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의식' 수업을 듣고
온 세상이 흐릿했다. 어느 한 곳 빛이 없는 어둠 가득한 세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티인지 불꽃인지 모를 섬광이 번쩍였다.
지독하게 까만 방에 하나의 희미한 불씨가 남았다. 살아있는 불씨가 거슬렸지만, 반대로 꺼지려 하는 불씨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괴로웠다. 너는 나의 어둠을 봤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며칠이 지났을까? 이유도 모른 채 나는 네가 있는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문 앞에 서성이고 몇 번이나 숨을 내쉬었다. 나의 어둠을 본 너에게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무심코 걷는 길의 종착지는 네가 있는 문 앞이었다. 너를 만나러 갔다. 그렇게 너와 만나는 순간이 쌓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너는 나를 비추는 등불이었다. 너는 나의 거무튀튀한 속내에 자꾸 빛을 비추었다. 빛의 세기는 날로 강해져 따갑다 못해 아팠다. 내 방에 갇힌 채 나의 상처와 아픔만 보였다. 내 상처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너는 내 방에 찾아와 진짜 세상을 보여주었다. 손으로 눈을 가리기도 했고, 밋밋한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나의 어두운 방은 나의 상상으로 인해 뒤틀어졌는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비겁하게 숨을 수 없었다. 나를 비추는 빛에 가려진 너의 아픔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나의 마음마저 보았기 때문이다. 나만이 존재하는 세상 뒤에는 수많은 아픈 어둠이 있었다. 가장 시린 어둠은 내가 너에게 남긴 상처들이었다.
나의 방은 얼마나 작았던 것일까? 어둠만 보여서 막막했다. 까만 방을 한 번에 지우고 싶었다. 기나긴 꿈을 꾸고 난 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들고 싶기도 했다. 눈앞에 있는 작은 먼지부터 치우고 한 걸음 걸었다. 매우 뎌디기에 한 걸음이라는 단어도 과할 정도의 발걸음이다. 발자국이 깊게 패이는 순간들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깜깜한 어둠이 있기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이 있다는 것을. 그 별은 나의 아픔이자, 너의 아픔이었다.
고백하건대 찾아오는 매일이 아득하고 나의 방은 여전히 까맣다. 고꾸라져서 웅덩이에 빠질 때도 있고, 뒷걸음질 친 적도 있다. 기생충처럼 달라붙은 괴물 같은 내 모습이 마치 진짜 나 같고, 그곳에서 안온함을 느끼기도 한다. 항상 생각한 것 이상의 어둠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 없이 너는 나의 어두운 방에 먼저 찾아와 준 너는 나의 별이다. 수많은 너의 아픔을 어여쁘게 비추고, 너의 별을 찾아주어야 할 몫이 남아있다.
너는 등불이 아닌, 어둠도 있고 별도 있는 하나의 우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