같은 너의 모습도 껴안아줄 것. 그렇게 무용하게 사는 기쁜 삶 그 자체가 혁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