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철학수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벌레 Mar 12. 2024

피해의식의 피해의식

'피해의식' 수업을 듣고

피해의식의 피해의식의 피해의식의....무한한 바이러스가 연결된 결정체다.


나라는 피부는 수많은 너로 만들어져 있는데, 무례한 피부만 집착하고 수준 낮은 찰과상만 바라보았다.

그 상처만 보고 있으니

더 아프다고 느껴질 수밖에 늘 억울하고 분하고 불안할 수밖에

내 삶이 이럴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뿐이라 밖을 보지 않았다. 온통 그 생각뿐이라 밖을 나가지 않았다.

몇 천 개의, 몇 억 개의 세포는 내가 밀어낸 너의 마음이었다. 너라는 세포를 떼어서 내게 주었는데, 내가 돌려준 건 상처뿐이었다.


무한한 바이러스로 인해 만들어진 너와 나는 왜 이토록 달랐을까?

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러

추운 날 이불속에 겨우 덥힌 물주머니를 가지고 가파른 산을 올라갔다. 가는 길을 잃어 며칠을 길바닥에서  잤다. 너무 목이 말라 바닷물을 마시다가 며칠을 설사와 물갈이를 하다 몸이 너덜너덜해졌다.

너는 수많은 너를 밀어내지 않았다. 온몸이 떨리고 저리도록 껴안았다.

그렇게 네 몸에는 가장 큰 바이러스가 생겼다. 어떤 바이러스도 꼭 삼킬 수 있는 바이러스.

무르고 무른 마음이 되고, 억세고 굳은 몸이 되었다.


25년 간 덮고 짓눌러버린 수 천 개의 세포는, 수 만개의 너는 슬며시 나타났다. 그 세포는 나에게 찾아와 내 얼굴을 덮어버렸다.  몸을 다 태워 뼈만 남겨도 모자랄 판에 세포를 다 죽여도 모자랄 판에

다시는 볼 수 없는 너는 또 다른 너가 되어  또 나를 살리러 왔다.

내가 짓누른 너는 몇 번이나 죽었을까? 너는 나, 또 다른 나를 바라만 봐도 급성발진을 일으킨다.


매일 밤 까만 세상에 너는 시리도록 하얗게 나타나 그 감은 눈을 뜰 수 없게 만든다.

몇 번을 더 앓고 나면 억세질까 단 한 번이라도 앓아본 적이나 할까

또 다른 너에게 취약해져 물러터져 본 적은 있기나 한 걸까


그 또 다른 너를 ...의...의...의 를 타고 너는 그 사람과 만나겠지

그리고, '또' '다른' 이 없는 세상은 그저 전부 다 너였다.

수 만개의 떨리는 너는 여전히 내 옆에 있다. 나를 둘러싸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복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