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010. 대웅전 앞까지
산사 가는 걸 오랫동안 좋아했다. 일주문까지 걸어가는 산길을,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까지 걷는 길을 무척 좋아한다. 불자는 아니지만 대웅전 앞까지 가서 부처님 얼굴은 뵙고 돌아온다. 둘러있는 산자락이,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이, 곳곳에 각자의 위치를 지키는 돌탑의 모습이 매번 보는데도 매번 새롭다. 각기 다른 산사의 면면에서 느끼는 정취가 태우는 향 끝에 남는 냄새처럼 여운이 남는다. 그 풍경 속에 가만히 앉아 스님이 목탁을 치며 읊는 불경을 듣고 있노라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문화재인 사찰은 입장료를 받는데, 템플스테이를 하며 신도증이 있으면 전국 모든 입장료 있는 산사에 무료로 입장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스님한테 신도증 하나 만들어 달라고 얘기를 꺼냈다가 크리스천이 무슨 신도증이냐는 핀잔까지 들었던 이야기까지 꺼내놓으니 어느새 일주문을 통과한다. 절에 왔으면 대웅전까지는 보고 가야죠. 그와 대웅전 앞에서 1100살 넘은 은행나무 이야기와 4시 반에 대북을 치던 어느 새벽 예불 이야기를 꺼내며 종교에 대한 사담을 주고받았다. 오늘도 대웅전 앞까지 갔지만 부처님 얼굴은 못 뵙고 발길을 돌렸다. 왠지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갔다 집주인에게 인사 하나 없이 나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부처님은 이해해 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