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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하린 Nov 29. 2020

맑은 안개 같은 사람

아끼는 벗에게

탁 트였다 , 맑다 , 푸르다.

당신을 보면 떠오르는 감상입니다. 당신은 여러 가지 주제로 담론 하는 걸 즐기고, 치우치지 않고 깨어있기를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섬세한 눈동자를 가진 당신은 머무는 시선이 아름답기를 타고난 듯합니다. 만일 부유하게 자라난 사람을 두고 특혜 받았다 말한다면 당신의 자질 역시 특혜 받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일전에 당신을 두고 '성별을 구분 짓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십니까. 만일 상반되는 걸 학습해나가는 게 삶의 중요한 과업이라면 이 말은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모순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당신을 맑은 안개와 같은 사람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무해한 수증기 같은. 자욱한 연기에서 피어오르는 그 따스함, 습습함. 가득한 물에 묘하게 풀어낸 투명한 색채 같은 사람입니다.

저는 이따금씩 스스로가 ‘사회화된 외톨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이따금씩 스스로가 ‘사회화된 외톨이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게 뭐야?”라는 질문에 다들 “물컵이라고 답할 , 혼자 “둥그렇게 생겨선 손잡이가 반듯이 달렸고, 물이 아담하게 담길 법한 – 아이보리색 바탕에 갈색 선이 들어간 . 깨질  있는 . 근데   질문을 던지는 걸까.  하필 물컵일까.” 라고 심오한 답을 내놓는 사람. 너무 많은  보려다 명료하게 떨어지는 답을 내놓지 못하는, 문제를 내기 위한 질문엔 어색한 사람이었습니다.

허나 우린 눈치 없는  죄가   있는 사회에 살고 있기에. 저는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그들의 순조로운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썼고, 보통의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항시 긴장된 상태를 유지했습니다. 비록  과정에서 잃은 것도 있겠지만 나를 지켜낼 만큼은 단단해졌으니. 머리에  것이 망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영감, 풍요로움, 보탬이 되는 것들로 갈고닦을  있게  지금에서야  안에  많은 것이 있다 말할  있습니다.

많은 벗들이 생겨난 지금도 예전의 버릇이 남아있습니다. 사람들이랑 부딪치며 즐겁고 바쁜 하루를 살다가도 이내 내면의 방안에 스스로를 가둬놓고는 생각, 생각. 그제야 숨을 쉬듯이.

저는 당신의 시야 역시 보다 독특한 것이라는 사실을 압니다. 때로는 걸림돌이   있는, 당신을 속상하게 만들  있을 것입니다. 허나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예술은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고도 그저 아름다운 것인데, 만일  걱정 없이 예술을 추구할  있는 자질을 기른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할 것이라고. 저는 당신이 ‘예술을 좇는다고 그게 밥먹여 주느냐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고 아주 현명하고 영리하게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그런 삶을 살길 바랍니다.

그렇게 후회 없이 하루를 살길,

당신이 가진 축복을 축복으로 여길 수 있길. 후에는

비로소 세상을 온전히 간직했다 말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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