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수업을 듣고
내가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기 때문에, 너도 딸기 케이크를 좋아할 줄 알았다.
딸기 케이크를 주었을 때, 네가 좋아하지 않아서 당황했다.
'너는 딸기 케이크가 아니라 딸기 농장을 원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난 해줄 수 없는데?'
'딸기 케이크를 내가 줘서 좋아하는 게 아닌가?'
라며 나 자신을 탓하기도 하고,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 너에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나의 미숙함이자 어리석고 섣부른 판단이었다. 너에게 많은 애정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면서 나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딸기 케이크’의 기억은 있다는 진실을 놓쳤다. 돌아보니 나도 '딸기 농장'을 가져야만 행복한 줄 알았는데, 한 사람의 사랑을 통해 '딸기 케이크'의 기억을 찾았다. 그 '딸기 케이크'의 기억은 불행한 기억도 있기에 생긴 소중한 추억이자 기억이었다.
하루종일 일하느라 딸기 케이크를 사러 갈 수 없었고, 소보루빵은 천 원인데 딸기 케이크는 6천 원이라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 없어서 더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누릴 수 없던 행복이었다.
지금은 매일매일 딸기 케이크 한 판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기 케이크 한 조각에도 마음이 데워진다.
각박한 삶을 살아내다 보면 나의 '딸기 케이크' 기억은 한 구석에 깊이 넣어두고 다른 기억들과 끊어지게 된다.
끊어질 수밖에 없었던 너의 ‘딸기 케이크’ 기억을 찾아주고 싶다. 너무 꽉 쥐어서 깨지지 않고, 너무 살살 쥐어서 흘려보내지 않게 매 순간 따뜻한 온도로 너를 껴안아주고 싶다.
너는 '딸기 농장을 갖고 싶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하지만 그 대화 속에서 이유 없이 좋아했던, 불행한 기억이 마냥 불행한 기억이 아니라는 소중한 비밀을 알려주고 싶다.
너랑 자기 전 나누는 대화, 드라이브를 하며 나오는 놓칠 수 있는 한 마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이같이 좋아하는 너의 모습 속 퍼즐을 모은다.
너를 위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너와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나를 위한 순간이 된다. '딸기 케이크'는 그때 그 기억 속 내가 사랑한 사람, 추운 겨울 속 따뜻한 난방, 모든 일과가 끝나 가벼워진 마음 등 수많은 조건들이 이뤄낸 순간이었다는 것을 너를 통해 알게 된다.
너의 ‘딸기 케이크’를 찾아주려고 했던 모든 순간이 결국 우리의 ‘딸기 케이크'가 되어가고 있다.
추운 겨울 너와 함께 바라본 별이 생각난다. 얼굴이 시리고, 발이 아팠지만 마음은 참 따뜻했던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