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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Oct 19. 2022

비우려고 쓰는데 왜인지 계속 쌓인다

027. 글쓰기



사람들은 왜 글을 쓰는 걸까. 어쩌다 인류는 글을 쓰게 되었나. 그런 거창한 건 잘 모르겠고, 나는 내가 왜 매일 글을 쓰는지 알고 있다. 정리하고 싶어서. 비워내고 싶어서. 한때는 문학을 하고 싶었고, 또 어떤 시기에는 수필을 쓰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거의 대다수의 ‘오늘’은 그저 나의 생각과 감정을 뱉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정리의 기본은 비움부터 시작이라는데, 배설하면 확실히 해소가 된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내가 뱉어낸 글들이 또 쌓이면서 내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글을 쓰면서 비운다. 언젠가 ‘삶은 채우고 비우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정의 내린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동일하다. 물론 인간의 생물학적 신체는 그런 반복 속에 계속 늙어가지만.


꼬꼬마 시절 날씨를 확인하며 일기를 쓰던 것부터 시작했던 나의 글쓰기 행위는 어느덧 내게 중요한 취향이자 가치가 되었다. 먹고 자고 싸는 것 중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는 것처럼, 글쓰기도 내게는 무척 중요하다. 그렇게 대단한 글도 아닌데 매일매일 하나씩 쓴 것들이 책장과 블로그에 쌓이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100일 동안 100개의 취향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배설의 욕구는 아주 기본적인 욕구라는 것을 떠올려 보니 나는 얼마나 욕구에 충실한 사람인가. 비워낼수록 나라는 사람이 드러나는 것도 재밌다. 그러니 나는 내일도 무언가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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