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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Oct 18. 2022

나를 위한 花요일

026. 꽃


어느 순간부터 화요일은 일주일 중 무척 힘든 날이 되었다. 다들 ‘월요병’을 앓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화요병’이 있다. 월요일은 전날부터 ‘내일은 월요일’이라고 긴장을 하고, 막상 출근하고 나면 주말 이후의 업무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낸다. 수요일은 일주일의 중간, 목요일은 다음 날 금요일이니까, 금요일은 당연히 준 주말이니 말할 것 없고. 하지만 화요일은 뭔가 없다. 몸은 월요일 하루 출근하고 적응했으나, 월요일에 이어진 업무는 많고 주말은 멀다.


농담으로 ‘화요병’에 대해 말하곤 했는데, 화요일에 유독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 맞은편에는 꽃집이 있었는데, 유독 힘들다 생각하는 날마다 찾아가면 매번 문이 닫혀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꽃집은 화요일이 휴무였다. 그래서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유독 화요일을 가장 힘들다 여기는구나 하고.


화요일에 살짝 지치는 느낌은 습관이 된 건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굳이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화요일은 유독 피곤하다. 그래서 내가 집에 꽃을 사들고 들어가는 날도 화요일이 대부분이다. 힘들다 느껴지면 꽃을 사는 습관이, 화요일에 사야 하는 것처럼 자리 잡힌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한 송이의 꽃이 내게 주는 기쁨은 크다는 것이다. 충분한 위로가 되고, 남은 일주일을 또 힘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그래서 나는 화요일을 나를 위한 ‘꽃요일’로 칭했다. 불 화 자를 쓰는 火요일이 아닌, 꽃 화자를 쓰는 花요일이다. 불에 타버린 재처럼 체력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불같이 화를 내었더라도 개의치 않기로 했다. 힘든 화요일이 예쁜 화요일로 바뀌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저 꽃 한 송이면 충분했다. 오늘도 충분히 수고했고, 충분히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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