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분노하지 않는 질주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11. 분노하지 않는 질주


나의 첫 달리기 기억은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무렵. 화가 났는데 화를 풀지 못하고 골목과 골목을 누비며 그냥 뛰어다녔다. 한참을 달리고 나니 얼굴에 땀이 났고, 몸은 뜨거웠고,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구 뛰었다. 그런데 이상한 즐거움 같은 게 있었다.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화가 나거나 답답하면 달렸다. 그게 나의 '분노의 질주'가 시작된 배경이었다. 이 '분노의 질주'는 꽤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언니, 나 스트레스 받으니까 나가서 좀 뛰고 올게. 운동화를 신고 나서던 내게 같이 살던 언니가 말했다. 너도 참 유별나다. 그냥 푹 자고 일어나면 풀릴 걸 뭐 그리 사서 고생을 하니. 누군가는 잠을 자면 스트레스가 풀리지만, 누군가는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뛰었다. 이건 주기적인 운동과는 상관없이 그저 스트레스가 가득한 날에는 달리기라도 해야 다음날을 이어갈 수 있었다.


최근 들어 한 달에 한 번씩 5km를 뛰기 시작했다. 화가 나지 않고, 스트레스가 없어도 뛰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는 위기 동물들에게 기부가 된다는 비대면 비공식 마라톤 형식으로 뛰기 시작했고, 충동적으로 시작한 이 달리기는 벌써 3개월 차가 되었다. 매달 주제에 맞게 뛰라고 하는 거리는 달라지지만 나는 5km는 맞춰 달려보려 한다. 이제는 나이도 체중도 늘어나 빠르게 뛸 수는 없지만, 천천히라도, 중간에 걸어서라도 5km의 거리는 뛰고 싶다. 달리면서 생각해 본다. 5km는 꾸준히 달릴 수 있는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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