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 지음, 임희근 옮김, 포노)
쇼팽 이전의 음악가들(그중 바흐는 제외하고)은 시인처럼 하나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일단 출발해놓고 뒤이어 표현할 단어를 찾는 시인처럼. ... 쇼팽은 완벽한 예술가로서 음표에서 출발한다(쇼팽이 '즉흥적으로 작곡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pp.23~24)
모든 음악에서 이보다 더 포근히 감싸는, 이보다 더 부드러운 몸짓이 있을까? 한 음 한 음으로 하여금 바라게(欲)하고 기다리게 놔두는 빼어난 접근에 의해 먼저 그 음을 꾀어 놓아야만 결정적인 음 하나하나에 이를 수 있다. (쇼팽 전주곡 13번에 대한 감상, 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